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사설]‘내곡동 사저’, 의혹까지 씻어야 백지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7일자 사설 '‘내곡동 사저’, 의혹까지 씻어야 백지화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이전이 결국 없던 일로 마무리되는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 전면 재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지시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수뇌부는 “퇴임 후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기에 앞서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에 떠밀려 내린 결정인 듯하나 그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단순히 사저 이전을 철회하는 것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입주를 백지화했지만 과오를 시인하거나 반성하는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라거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에둘러 유감을 표시했을 뿐이다. 10·26 재·보선 등 정치상황을 감안해 파문 덮기에 급급한 인상이 짙다. 대통령 자신은 무관하다는 투다. 하지만 문제의 부지 매입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경호처 보고를 받았고, 부부가 현장을 답사했으며, 사단이 나자 명의를 고치라고 지시한 사실 등은 익히 알려진 바다. 기왕에 사저 이전을 백지화할 요량이었다면 진정어린 사과를 한 뒤 진상규명을 포함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음이 옳다고 본다. 경호처장을 비롯해 ‘아랫사람’들의 책임만 묻고 넘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까닭이다.

이번 파문의 와중에서 불거진 의혹들이 어디 한둘인가. 무엇보다 먼저 규명해야 할 것은 사저 부지 구입에 혈세인 국가 예산을 전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또 아들 시형씨와 경호처의 매입자금 배분 기준, 부지 구입 후 지목 변경, 시형씨의 자금 출처 등도 사실 여부에 따라서는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부동산 관련법 위반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온 나라를 들쑤셔놓고 정작 의혹들은 덮어두려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리 없다. 

‘내곡동 사저 파문’은 한나라당이 말하듯 문제의 부지를 국고에 귀속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저 이전으로 촉발된 각종 의혹들을 함께 규명하지 않고서는 명실상부하게 백지화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기말 정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더구나 이번 사저 이전 추진은 비공식 라인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결코 허투루 다룰 일들이 아니다. 차제에 국정 전반의 문제점을 반추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경우 제2, 제3의 유사사태 재연은 불보듯 뻔하다. 그것이 ‘내곡동 사저’ 파문을 지켜보는 민심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