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朴 정부, 법적으로 방송제작 자율성 보장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30일자 기사 '“朴 정부, 법적으로 방송제작 자율성 보장해야”'를 퍼왔습니다.
방송제작·편성규약 및 위원회 신설 법안 제출

이명박 정부에 의해 붕괴된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보다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제작자율성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방송분야 정비와 관련해 제작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방송제작편성위원회 등의 조항이 신설된 방송법 개정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사장 임명과정에서의 제도 정비만이 언급돼 있을 뿐 방송사 구성원들의 제작자율성 보장을 위한 대목은 언급돼 있지 않다.이에 반해 신경민 배재정 전병헌 진선미 김재윤 등 민주통합당 의원 13인이 지난 9월 27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방송제작 과정에 취재 및 제작 종사자가 참여하는 방송제작·편성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있다.
신 의원 등은 제안이유에서 “현행 방송법이 방송편성규약 제정에 있어 취재 및 제작 종사자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규약의 내용이 방송제작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며 “편성규약과 제작자율성을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현행 방송편성규약을 ‘방송제작·편성규약’으로 변경해 취재·제작 및 편성종사자 대표와 합의해 제정하고 준수의무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한 법안에는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종편·보도채널 사업자의 경우 방송제작·편성위원회를 설치해 방송사업자·취재·제작 및 편성종사자 대표가 각각 동수로 추천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분쟁해결이 필요한 경우 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며 △시청자위원회 위원 3인을 여기에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이밖에 종합편성채널에도 편성위원회 운영 의무를 부여한 법안도 발의됐다. 최민희 정청래 등 민주통합당 의원 15인이 지난 9월 17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가 방송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편성위는 편성규약을 제정·공포하며 △편성규약엔 노사 동수의 공정보도위원회 구성을 포함토록 했다. 또한 보도·제작·편성 분야 간부의 임명에 있어 직선제·임명동의제·추천제 가운데 선택해 운영하도록 하는 조항을 최 의원 등은 신설했다.한편, 지난 7월 배재정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MBC의 계열사(지역MBC 등) 지분 보유와 SBS 미디어홀딩스의 SBS 지분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윤창중·김경재… 박근혜식 밀봉, 불통의 참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31일자 기사 '윤창중·김경재… 박근혜식 밀봉, 불통의 참사'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여야 예산안 잠정합의,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2012년 마지막 날이다. 이례적으로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기지 않고 처리될 전망이다. 지난 주말 동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올해에 비해 17조 3000억 원(5.3% 수준)이 늘어난  새해 예산안에 잠정합의했다. 예산안은 오늘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이번 예산안에서 주목한 점은 무상보육과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예산이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내년부터 만 0~5세의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또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예산은 1조 250억 원이 증액된다.
오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과 기구 구성안이 발표된다.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 17대 인수위(183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전문가 위주, 15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인수위 내 위상과 ‘경제민주화 분과’ 설치 여부가 주목된다.
인수위 인사에서 엿보인 박근혜식 밀봉인사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 인사는 철저히 박근혜 당선인에 의해 임명되고 있다. 이른바 ‘밀봉인사’다. 인수위원 등도 박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비밀리에 결정,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 방식이 ‘검증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막말’ 칼럼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 ‘편가르기식 발언’으로 비난이 일고 있는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돈봉투 수수 사건’ 하지원 청년특별위원, ‘하청업자와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윤상규 청년위원 등 이른바 ‘밀봉 4인방’을 즉각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오전 4시를 기준으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됐다. 지난 1999년 디지털 방송을 준비한 이후 13년 만에 디지털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 시청해왔지만 디지털 컨버터(신호 변환기) 등을 설치하지 않아 TV를 볼 수 없는 가구가 5만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철강업체 7곳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냉연 등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29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파악한 담합 기간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다. 철강업체 임원들은 낚시회 등을 위장해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포위망을 펼친다.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경향신문은 1면 에서 이를 두고 “사실상 ‘중국 포위망’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5일 출소 뒤 인터뷰를 했다. 한겨레가 2면 (“성찰 없인 살아남지 못해… 국민 행복해진다면 선거 져도 돼”)(온라인 제목: 진지해진 ‘깔때기’ 정봉주 “성찰 없인 죽는다”) 제하 제목 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지난해 이후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 자리에 정부부처 출신 250명이 ‘낙하산’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등 다수 언론이 주요 명단을 소개하면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자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31일자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사진기사) 저무는 2012년, 남에도 북에도 하얀 축복이 내렸다]
국민일보 (독 경제의 힘은 강한 중소-대기업 상생/ 철저한 시장 분담… 박 경제민주화 ‘상통’)
동아일보 [(사진기사) 눈이 내렸네, 한 해 상처를 덮어주려고…]
서울신문 [(사진기사) 뱀을 닮은 함양 지안재… 새해엔 ‘고난의 허물’을 벗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저무는 격량의 2012… 온누리에 ‘희망의 등불’ 수놓기를]
조선일보 (‘복지 30% 예산’ 오늘 국회 통과)
중앙일보 (0~5세 영유아 보육·육아/ 새해부터 국가가 맡는다)
한겨레 [(사진기사) 새아침 기다리는 ‘희망의 똬리’]
한국일보 (거꾸로 간 2012년 국민 행복시계)

지난 주말 동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올해에 비해 17조 3000억 원(5.3% 수준)이 늘어난  새해 예산안에 잠정합의했다. 예산안은 오늘 중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겨레 1면 (‘새해 예산 342조7천억’ 31일 국회 처리할 듯) 기사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과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4조3000억 원을 증액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했다. 2000억 원 순증이다. 한겨레는 “여야가 합의한 증액분 4조 3000억 원 중에는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등 이른바 ‘민생예산’ 2조 2000억 원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1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힌 ‘국채 발행’ 규모는 7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레는 “예결위 간사 협의에선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뒷받침하는 이른바 ‘박근혜 예산’을 위한 국채 발행 규모를 7000억원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겸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또한 “국채 발행 규모는 최대치가 7000억원이며, 아예 국채 발행을 안 할 수도 있는지를 정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여야, 0~5세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합의

30일 여야는 이번 예산안을 협의하면서 무상보육과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부터 만 0~5세의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또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예산은 1조 250억 원을 증액된다.

한국일보 1면 (내년부터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시행)에 따르면,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증액분은 1조 4000억 원(지방자치단체 부담분 포함)이다. 한국일보는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만 0~5세 영·유아를 둔 가정은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보육료 또는 양육 수당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12월 31일자 1면

여야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핵심은 △일반 학자금 대출의 재학기간 이자 면제 △장학금 비율 현행 10%에서 13.5%로 확대 등 두 가지다. 여야는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1조 250억 원 증액했다.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고 6·25 참전용사 명예수당, 4·19 혁명 공로자 보상금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여야는 또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주어지는 기초노령연금의 지급 대상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며 “6·25 참전용사 명예수당과 4ㆍ19 혁명 공로자 보상금도 각각 인상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무상보육? 저출산 강요하는 사회가 진짜 문제!

무상보육이 시행되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한국일보는 4면 [2012 행복지수 점검] (“결혼·임신 등으로 일 포기” 4.1% 늘어/ 저출산 강요하는 열악한 보육환경)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육아와 일의 병행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지적했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어린이집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부담하기에는 조직문화, 경제적 조건 등의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한국일보는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에선 출산휴가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눈살을 찌푸리며 퇴직을 권하는 게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복직 및 재취업을 통해 능력을 다시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통계청의 ‘2012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974만 7000명 중 20.3%인 197만 9000명이 결혼이나 임신·출산,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는 “이는 1년 전보다 7만8000명(4.1%) 늘어난 수치로, 비취업여성(404만9000명)의 절반(48.9%)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 한국일보 12월 31일자 4면

일본 아베 총리의 ‘중국 포위’ 외교 논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포위망을 펼친다.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경향신문은 1면 에서 이를 두고 “사실상 ‘중국 포위망’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이 소식을 자세히 전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국에 압력으로 작용해 일본과의 관계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2월 31일자 1면

경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9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우려를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외교에서) 양국관계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조망하면서 (외교)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본과 가치를 공유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일·중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국가’로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베트남 등을 꼽았다. 경향신문은 “이들은 각기 역내 대국이며, 각 나라를 연결한 모양이 중국을 에워싸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 포위망’ 구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전략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봤다.

인수위 조직·기구 구성 오늘 발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과 기구 구성안이 이르면 오늘 발표된다. 한겨레 4면 (인수위 조직·기구 구성 오늘 발표)에 따르면,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 17대 인수위(183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전문가 위주, 15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경제민주화 분과’ 설치 여부도 주목된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인수위 분과 구성에 대해 “현재 (인수위) 운영규정에 분과를 7개로 한다고 돼 있는데, 더 많아질 필요는 없지만 (일부) 맞게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인수위가 구성한 분과는 △기획조정 △정무 △외교통일안보 △법무행정 △경제1 △경제2 △사회교육문화 등 7개였다. 여기에 ‘국가경쟁력강화특위’가 별도로 설치됐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4면

한겨레는 전임 인수위와 비교하면서 “이번에는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경제민주화’ 또는 ‘중소기업’ 분야를 경제2분과로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분과 설치 여부에 주목했다.
서울신문은 3면 (경제민주화·정치쇄신 특위 설치 가능성 적어/ 노동자 잇단 죽음 현안… 대통합위 역할 주목)에서 “박 당선인의 국정 운영 철학을 반영해 분과위 명칭을 일부 변경하거나 분과위 1개 정도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분과 설치 가능성을 내다봤다.
서울신문은 또한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신문은 “대선 이후 잇따른 노동자들의 사망도 대통합위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주의는 여전했고, 특히 48.0%의 득표율을 기록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벌인 까닭에 국민대통합은 박 당선인의 최대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며 통합위 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 서울신문 12월 31일자 3면

인수위 인사들, ‘하마평’만 있고 ‘분석’은 없다

인수위원장 발표에서 볼 수 있듯 인수위 인사는 철저히 박근혜 당선인에 의해 임명되고 있다. 이른바 ‘밀봉인사’다. 인수위원 등도 박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비밀리에 결정,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 방식이 ‘검증을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같은 면 머리기사 (‘박 밀봉인사’ 연이은 논란에도 검증 개선책 감감)에서 보도했다.
특히 인수위·비서실 인사에 대해서는 검증시스템 마련이 쉽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이 보안과 비밀을 강조하고 있고, 인사 대상을 공개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팎에서도 인사 스타일과 검증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 여론이 일고 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30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도 윤창중 수석대변인 발탁 등에 대한 비판 여론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뭔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함량 미달인 인사들을 천거한 측근들을 멀리하고, 성공적인 조각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4면 머리기사

한겨레는 이런 반응을 두고 “지난 24일 윤창중 수석대변인 인선에 이어 27일 발표한 청년특별위원회 윤상규·하지원 위원의 비리 혐의까지 드러난 만큼, 박 당선인의 ‘밀봉주의’ 인사스타일은 물론 일부 비서진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모두 손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이어 “최근 인수위 인사 과정에서 인사추천안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박 당선인에게 전달됐지만, 측근 참모인 이재만 보좌관과 정호성 비서관 정도만이 검증 실무를 담당하면서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점검·개선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내 주장을 전했다.
한겨레는 국세청 등을 이용한 인사검증시스템 도입 주장에 대해 “박 당선인이 개인적 검증 통로뿐 아니라 검찰·경찰·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협조를 받아 체계적인 검증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라고 봤다.
박근혜 당선인지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한겨레는 “보안과 비밀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폐쇄적 인사스타일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각은 인수위에서 안 한다. 인수위에서 정부의 모든 것을 다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발언을 “인수위 차원에서 별도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밀봉 4인방 교체”

민주통합당은 과거 ‘막말’ 칼럼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 ‘편가르기식 발언’으로 비난이 일고 있는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돈봉투 수수 사건’ 하지원 청년특별위원, ‘하청업자와 불공정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윤상규 청년위원 등 이른바 ‘밀봉 4인방’을 즉각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중앙일보 5면 (박기춘 “밀봉 4인방 즉각 교체해야”) 제하 제목 기사에 따르면,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통은 사라지고 봉투만 남았다는 말도 있다”며 “박 당선인이 진정한 국민통합과 법치, 경제민주화를 바란다면 밀봉 4인방을 즉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 중앙일보 12월 31일자 5면

한겨레는 사설 (‘불통과 무지’, 박 당선인 인사 걱정된다)에서 새누리당이 인수위 대변인을 ‘당선인 대변인’으로 호칭을 변경한 점, 윤상규 인수위 청년특별위원의 부당내부거래, 하도급 업체 불공정거래 전략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밀봉 인사’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를 “밀봉 봉투가 상징하는 불통의 참사”로 표현했다.
한겨레는 “예고편은 두 번이나 있었다”면서 “첫 번째가 윤 수석대변인 선임이고, 두 번째는 인수위원장단 발표 형식이었다”고 썼다.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채널A 기자, 뮤지컬감독 박칼린씨 등이 담긴 명단을 발표 직전까지 몰랐다. 한겨레는 “선임 기준과 배경, 검증 등에 대한 보도진의 물음이 이어졌지만, 대변인은 아무런 설명도 할 수가 없었다”고 복기했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사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당선인은 보안만 중시했을 뿐, 주권자인 국민에게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공감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자 국민은 졸지에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당선인) 그의 독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불통마저 소신과 원칙으로 분식하는 측근들만 그 주변에 남아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밀봉된 인사 봉투를 보도진 앞에서 경건하게 뜯어보인 인수위 대변인단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고 썼다.
한겨레는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며 “내가 곧 국가라는 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해서는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앞선 불행했던 정권의 전철을 피하기 힘들다. 첫 인사의 실수가 쓴 약이 되기를 바란다”며 투명한 의견 수렴 및 검증 절차를 통한 ‘국민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박 당선인에게 조언했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5만 가구 TV 수신 어쩌나?

오전 4시를 기준으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됐다. 지난 1999년 디지털 방송을 준비한 이후 13년 만에 디지털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 시청해왔지만 디지털 컨버터(신호 변환기) 등을 설치하지 않아 TV를 볼 수 없는 가구가 5만에 이른다.

경향신문 11면 (아날로그 방송 ‘끝’… 5만가구 TV 못 봐)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에도 전국 5만가구가량이 디지털 미전환 상태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송상훈 방통위 디지털방송청책과장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에도 당분간은 디지털 전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뒤늦게 전환을 신청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12월 31일자 11면

경향신문은 “디지털 방송 시대가 개막하긴 했지만 ‘반쪽’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케이블TV의 디지털화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봤다. 케이블 가입자가 149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디지털 방송 가입자가 33%에 불과하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케이블방송 업계와 이들을 위한 특혜에 반대하는 지상파 TV·타 유료방송들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 ‘담합’ 혐의, 공정위 과징금 2917억 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철강업체 7곳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냉연 등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29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파악한 담합 기간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다. 철강업체 임원들은 낚시회 등을 위장해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포스코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겨레 6면 (‘담합’ 철강업계 2900억 과징금…포스코는 혐의 부인) 제하 제목 기사에 따르면, 공정위 전원회의(주심 정중원 상임위원)는 지난 30일 냉연·아연도·컬러강판 등 3개 철강제품과 아연 할증료(아연 원료의 가격 상승에 따라 부과)를 담합한 포스코·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세아제강·세일철강 등 7개 업체를 적발했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6면

공정위는 이들 업체 대해 29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세일철강 제외) 6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겨레는 “철강업체들의 담합에 대한 제재는 처음이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역대 4번째로 많다”고 보도했다.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 등 3곳은 냉연 가격 담합 혐의,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세아제강 등 5곳은 아연도 가격 담합 혐의다. 아연 할증료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는 포스코·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세아제강 등 6곳이다. 컬러 가격 담합은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세아제강·세일철강 등 6곳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들 철강업체들은 2005월 2월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10여 차례씩 모임을 가졌다. 한겨레는 “국내 철강업계를 주도하는 포스코가 가격을 조정하면 짬짜미를 통해 가격을 동반 인상·인하했다”며 “또 시장 상황이 좋으면 포스코보다 더 올리고, 내릴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가 12월 31일자 6면에 보도한 철강업체 담합 혐의 및 과징금 부과액 표.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공정위의 김형배 시장감시국장은 “영업 담당 임원들과 팀장들이 서울 강남의 음식점과 경기도 인근 골프장에서 주로 만났고, 저녁 모임을 할 때는 동창, 소라회, 낚시회, 강남 등의 이름으로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연도강판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어 굳이 아연 할증료를 담합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포스코는 2006년 2월 철강협회에서 담합 회의를 가졌다’는 동부제철 임원의 보고서와 진술에 대해 포스코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동부제철을 무고 혐의로 고발할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해당일에 산자부 주관으로 중국산 철강재 수입 급증에 따른 국내시장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고 담합 관련 모임은 없었다. 담합 회의에 참석했다는 신아무개 수출팀장도 업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이고, 회의에 참석한 바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포스코가 제품 가격 담합에는 빠졌지만, 아연 할증료를 도입할 때는 다른 철강사들과 행동 통일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포스코는 담합 회의 이후 두달간 아연도강판의 종류별 할증료를 정할 때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이어 “철강협회 모임에 참석한 포스코 수출팀장은 회의 며칠 뒤 (담합과 관련된) 내수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포스코강판의 이아무개 전무는 업계 모임의 회장을 맡아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정권 말 공공기관 ‘낙하산’ 줄줄이 이어져

지난해 이후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 자리에 정부부처 출신 250명이 ‘낙하산’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등 다수 언론이 자세히 보도했다.
한국일보 4면 (지난해 이후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에 청와대 출신 40명 ‘낙하산’) 기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내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이 400명에 육박하고 있어 전문성 위주의 객관적인 인사 원칙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전했다.


▲ 한국일보 12월 31일자 2면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alio.go.kr)’에 따르면 청와대를 거쳐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한 인사는 최소 44명이다. 정부부처에서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옮긴 인사가 약 250명에 이른다. 한국일보는 “특히 청와대 출신 40명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지난해 이후 임기를 시작해 차기 정부의 운용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한국일보와 세계일보가 언급한 대표적인 청와대 및 정부부처 출신 기관장 명단이다.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정무1비서관),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전 대통령실장),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전 방송정보통신 비서관) 최찬묵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 정부부처 출신 기관장으로는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전 국토해양부 해양안전심판원 원장), 김춘성 인천항만공사 사장(전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 실장),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전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전 국토해양부 물류항만실장),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전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최평락 한국중부발전사장(전 특허청 차장), 김현태 대한석탄공사 사장(전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
한국일보는 “공공기관의 ‘2인자’로 불리며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는 감사도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기구 출신이 19명이나 포진했다”고 보도했다. 유현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감사(전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 정보분석 비서관), 박병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전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 이성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감사(전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 유정권 한국감정원 감사(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일보는 “올해 하반기로 확장하면 한국영상자료원, 한국감정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예탁결제원 등 최소 13개 기관의 감사가 청와대 낙하산이었다”고 보도했다.
국토부(구 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 포함) 출신 30명, 지식경제부(구 산업자원부 포함) 출신 22명, 문화체육관광부·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교육과학기술부·금융위원회(구 재정경제부 포함) 출신은 각각 10명 안팎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낙하산 인사는 그간의 인맥을 이용해 특혜를 누리는 등 공공기관 운영 투명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12월 31일자 1면

이 같은 낙하산의 문제점은 차기 정부 인사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1면 (낙하산… 알박기… 정권말 공직인사 요지경)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중요한 인선기준으로 전문성을 꼽은 만큼 앞으로 낙하산·공정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제도상으로는 상당히 공정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의 의지 탓”이라고 지적했다.

정봉주 출소 첫 인터뷰, “성찰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5일 출소 뒤 인터뷰를 했다. 한겨레가 2면 (“성찰 없인 살아남지 못해… 국민 행복해진다면 선거 져도 돼”)(온라인 제목: 진지해진 ‘깔때기’ 정봉주 “성찰 없인 죽는다”) 제하 제목 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집권하니까 이민을 가겠다거나 실정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라면서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바랐다. 그는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라고, 그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 실현해 국민들이 행복하다면 다음 선거에서 져도 상관없다”고까지 말했다.


▲ 한겨레 12월 31일자 2면

정봉주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대한문 쌍용차 농성장, 고공농성장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박 당선인이 만일 쌍용차 농성촌과 고공농성장을 찾게 되면 민주당으로선 정말 싸우기 힘든 상대가 된다”면서도 “우리로선 뼈아프지만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48%가 정말 우리 표인가. 민주당이 언제 48%의 지지를 얻어 봤나”라면서 “우리가 이 지지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48%를 지키는 것을 “반성”, 박근혜 당선자와 새누리당을 선택한  정 전 의원은 “(문 후보를 지지한) 48%를 지키는 것은 반성이고,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51%에게 다가가는 것은 공감”이라는 말도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의 패인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환경, 물가, 양극화, 교육, 등록금 등 다양한 의제를 끌어내지 못한 점을 들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5년 간의 실정을 심판하려면 전선을 넓혔어야 했다”면서 “의원들 한명 한명이 대선 후보만 따라다닐 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싸워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KT, 제주 7대 경관 공익제보자 ‘해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29일자 기사 'KT, 제주 7대 경관 공익제보자 ‘해임’'을 퍼왔습니다.
“공익제보상 받으러 1시간 일찍 퇴근한 걸 무단조퇴로”

제주도 세계 7대 경관 선정 당시 KT의 국제전화요금 부정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이 28일 해임 통보를 받았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탄압', '보복성 해고'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KT수도권강북본부는 지난 26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해관 위원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KT는 이해관 위원장의 해임 징계 사유로 무단결근, 무단조퇴, 회사 규정과 질서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 등을 들었다.
이해관 위원장은 “허리디스크로 진단서와 입원확인서를 제출하며 병가 신청을 했지만 KT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단결근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담당 팀장이 ‘진단서를 믿을 수 없다. 내가 직접 판단할 수 있게 출근하라’고 해서 두 시간 넘는 거리를 출근해 팀장과 면담을 했지만 병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해관 위원장은 지난 5일과 6일 호루라기재단 호루라기상과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7일 전에 KT새노조를 통한 '복무협조'와 담당 팀장에서 노조활동을 이유로 '유계결근' 등을 신청했지만 수상일 하루 전에 불가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해관 위원장은 “조퇴를 허락하지 않은 이유를 따지자 담당 팀장은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상이기 때문에 조퇴를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KT는 이해관 위원장이 수상 당일 업무시간 마치기 1시간 앞서 조퇴하자 이를 무단조퇴라며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제주도 세계 7대 경관 선정 당시 KT가 대리했던 전화투표가 사실상 해외로 신호를 보네는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제전화요금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올해의 의인상, 호루라기재단 호루라기상,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이해관 위원장은 제주 7대 경관 전화요금 부정의혹 폭로 이후 근무하던 안양지사에서 가평지사로 전보 발령을 받아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이해관 위원장이 지병인 허리디스크가 도져 병가를 신청하게 된 것으로 이 같은 장거리 출퇴근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보복인사로 보고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을 받아드려 원상복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KT는 이해관 위원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날까지도 국민권익위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등은 이해관 위원장은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KT가 징계위원회를 여는 것은 이미 국가기관의 보호조치 결정이 내려진 공익제보자를 다른 이유를 들어 재차 탄압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한국투명성기구 등은 연대하여 징계 불복절차 법률지원과 함께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재차 신청하고, KT를 규탄하는 등의 시민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MB정권 5년 동안의 처절한 외침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30일자 기사 'MB정권 5년 동안의 처절한 외침들'을 퍼왔습니다.
[인권오름] 봄이 올까? 물음을 간직한 채 우리의 돌을 굴리련다


대선이 끝났다. 개표 소식으로 뒤숭숭한 밤,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잠자리에서 여러 편의 꿈을 꿨다. 그중에서 한 꿈의 내용은 대강 이랬다. 한 강의실에서 인권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 칠판에 몇 자 쓰려는데 뭔가가 칠판을 가로막아 한 자도 쓸 수가 없다. 외면하는 칠판을 돌아서니 역시 외면하는 사람들의 얼굴뿐이다.

한동안 말을 멈춘 나는 결국 강연 포기를 선언했다. 그런 나에게 대한문에 데려가 달라고 누군가가 찾아왔다. 나는 시큰둥하게 그냥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대답하고 보니 길이 꽉 막혀있다. 그런 꿈에서 깨어나니 새벽인데 벌써 옆 공사장에서 철근을 우당탕탕 나르는 일꾼들의 소리, 부식 차량의 메가폰 소리가 골목을 채우고 있다. 또 아침이 시작되나 보다.

오늘 아침 따라 지난 5년간 첩첩 쌓여온 문제들이 더 무거워 보인다. 아니, 문제들이 아니라 그 짐을 짊어져 왔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와 외침들이 들린다. 어떻게 새겨듣고 챙겨야 할지 가슴을 긁어대는 외침들이다.

ⓒ프레시안(최형락)

2008년 5월 2일 청계천에서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촛불 문화제가 시작돼 두 달간 이어졌다. 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사과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대포와 최루탄이 동원됐고 촛불시민들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가 감행됐다. 진압에 동원됐던 한 의경이 양심선언을 했다.

제게 있어 저항은 주체성을 가지고 제 삶을 만들어나가는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니고 자신의 삶의 색채를 더해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지금껏 억압들에 대해 순응하며 살아온 제 삶을 내던지며 저항을 통해 제 삶을 찾아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 지난 몇 달 간의 촛불집회를 진압대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전 이런 생각을 했어요. 촛불을 들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요구, 공기업,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제도에 대한 반대 같은 것들이 이런 목소리로 느껴지더군요. 권력은 언제든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말이에요. … 우리를 사지로 내모는 권력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암묵적으로는 그저 적으로 상정된 시위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상처를 덮고 합리화를 시키는 거죠. 이런 나날이 반복되고, 저는 제 인간성이 하얗게 타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저항한다' 2008년 7월 28일 이길준 이경 양심선언문)

촛불 집회가 계속되는 한편에서 노동자들의 긴 고통의 시간도 이어졌다. 2008년 5월에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힘겨운 싸움이 진행형이었다. 그해 5월 16일은 기륭전자1000일, 재능학습지 150일, 뉴코아 330일, 이랜드 330일, KTX 승무원 800일 투쟁을 기록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들은 1인 시위, 점거투쟁, 단식, 3보 1배, 삭발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와 징계를 받고 구속, 수배, 민형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형사고발 등 받을 수 있는 고통은 다 받은 그녀들은 이렇게 외쳤다.

그들이 ["우리는 더 이상 1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당한 인권을 가진 노동자입니다." 이 한마디를 지키는 일에 왜 이렇게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탄식할 때, 그래도 우리는 그 탄식이 보여준 그들의 투쟁에서 움트는 희망을 봅니다. … 이제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버틴 이 작고 여린 희망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부와 검찰과 회사 스스로가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도 그에 대한 피해를 복원하지 않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어처구니없는 국회를 우린 또한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우리가 지금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비정규 법안을 바로잡는 일에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도 시대의 죄인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 희망은 연대로 오는 것임을, 어둠은 끝내 희망으로 오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확인합시다.(2008년 5월 16일, 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 1000일, 1000인 선언문)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진전을 오랫동안 호의적으로 봐왔던 국제인권단체들이 염려의 눈길로 바뀌어 한국의 인권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국제앰네스티(AI) 등이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긴급호소와 권고 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들끓는 분노로 일어선 이상, 사람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들은 분명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2008년 5월 연례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2008년은 시작에 불과했다. 2009년 새해 벽두의 용산 참사, 한여름 쌍용자동차에서의 대규모 정리해고, 생수와 의약품의 반입까지 가로막힌 77일간의 공장점거파업, 그리고 이어진 살인진압이 남긴 상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두 사건은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규와 "함께 살자!"는 호소를 남겼다.

예술인, 종교인은 진선미를 추구한다.고통받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진실은 임기가 없다. 임기 후에 보자!치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드러나면 비틀거리게 될 것이다.

진선미, 아름다운 인간성을 추구하는 마음을 훼손하고 있다.안될 일이다. … 공권력이 백성을 저버리고 권력의 조종을 받으면 똥개가 된다.그 때부터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2009년 4월 4일 용산참사 현장미사에서 문정현 신부)

같이 살자는 상생의 요구가 묵살되고 일부만이라도 살아남자는 정글의 법칙이 관철된 것이 쌍용차 노동자가 아닌 누군가의 성공일까요? 인권이 설자리를 잃고 경제적 계산만이 남은 자리에서 소수가 살아남았음을 합리적인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회는 그 구성원 모두가 노동을 통하여 행복하여질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믿는다면, 사회가 개인의 가치추구 기회를 보장함과 함께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동의한다면 쌍용자동차의 해결 방안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쌍용차 사태는 어느 누구만의 패배이고 누군가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그리고 가치가 패배한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만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총체적 실패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현실은 이러한 실패와 패배를 지금 이 시점에서 바로잡을 힘과 비전을 모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입니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실패가 최종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리 되어서도 아니됩니다. (2009년 11월 쌍용자동차 인권침해 백서 발간사)

여러 분야의 인권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공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감시‧비판하라고 만든 국가인권위원회마저 퇴행을 거듭했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21% 조직축소를 단행했고 '무자격자'란 별칭을 얻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임명됐다. 정권의 인권위 무력화는 현실이 되었고, 국가인권위는 피디수첩 사건, 촛불시위 등 정권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북한인권만을 유독 강조했다. 현병철은 이명박 정권 말기에 연임되기까지 했다.

5년 내내 국가인권위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끊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중 하나의 사건은 수상거부였다. 2010년, 국가인권위가 세계인권의 날에 수여하는 상을 받게 된 수상 예정자들이 "인권위는 상을 줄 자격이 없다"며 수상거부를 한 것이다.

인권에세이로 선정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많은 내용들이 '언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인권을 보장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애를 써야 할 국가인권위가 오히려 인권을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지금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찰할 의지가 생긴다면,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으며 현병철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은 받고 싶지 않다.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다. 나는 2010 인권에세이 대상 수상을 거부한다. (2010년 12월 7일, 인권에세이 대상 고3 김은총,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다")

그나마 우리를 술렁거리게 한 것은 '희망버스'의 출현이었다. 2011년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 만에 내려온 김진숙 씨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여러 차례 희망버스가 모여들었다. 왜 숱한 이들이 그 버스에 올랐는지를 김진숙 씨는 이렇게 얘기했다.

2차 희망버스 때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평택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물집이 터져 온통 상처투성이가 된 저 발들을 사진으로 보면 생각했습니다.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걸었을까? 15명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묻은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3차때는 우리 조합원들이 쌍용차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왔습니다. 지친 해고자동생의 자전거에 끈을 묶고 달리던 비해고자 형의 사진을 봤습니다. 형은 동생이 얼마나 안쓰러웠을까요. 동생은 형한테 얼마나 미안했을까요.최루액, 물대포를 맞고 곤봉에 찢겼던 그 무서운 밤을 보내고, 애가 타는 거리를 두고 돌아서야 했던 그 무참한 낮을 보내고, 다시와준 여러분 전 여러분이 참 눈물겹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같은 곳을 쳐다보며, 같은 기도를 올리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음이 이리도 간절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랑이 이리도 뜨거울 수 있을까요.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우린 당당했고, 저들은 초조해 했습니다. … 젊음이 희망을 이길 수 없듯이 돈에 대한 집착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생에 아무런 집착을 없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 사심없이 하나가 된 우리를 저들은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영세상인, 철거민, 비정규직과 해고된 노동자들, 장애인, 성적소수자, 여성, 등록금 많이 내는 학생들, 도처에 무너지고 짓밟히는 삶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탄압할 버스가 없었습니다. 부정과 부패와 파괴와 야만을 향해 질주하는 이 절망의 버스에서 내릴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야 우리는 비로서 우리손으로 새로운 버스를 장만했습니다. 희망으로 가는 버스, 미련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버스, 우리가 모두 주인이고 우리 모두가 승객인 버스. 희망버스 승객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길거리로 내몰린, 길거리에서 쫓겨다니는 우리 조합원들의 유일한 희망이고 간절한 기다림이었던 여러분. 평생을 일한 공장에서 내쫓고 그 노동자들을 서슴없이 외부세력이라 부르는 저들의 오만과 독선에 피멍이 든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퇴거 명령이 언제 집행될지 몰라 함께 모여 밤을 세우며 부업을 한다는 우리 가족들을 지켜주신 여러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머지않아 우리 모두 웃게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여러분들과 함께 얼싸안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2011년 7월 30일, 3차 희망버스 김진숙 지도위원 연설내용)

'혹시나, 혹시나' 하다가 '결국'이었다.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바위 발파가 시작됐다. 달려가 본 현장은 아비규환이었고 지금도 24시간 공사강행으로 아비규환일 것이다. 보다 못한 이들이 최근 11월 말에는 강정해군기지 예산안 통과를 막겠다고 한겨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머리를 깎고 단식노숙농성을 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났고 그 예산안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지가 새 정권이 내놓는 우리의 인권과 자연을 향한 대답의 시작일 것이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너는 부서지고 깨어져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너의 슬픔 너의 아픔 너의 피눈물 고통과 함께 한단다.~♬ ('강정아' 노래가사, 강우일 주교 글, 권성일 곡)

대선과 더불어 실시된 보궐선거로 당선된 서울시 교육감의 첫마디가 '학생인권조례를 시급히 손보는 것'이라 한다. 거리에서 학생인권조례 발의를 위한 서명 운동에 발을 동동거리며 갈증과 배고픔을 참던 숱한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9만 7천여 명의 주민발의로 성사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간단히 손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까지 통과된 마당이다. 인권에 대한 의무에는 '역행과 퇴행의 금지'라는 것이 있다. 지금 손보겠다는 인권의 주인인 아동이 이런 말을 했었다.

가끔 어른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먼저 다가서면 '넌 아직 애라서 안돼' 라는 말과 '넌 못 하는거야'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 저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많이 속상합니다.

저희 학교에 가난하고 약간의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난하거나 조금의 장애가 있는 친구를 오히려 도와주고 함께 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5학년 2반 회장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합니다.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 회장인데 모범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좋지만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를 하거나, 무시를 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는 나이도 어리고, 몸도 작고, 힘도 약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명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특히 소수자라고 따돌림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사람일수록 더 소중히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떤 어른들은 임신, 출산, 성적 지향 같은 말은 빼야된다고 했다고 합니다.차별받는 어린이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된다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어린이들 모두를 소중하게 대해주세요.우리 어린이들이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세요.우리 어린이들이 매일매일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우리 어린이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주세요. (2012년 10월 12일, '서울시 어린이 청소년 인권조례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초등학생 장준하)

지난 5년 숱한 장례식을 지켜봐야 했다. 23분의 쌍차 노동자와 가족들, 박지연, 황유미, 이윤정, 김주영 ….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노동자들과 활동보조인 없이 화마에 쓰러져 간 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살인단속에 쫓겨 다치고 병든 이주노동자들, 일제고사와 경쟁강화에 자살한 청소년들,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고 애도하지 못한 죽음, 살아 있을 때 그 손을 붙잡지 못한 죽음들이 너무 많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서울 대한문 앞에 '함께 살자!' 농성장이 들어선지 한 달이 넘었다. 이들의 요구엔 늘 '대선 이후에'란 답이 돌아왔다. 이제 그 때가 왔다. 이제 '이후'는 없다. 지금 우리의 삶이 요구하는 바에 대답해야 한다. '함께 살자'를 고민하면서 나는 아래와 같은 구호들을 지어보았다. 내 컴퓨터 한 귀퉁이에 저장돼 있던 것인데 오늘 아침 문득 열어보고 싶었다.

함께 살자! 서로 돌보자! 쫓겨난 이들을 제자리로!

상처뿐인 성장 그만하고 함께 살기 시작하자!승자독식 살인경쟁 그만하고 서로존중 시작하자!엘리트와 자본 정치 걷어내고 민심정치 시작하자.

노동자를 존중하자.비정규직 정리해고 그만하자.

청년을 존중하자.스펙경쟁 그만하고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

생명자연 존중하자.골프장, 송전소, 핵발전소 걷어내고 생태를 복원하자.

생명평화 존중하자.해군기지 중단하고 강정마을 살려내자. 대결안보 그만하고 평화안보 세워내자.

살림살이 존중하자.대기업의 폭식횡포 모든 살림 뒤흔든다. 영세상인 자영업자 골목에서 함께살자.

강제퇴거 금지하고 삶의 터전 존중하자.누군가 쫓겨나면 그 다음은 내 차례다.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자.구분 짓고 차별 말고 보편복지로 함께 살자.

밥이 하늘이다. 농민을 존중하자.농업포기 죽음이요 농업증진 살길이다.

대선이 끝난 아침에 급하게 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 예고 없던 방문객이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여기 오면 인권을 공부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겨울 동안에 준비하여 봄에 할 것이라고, 새봄에 공부 일정이 잡히면 꼭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갑자기 내 손가락을 잡아 걸더니 '꼭 약속한 거다'고 다짐하고 돌아갔다. 손가락을 건 그녀의 손이 따뜻했다. 하지만 나는 '과연 봄이 올까'하고 자문했다.

선거기간 동안 숱한 약속과 다짐이 있었다. 지키지 않는 게 차라리 좋을 약속도 있고 꼭 지켜야 할 약속도 있다. 그들이 약속을 내건 대상 속에 과연 나와 동료들이 끼는 사람인지 끼지 않는 사람인지조차가 고민이 되는 오늘이다. 잠시 후 평택 쌍용차 앞 송전탑에 올라있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러 가는 버스가 대한문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지금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나와 우리의 자리를 지키고 우리의 돌을 함께 굴리련다. 봄이 올까란 물음은 오래오래 간직한 채.

(이 글은 "MB정권 5년 동안의 외침들"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 을 찾아가면 됩니다.)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용감한 무죄 구형’, 동아일보는 “막무가내 검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31일자 기사 '‘용감한 무죄 구형’, 동아일보는 “막무가내 검사”'를 퍼왔습니다.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 상부 지시에 저항해 문 걸어 잠그고 구형 논란

1962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윤아무개씨에 대한 재심 사건. 지난 28일 열렸던 결심 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이 적절하게 선고해 달라”고 구형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공판 검사인 임은정 검사가 무죄를 구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임 검사가 소속된 공판2부는 회의를 거쳐 공판 검사를 다른 검사로 교체했다. 그런데 임 검사가 이를 무시하고 재판에 참석해 무죄를 구형해 논란이 되고 있다.

31일 조선일보는 “새로 사건을 맡게 된 검사는 임 검사가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임 검사가 공판에 자신 대신 출석하기로 했던 검사가 읽을 수 있도록 법정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놓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임 검사는 구형을 하러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 “당연히 무죄가 나올 사안이고 담당 검사로서 (상부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됐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공론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임 검사는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며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자 곧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임 검사의 돌출 행동에 대한 평가는 신문 마다 다르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절차적으로나 내용상 위법한 지시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사안까지 무조건 무죄를 구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사건처럼 무죄가 예상되는 재심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를 해달라’는 통상 의견을 구형을 대신한다”면서 “‘이번에는 법원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라고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 12월31일 10면.

동아일보는 어차피 무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보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고 조선일보는 무죄를 구형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 다른 발언을 인용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두 신문 모두 임 검사가 절차를 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어차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큰데 임 검사가 너무 나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조선일보는 무죄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겨레는 “검찰은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구형한다”고 밝혀 공판2부 부장검사와 임 검사가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재심사건 검사, 용감한 무죄 구형”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경향신문은 임 검사가 공판2부가 아니라 공안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결심 공판에 다른 검사가 출석할 예정이었던 건 검찰 공안부와 임 검사의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정 검사. 임 검사 미니홈피 캡처.

임 검사의 돌출 행동은 상부의 지시와 절차를 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막무가내 검사”가 되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용감한 행동”이 된다. 경향신문 제목은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인데 중앙일보 제목은 “검찰 방침에 반발, 다른 검사 출입 막고 무죄 구형한 검사”다. 한쪽에서는 공안부에 맞선 용감한 검사로,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검사의 출입을 막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느낌으로 포장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중앙지검 관계자는 “근거법의 위헌 등이 내려진 확실한 사안에는 무죄 구형이 옳겠지만 검찰의 공소유지 등 전체 기능을 생각한다면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사안까지 무조건 무죄를 구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검찰 내부의 복잡한 반응을 전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임 검사가 검찰 게시판에 남긴 글에 달린 댓글에는 "소신대로 하는 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절차도 중요하다", "검사님 의견에 많이 찬성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다시 판단하셨으면 한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정 검사는 지난 9월 민청학련 사건 재심 때 무죄를 구형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임 검사는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간 사람들, 몸을 불살라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고 구형 취지를 밝혔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MBC, 다시 살아날 것"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28일자 기사 '"MBC, 다시 살아날 것"'을 퍼왔습니다.
[인터뷰]170일 파업 첫 해고자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

2012년은 MBC 역사에서 길이 남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지난 1월 25일 보도국 제작거부로 촉발된 파업이 170일 간 이어졌다. 하지만 파업의 효과는 미비했다. 더 이상 편파보도를 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파업으로 이어졌지만 파업 기간 중이었던 4.11총선 기간동안은 물론이고 파업 이후 18대 대선기간에도 MBC의 편파보도는 극에 달했다. 대선 이후에도 그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MBC는 파업의 여파로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해고, 정직, 교육발령, 부당전보 등으로 현업에서 쫓겨난 상황이다. MBC 상황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물어보기 위해 170일 파업 기간 동안 가장 먼저 해고됐던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을 지난 26일 만났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올 한해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현재 MBC는 삼류방송으로 전락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면서도 "경영진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 ⓒ미디어스

이용마 홍보국장은 MBC 사태 해결을 위한 가장 시급한 조치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꼽았다. 이 홍보국장은 "김재철 체제가 유지되는 한 MBC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MBC 내부는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불참자 간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 조직 내부의 반목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람들이 사장이나 경영진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방송 논의, 신중하게 접근해야"

대선 이후 국민의 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 이유는 대선 기간 동안 공영방송인 KBS나 MBC가 편파방송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대선기간동안 공영방송은 사실상 국영방송이었다"면서 "철저하게 여당과 여당 후보를 위한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방송 실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방송국을 만든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번 선거에도 SNS를 통한 소통은 대단히 활발했지만 제한된 사람들 간의 소통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부분을 넘어서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이 홍보국장은 "또 다른 점은 그럼 MBC나 KBS를 다 포기할 거냐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공영방송들이 충분히 제목소리를 낸 측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버릴 것이냐는 딜레마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MBC 민영화되면 정치·경제 권력 눈치 볼 수 밖에 없을 것"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MBC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회사인 iMBC 주식이 급등했다.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게 민영화"라면서 "여당 내에서 MBC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민영화가 되면 정치권 뿐 아니라 기업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그 동안 본인의 맨얼굴을 드러내 버렸기 때문에  정부가 그대로 안고 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누가 사장을 하던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진 상황들을 해결해야한다. 노사 모두 이런 관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saveourmbc) 캡쳐

대선 후 MBC 노동조합 공식 트위터에는 트위터리안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그 동안 MBC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우리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그렇다고 MBC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 제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니 조금만 더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용마 홍보국장과의 일문일답

- 2012년은 MBC 역사에 길이 남을 해 인 것 같다. 평가를 해본다면?
파업을 시작할 때 이렇게까지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92년 50일 파업 기록은 깰 것 같다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길어져도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노사 대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특히 총선에서 여당이 이긴 뒤로는 전혀 대화 의지를 안 보였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재 MBC가 삼류방송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은 경영진이 회사에 대해 조금만 애정이 있었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 올해 170일 동안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편파 보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업 이 후 오히려 보도의 편향성이 심해졌다. 그 기조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우리가 파업을 하게 된 계기가 편파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그리고 보도국의 사회, 정치, 편집부장을 교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단협에 나와있는 규정에 의해 정당하게 문책을 요구한 것이었지만 김재철 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 이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어떤 형식이 됐던지 간에 김재철 사장이 교체를 했다. 하지만 편파보도의 직접 당사자인 김장겸 정치부장은 끝까지 함께 가고 있다. 이것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지 여당이 선거를 이길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지가 회사에 대한 애정보다 훨씬 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파업 복귀 이후 오히려 (편파보도가)더 심해진 것이다. 파업 복귀 이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MBC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사측이 오히려 즐긴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 지난 3월8일 서울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열린 '방송3사(MBC, KBS, YTN) 공동파업 집회'에서 MBC노조원들이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 2008년 촛불 국면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방송이 MBC다.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MBC가 현재는 가장 큰 지탄을 받고 있다. 김재철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이렇게까지 무너지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없었을 것인데 외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였던 것은 아닌가?
사실 ‘왜?’라는 부분에 대해 해답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모든 인사권을 가진 사장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서 간부들도 줄줄이 바뀌면서 이 사태까지 왔다.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 파업에 불참했던 일부 사람들과 파업에 참여 했던 대다수가 완전히 갈라져서 서로의 반목과 분열, 갈등이 MBC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일 것 같다. 참 심각하다. 공영방송 MBC를 어떻게든 회복해 보려고 한 권력 없는 다수가 파업이라는 극한적인 수단을 동원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버티기에 의해 결국은 처참하게 뭉개진 현실이 돼 버렸다.
사전 조치인 국장 임명 동의제  같은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으면 하는 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지금 있는 제도는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문책 요구를 하면 보직 변경을 해야하는 사후적인 조치들이다. 과거에는 노사간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화가 통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가지 못했다. 물론 김재철 사장이 안 지키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다.
- MBC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급선무는 김재철 사장 퇴진이다. 내가 볼 때 김재철 체제가 유지되는 한 MBC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구성원들로부터 신뢰 받는 사람이 사장이나 경영진이 돼야한다. 지금 경영진은 김재철 사장은 물론이고 본부장들도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자기들이 수습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을 특별채용한다는 것도 어떻게든 살아남아보자는 꼼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김재철 사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그 임기를 다 채우게 되면 공영방송 MBC는 그 사이에 진짜 망할지도 모른다.
신뢰받는 사람들이 임원으로 선출되면 현재 본래 업무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지 구성원들도 경영진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인데 지금은 그것이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대선이 끝난 후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익재단 형태의 새 방송매체 설립을 추진하는 뉴스타파 시즌3과 (가칭) 크게 두 가지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현실성으로 볼 때 방송국을 만든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는 있다. 지금 뉴스타파를 매일 방송 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인터넷을 통한 뉴스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SNS를 통한 소통은 대단히 활발했지만 제한된 사람들 간의 소통이라는 점이 존재한다. 그것을 넘어서야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 다른 점은 그럼 MBC나 KBS를 다 포기할 거냐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시절에는 공영방송들이 충분히 제목소리를 낸 측면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 버릴 것이냐는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방송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배경은 이해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하지 않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대선 기간 동안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인 것 같다. 
대선기간동안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이 아닌 사실상 국영방송이었다. 철저하게 여당과 여당 후보를 위한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고 본다.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이런 나팔수 역할을 하면 간부들이 후배들한테 미안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안해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앞장서서 하지 않냐. 특히 MBC는 ‘여기봐주세요’라는 차원에서 그 어떤 곳보다 앞장서서 박근혜 후보를 위한 편파방송을 했다. 앞으로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독한 편파방송을 했고 평가하기조차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 파업이 후 본업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MBC 조합원들 ⓒMBC노조

- 대선 후 iMBC 주식이 상한가를 치는 등 MBC 민영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강릉-삼척 통폐합도 민영화와 관련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민영화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게 민영화다. 여당 내에서 MBC 민영화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는 데 진짜 심각한 문제다. 민영화가 되면 가장 나쁜 점은 방송사 운영자체가 기업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익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비판적인 보도를 못하게 막을 것이다. 또 정치권의 눈치도 봐야한다. 재허가권을 쥐고 있지 않느냐. 쉽게 말해서 사회적 약자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힘 있는 정치·경제 권력의 눈치를 끊임없이 보게 될 것이다. 
우리 구성원들의 다수는 지금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민영화 이야기가 나온다면 다수 의지와 반하기 때문에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MBC 올해 광고 매출이 작년대비 1,000억이 넘게 떨어졌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파업 기간 보다 그 이후에 광고가 더 많이 떨어졌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노조의 파업보다 회사의 경영능력의 문제다. 그리고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임금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로 인해 회사에 세이브된 돈이 파업 기간 동안 광고를 놓친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파업 이후다. 노조가 업무복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에서 편가르기 인사를 통해서 상당수의 능력 있는 기자, PD, 아나운서를 외부로 쫓아냈다. 그래서 회사의 경쟁력과 시청률이 떨어지고 광고 수주율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부 빼버리고 무조건 노조 탓만 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노조에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을 한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한다. 노조가 파업해 광고 수주가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회사 경영진이 할 말이 아니라 제 3자가 노조 욕을 할 때나 하는 이야기다.
-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김재철 사장이 그동안 본인의 맨얼굴을 드러내버렸기 때문에 김 사장을 그대로 안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사장을 하던 회사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진 상황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노사 대립이 극한적으로 진행되어왔는데 이제는 이런 관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경영진도 노동조합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물론 회사가 지금처럼 노조를 배제하는 일방통행 기조를 유지하면 불가능하겠지만 회사를 조금이라도 정상화하려고 한다면 상황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선이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위로의 말을 전한 분들이 많았다. MBC를 응원하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가 오히려 미안해 해야되는데... 그분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MBC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그동안 받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가 제대로 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서글프다. 오죽하면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냐. MBC가 여기서 끝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제자리를 찾기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니 MBC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당신이 지금 교사라면, '스마트폰 절도' 생활기록부에 적겠습니까?


이글은 2012-12-30일자 기사 '당신이 지금 교사라면, '스마트폰 절도' 생활기록부에 적겠습니까?'를 퍼왔습니다.
[학생부장일기37] 학교생활기록부 인플레를 벗어나려면

겨울방학이다. 보충수업에다 자율학습까지 학기 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일과지만, 아이들에게 방학은 지난 1년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학교 공부 때문에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과외 활동을 짬을 내 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이기도 하니, 아이들에게 방학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활력소다.

교사의 방학 일정 또한 수업을 하고 자율학습을 감독해야 하는 처지니 아이들과 대동소이하지만, 방학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매우 중요한 업무가 몇 가지 있다. 올해 수업을 반성하고 다음 학년도 수업을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업 능력 함양과 생활지도 방법에 관련된 다양한 연수에 참여하는 일도 방학이 아니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챙겨야 할 게 바로 아이들의 1년간의 생활을 담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작성하는 일이다. 주로 담임교사에게 부과된 일이긴 하지만, 생기부의 영역에 따라서는 학교의 모든 교사의 원활한 협조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학교의 사실상 유일한 공식적 기록이므로,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신경이 곧추서게 된다.

주소나 가족사항 같은 개인정보와 출결상황을 확인하는 것부터 진로희망·수상과 봉사활동 실적·학업성적·독서활동기록... 나아가 행동발달상황과 종합의견에 이르기까지 점검하고 기록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생 개인의 학교생활 일체가 총망라돼 있는 것인데다 대학입시에 우선 반영되는 중요한 판단자료인만큼 오타 하나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확인한다.

있는 그대로 적었을 뿐인데 '막말' 하는 학부모


▲ 체벌이 사라진 현실에서 교사로서 생활기록부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되기도 한다. ⓒ sxc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저녁시간인데도 퇴근하지 않고 책상 위에 관련 자료를 수북이 쌓아놓고 일일이 확인하면서 생기부에 입력하는 교사들을 보노라니 몇 해 전 생기부로 인해 겪은 가슴 아픈 경험이 떠올랐다. 제자와 그의 부모가 생기부에 기록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일이다. 그 아이의 1학년 때 담임이었는데, 2년이 지나 졸업을 앞두고 원서를 쓸 즈음 자신의 생기부 출력물을 들고 부모와 함께 다짜고짜 찾아온 것이다.

내용인즉슨 이랬다. 그 아이는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교내외의 각종 경시대회 실적도 많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생기부 기록 내용이 풍성했다. 그런데, 그의 생기부의 유일하다시피 한 '흠'이 있다면 지각이 많고 다른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기록이 남았다는 점이다. 1년 내내 아침 조회가 시작된 다음 등교하기 일쑤고, 청소시간에 무슨 일이 맡겨지든 제대로 해내는 법이 없었으니 그렇게 적은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와는 같은 청소구역을 맡지 않길 바랐고,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되면 그냥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의 몫을 다른 친구들끼리 나눠서 했다. 그러면서도 수행평가 보고서를 집에 두고 올라치면 감점당하기 싫어 점심시간에도 밥을 굶은 채 외출증을 끊어 집에 다녀오는 열의를 보이는, 거칠게 말하자면, 철저히 제 잇속만 챙기는 그런 친구였다.

학년 말 생기부에 '있는 그대로'를 적었다. 아무렴 미우나 고우나 담임교사였는데, 이기적이라든지, 게으르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며 직설적으로 기록할 수는 없었다. 그저 지각이 많았다는 사실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다소 부족하다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것들만 보완된다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적었다.

그런데, 그와 부모는 '어찌 담임교사가 자신이 교육한 제자에게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쓸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그것도 50년 동안 보존되는 법정 장부인 생기부에. 화를 억누르지 못한 탓인지 '아이의 앞으로의 인생이 이것으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되면 당신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막말'도 쏟아냈다.

너무나 안타깝고 솔직히 적잖이 화도 났지만 정중한 자세로 요구를 거절했다. 2년 전의 기록인데다 사실을 왜곡한 것도 아니니 수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아이 담임교사 시절 또래 친구들 대부분과는 지금까지도 이따금 전화를 주고받는 등 돈독한 사제관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아이와는 연락이 끊겨버렸다.

그때는 아이와 부모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 옳았다고 확신했지만, 솔직히 지금이라면 많이 망설였을 것도 같다. 생기부의 기록 역시 교육 행위의 일환일진대, 그것으로 아이의 습관과 행동이 교정될 수 없다면 사제간의 '감정의 앙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교사의 한결같은 바람일 텐데, 생기부 기록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을 낙인찍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학교생활기록부식 표현 : 소심하다 → 신중하다나태하다 → 여유로운 성격 지녔다이기적 성격 →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 다른 것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

체벌이 사라진 현실에서 교사로서 생기부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소란스러운 학급 분위기를 다잡을 때도, 몇몇 막 나가는 아이들을 겁줄 때도 "학년 말 생기부 기록할 때 보자"며 을러대는 건 나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 순간을 제어하려는 '협박성 멘트'일 뿐 실제로 학년 말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1년 내내 담임을 괴롭힌 몇몇 아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벼르고 있다가도, 실제로 생기부를 정리해야 할 학년 말 컴퓨터 자판 앞에만 앉기만 하면 화가 봄에 눈 녹듯 풀려 버리곤 한다. 인지상정인지는 모르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담임교사가 아무리 제자가 못마땅하기로서니 어떻게 나쁘게 적겠느냐는 '자기 검열'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심하다는 '신중하다'로, 나태하다는 '여유로운 성격을 지녔다'라고 적고, 이기적인 성격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 다른 것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고 표현하고, 괴팍하고 엉뚱한 경우에는 '창의력이 뛰어나고 용기 있다'고 기록한다. 수업 시간 떠들지 않으면 '집중력이 좋은 것'이고, 무슨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이라고 적는다.

한창 커가는 아이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고 편향된 까닭에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이를 흔히들 '생기부 인플레'라고 부른다. 이러다 보니 몇몇 머리 굵은 아이들은 담임교사는 물론, 교과 담당 교사들을 찾아가 자신의 생기부에 이렇게 적어달라며 내용을 꼼꼼하게 적은 메모지를 건네기도 한다.

교사 입장에서 생기부에 어떻게 적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 입장에서야 제 입맛에 맞는 내용이 기록되는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의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만한 내용을 생기부에 적는다는 것이 황당할 뿐만 아니라, 교사 고유의 평가권이 훼손되는 것이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너진 생기부 신뢰도, 해법은...

일각에서는 고등학교 생기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들 한다. 그것은 일선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 부풀리기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단순히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인플레'로 인해 여러 생기부 기록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판에, 계량화된 성적조차 부풀려지면 도대체 입시전형에서 뭘 보고 판단하느냐는 볼멘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애먼 고등학교 교사들만 탓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우선 생기부 자체의 한계가 뚜렷하다. 일례로 특정 과목을 한 학기에 끝마치는 집중이수제 등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반영해내기 어렵다. 말하자면, 단위 학교마다 학년별 교육과정 운영이 차이가 생기는데, 전학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행정적으로야 뭘 못할까마는 교육적인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생기부의 독서활동기록 영역은 교사에게는 다소 황당한 업무다. 수많은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일일이 확인하고 수준을 점검해 교사의 시각에서 기록한다는 건 애초 무리다. 고작 아이들이 남긴 괴발개발 독후기록에 짧은 평을 다는 수준이거나, 아예 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줄 수밖에 없다. '독서활동기록 자체가 소설'이라는 말이 떠도는 이유다.

생기부의 봉사활동영역도 '봉사'의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시간 기록'만 남은 지 이미 오래다. '확인서'야 마음만 먹으면 어느 기관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입시를 위한 의무화된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는 식은 죽 먹기다. 소중한 가치를 상실한 채,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생기부 기록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다. 어디 이뿐일까.

이러한 생기부 기록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변화해야 한다. 우선 오직 입시전형자료로 쓰기 위해 대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계량화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학교 안팎의 교육활동 일체를 점수화하려는 순간, 추구해야 할 가치는 사라지고 숫자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성세대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편견을 벗어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미성숙한 존재라며 아이들에게 투표권도 주길 꺼려하면서, 학창시절의 그릇된 습관과 치기, 심지어 실수 한 번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건 누가 봐도 잔인하다. 코흘리개 아이도 우리 사회는 한 번 낙인찍히면 재기가 불가능한 곳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이걸 대체 기록할지 말지 확신이 안 선다며 한 동료교사가 도움을 청해왔다. 학급 아이 하나가 스마트폰을 훔친 죄로 선도위원회에 회부돼 닷새간 일과 중에 교내 청소를 한 사안이다. 이미 깊이 뉘우치는 데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용서를 한 마당이지만,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저 교과부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며 강조하는 학교폭력과는 다른 사안이라고만 말하고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생기부에 '절도'라는 두 글자를 주홍글씨처럼 남길 수도, 그렇다고 아이들의 잘못에 대해 무턱대고 용서, 곧 기록상 묵인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고민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서부원(ernesto)

MB정부 최근 2년 새 ‘공공기관 낙하산’ 250여명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30일자 기사 'MB정부 최근 2년 새 ‘공공기관 낙하산’ 250여명'을 퍼왔습니다.

ㆍ내년 177곳 367명 임기 종료ㆍ새 정부, 임명방식 바뀔지 주목

2012~2013년 사이 정부 부처에서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 2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청와대 출신 인사는 40명에 달했다. 각 기관의 감사는 감사원과 군 출신이 가장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내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은 177개 기관에 367명이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를 연합뉴스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정보를 공개한 287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상임이사 가운데 청와대 출신 인사는 4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0명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지난해 이후 임기가 시작됐다.

기관장은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정무1비서관),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전 대통령실장),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전 방송정보통신 비서관), 최찬묵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 등이다. 감사는 19곳에 청와대 또는 대통령 직속기구 출신이 포진했다. 올 하반기에만 한국영상자료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예탁결제원에 9명이 감사로 취임했다.

나머지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은 담당 정부부처 출신 공무원이 대부분 차지했다. 공무원 경력이 확인된 인사만 251명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32개 공공기관에는 국토해양부 출신 공무원 30명이 기관장·임원으로 임명됐다.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6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에도 공무원 출신 22명이 임명됐다. 육·해·공군, 감사원,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옛 재정경제부 포함), 교육과학기술부도 10명 안팎의 공무원 출신 기관장·임원을 배출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정수장학회, 약속 깨고 이사 2명 연임”


이글은 한겨레시ㄴ문 2012-12-30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약속 깨고 이사 2명 연임”'을 퍼왔습니다.

박근혜·최필립 이사장때 선임된
김덕순·신성오 이사 연임 방침
김지태씨 유족 “우리와 협의 약속 깨
”시민단체 “박 당선인, 사회환원을” 

정수장학회가 5명의 이사진 가운데 최근 임기가 끝난 이사 두명의 연임 방침을 사실상 확정해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요구해온 언론·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은 그동안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장학회 이사진의 전면 교체를 요구해왔다.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은 3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5일 임기가 끝난 김덕순·신성오 두 이사에 대해 “연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00년 12월, 신 이사는 박 당선인의 후임인 최필립 현 이사장이 장학회를 이끌기 시작한 2005년 5월 이사진에 합류했다.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의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지난 27일 “이사를 새로 선임했든 기존 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든 이는 교육청 승인 사항인데, 아직까지는 정수장학회로부터 이사취임 승인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수장학회 이사진 전면 교체와 장학회 이름 변경 등을 요구해온 김지태씨 유족과 공대위는 정수장학회의 이런 태도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이사 두명의 임기 만료로 이사진 교체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는데도 기존 이사를 그대로 연임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최필립 이사장은 지난 5월, ‘대선 직후 임기가 끝나는 이사 두명의 후임을 선임할 때 유족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방적 연임 결정은) 최소한의 신의마저 깨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추혜선 정수장학회 공대위 사무총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직전 최 이사장 사퇴를 포함한 이사진 교체와 장학회 이름 변경 등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만큼 이제는 당선인으로서 좀더 책임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정수장학회가 기존 이사의 연임을 강행하는 등 사회환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의 해결을 본격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박근혜 '정리해고 자제' 발언, 현대차 비정규직에서 증거 보여라


이글은 레디앙 2012-12-28일자 기사 '박근혜 '정리해고 자제' 발언, 현대차 비정규직에서 증거 보여라'를 퍼왔습니다.
[현장편지] 경제위기 오면 비정규직 대량해고 … 현대차 비정규직 경제민주화 시금석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주실 것을 부탁한다.”
12월 27일자 신문에는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리해고 자제를 요청했다는 기사로 도배되었습니다. 재벌 2·3세가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발언도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주요 언론들은 박근혜 당선자를 ‘대기업 프렌들리’의 이명박과 비교하며 ‘중소기업 대통령’이라고 칭했고,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박근혜의 정리해고 자제 발언은 대선 이후 단 일주일 만에 다섯 명의 노동자가 한 조각의 희망도 발견하지 못하고 ‘죽음의 벼랑’으로 뛰어내린 사건을 밀어내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재벌이 정리해고 자제 발언에 긴장하지 않는 이유

그런데 말입니다. 높으신 ‘재벌 회장님’들께서 박근혜 당선자의 정리해고 자제 발언에 긴장하셨을까요? 부유세 때문에 외국으로 떠난다는 프랑스 부자들처럼 앞으로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며 걱정하셨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미 노동자의 55%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무 때나 쓰다 버릴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경제위기로 자동차나 배가 팔리지 않고 핸드폰이나 TV 판매가 감소해도 일단 사내하청 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직을 대거 잘라내면 되는데 왜 긴장하겠습니까?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한반도 덮쳤을 때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자동차는 1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쫓아냈습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같은 조선소에서도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잘려나갔습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말입니다.

2008년 경제위기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간 사내하청

박근혜 당선인의 말처럼 “사회양극화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이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없이 경제민주화는 없습니다. 이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에 현대자동차가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두 번이나 승소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체감기온 영하 20도를 밑도는 40m 철탑에 매달려 70일이 넘도록 절규하고 있는 곳, 바로 현대자동차입니다.

 
12월 7일 현대차본사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집회(사진=노동과세계)

박근혜 당선자가 전경련에 가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만나던 날, 현대자동차에서는 연내에 비정규직 문제가 타결될 것이라는 소식이 현장을 휩쓸었습니다. 회사가 12월 27일 15차 교섭에서 정규직화 방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2016년까지 8천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3,500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사내하청 경력과 근속을 인정하고, 규모를 4,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최종안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노사 간의 핵심 쟁점인 신규채용이냐 정규직 전환이냐의 논란을 정리하고 근속을 인정하는 신규채용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2016년까지 사내하청 50% 근속 인정한 신규채용?

그러나 2010년 7월 22일과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조립생산에서는 합법적인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내 도급 즉, 사내하청은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의 생산 공정에는 사내하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해법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현대자동차에 사내하청을 사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직접 생산 공정이든 간접 생산 공정이든, 1차 하청이든 2~3차든, 2년 이상 근무자든 2년 미만이든 사내하청이라는 ‘불법’ 노동을 중단하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해 8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에는 10조가 넘는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자동차에게 이 비용은 ‘껌 값’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마치 자신들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있는데, 비정규직노조에서 ‘전원 정규직화’만 고집하고 있다며 연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불법을 하지 않으면 되지, 무슨 양보를 한다는 말입니까? 다 같이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데 누구는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누구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말입니까?
법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아동노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하고, 인신매매를 하면 안된다고 판결하면, 협상을 해서 일부는 아동노동과 인신매매를 하고, 일부는 불법을 중단하라는 겁니까?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 사용 금지

현대차가 신규채용에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속을 인정하는 신규채용이 노사합의가 된다면 최소한 네 가지를 얻게 됩니다.
첫째,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불법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했다는 사회적 비난에서 벗어나게 되고, 노사합의를 통해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은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둘째, 정규직 정년퇴직으로 인한 인원 부족을 숙련된 사내하청 노동자로 채우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사회적 여론을 얻고, 신규채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언론에 홍보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노사합의를 통한 공정재배치를 통해 4천명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 시비에서 벗어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야금야금 더 많은 사내하청을 공정으로 들여올 수 있고, 경제위기를 이유로 언제든 자를 수 있습니다.
넷째, 골칫거리인 비정규직노조가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사 맘대로인 채용기준에 따라 지난 10년 동안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핵심이었던 간부들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정규직에서 제외된 활동가들은 조용히 해고시키면 됩니다.

근속 인정 신규채용으로 현대차가 얻는 것은?

그러나 27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사 교섭을 막아 노사합의에 대한 회사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연말 노사 대타협을 통해 박근혜 당선자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고 싶었던 정몽구 회장의 기대는 물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노사합의에 실패한 현대자동차는 일방적인 신규채용을 강행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징계와 해고를 통해 핵심 조합원들을 협박할 것입니다. 회사는 늘 그랬듯이 전직 노조 간부들을 회유해 조합원들을 흔들고, 정규직노조를 통해 비정규직노조를 고립시킬 것입니다.
비정규직 교섭위원들이 반대해도 다수결로 노사합의를 강행하겠다고 협박했던 현대차 정규직노조 문용문 지부장은 이날 “교섭 봉쇄는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긴급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때마침, 울산지방법원은 송전철탑 농성을 중단하지 않으면 1인당 하루 30만원을 한국전력에 지급하고, 현대차의 동의 없이 철탑 아래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고, 철탑 아래 천막을 모두 철거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권력 투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느 때보다도 힘든 겨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둠이 깊어갈 수록 새벽은 가까이 온다고 했습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고, 불의가 정의를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대법원 판결조차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재벌, 법 위의 현대차에 맞선 싸움의 아름다운 결말의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절망과 한숨 속에서 살아가는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