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중국 견제하자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무관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10-18일자 기사 '중국 견제하자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무관하다?'를 퍼왔습니다.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면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 기획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쓴 책으로 '글로벌 아마겟돈: 핵무기와 NPT'(책세상, 2010년)이 있습니다.



10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가속화되고 이것이 미일동맹과 연결돼 ‘한-미-일 3각 동맹’ 출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MB 정부의 몰역사적이고 퇴행적인 선택이 야기할 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질 것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정부와 해군의 해명을 더더욱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언론보도문에는 “한미동맹이 한국에게는 ‘안보의 제1의 축’이며, 미국에게는 ‘태평양지역 안보를 위한 초석’(the lynch-pin for security in the Pacific region)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태평양 파트너십(Pacific Partnership for Peace and Prosperity)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미동맹이 “미국에게는 ‘태평양지역 안보를 위한 초석”이라고 명시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전초기지가 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닌 표현이다. 또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태평양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도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한미 정상이 “금년 신설한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 : 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더욱 활성화해”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핵우산과 함께 양국 차원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미동맹, 중국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이러한 해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활력은 지정학적 변동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세력 균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미국이 적극 대처해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월 12일자 의 보도 내용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이 신문은 10월 10일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에게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의 부상에 대처할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고, 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양측이 합의한 ‘아시아―태평양 고위급 협의 채널’ 구축은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이 ‘제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과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에 돌입한 미국은 서쪽으로는 인도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동맹 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봉쇄하려고 하는데, 한국도 고위급 협의 채널 구축에 동의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MB 정부 출범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중관계는 더욱 불안해질 공산이 커지게 됐다. 중국은 한미동맹이 자신을 겨냥한 전략동맹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며 강력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MB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두 전임 정부들은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재편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태도와 한미동맹의 구조적 종속성으로 인해, 그리고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할 ‘기회비용’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미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형태로 재편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 MB 정부는 오히려 미국에게 중국 봉쇄에 더 힘을 써달라고 요청하면서 한미동맹도 기꺼이 이러한 방향으로 바꾸고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다시 제주해군기지를 따져본다
이처럼 MB 정부가 ‘자발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부응하고 있으면서, 제주해군기지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상호방위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미국은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또한 제주도가 갖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위치와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서양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분산된 미국의 힘을 아시아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제주해군기지 이용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1월호에 기고한 글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향후 미국 동아시아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인도양에서 태평양을 관통하는 작전 환경과 해양수송로 확보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태평양에서 더 광범위하고 골고루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은 중대한 이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해군 기지와 시설, 그리고 기항지를 늘려나가겠다는 미국 국방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MB 정부는 중국 봉쇄용 한미동맹 재편과 미군도 사용할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 먹구름이 폭풍우를 동반해 한국의 국익에 치명상을 입히기 전에, 국민과 국회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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