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3일자 사설 '영리병원 ‘시행령 꼼수’ 당장 중단하라'를 퍼왔습니다.
의료선진화란 구실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해온 정부가 억지와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임기 내에 영리병원 설립을 밀어붙이려는 모양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 제·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 개정으로 영리병원 설립도 속도전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국회를 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행령 해법’의 이유로 2003년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외국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만 마련되었을 뿐, 후속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미뤄지고 있어 투자협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가적 관심사인 외국 영리병원 설립 문제를 국회의 법안 처리와 관계없이 정부의 뜻대로 국무회의에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근거법에 따라 행정부가 시행령을 제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마저 시행령으로 처리하는 것은 행정 독재나 다름없다. 국회가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논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영리병원 설립 문제가 시행령 차원을 넘어선 사안이라는 증거다.
투자자의 돈벌이를 위한 영리병원 설립 이후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는 어둡다는 게 전문가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영리병원이 들어서야 서비스 질도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며 진료비도 낮출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천에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다른 경제자유구역은 물론 전국으로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투자협상이 진행 중인 인천의 경우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영리병원의 운영주체가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외국인 편의시설이란 영리병원 도입 이유도 내국인 진료 허용으로 사실상 소멸됐다.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예견되는 영리병원 설립을 시행령으로 처리하겠다는 정부는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을 위한 속도전 꼼수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관련법안 처리가 왜 국회에서 늦춰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게 순서다. 다수 국민의 여론이 영리병원 도입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를 경제논리로만 보는 잘못을 반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시행령 꼼수’로 영리병원 설립의 첫 삽부터 뜨려는 정부의 행태는 국민의 의료복지를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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