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비등점에 달한 한국판 월가점령시위

이글은 대자보 2011-10-18일자 기사 '비등점에 달한 한국판 월가점령시위'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정치권력과 관료집단, 경제체제 공정성과 공공성 무너뜨려

자본주의의 탐욕과 모순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의 2009년작 영화 ‘자본주의 : 사랑 이야기’(Capitalism : A Love Story). 무어는 이 영화에서 당신이 나서 자본주의를 모든 사람에게 좋은 그 무엇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으로 말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과 수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삼킨 은행건물들을 ‘범죄현장 출입금지’라고 쓴 노란 테이프로 둘러치고 나서 호소한다. “이 영화를 본 여러분이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제발 서두세요.” 

월가의 금융체제는 부패와 불의가 넘쳐나고 구제불능이란 그의 진단이 2년이 지나서 미국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것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로 나타나고 있다. 그 동력은 바로 무어의 호소에 대한 직접적-적극적 호응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월가로 쏟아지더니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타고 분노의 물결이 미국을 넘어 이제 거대한 지구적 연대의 격랑을 일으킬 기세다. 15일 세계 80여개국, 900여개 도시에서 일어난 신자유주의 반대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로 확산됐다. 

이 나라 금융의 심장부인 여의도의 탐욕은 훨씬 심각한다. 1997년 11월 터진 금융위기에 이은 외환위기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불렀다. 그것은 국가경제의 파탄을 의미하며 그 발단은 금융의 집단부실화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대량실업, 연쇄도산, 가계파탄, 물가폭등, 세금증가, 소득격감에 따른 고통을 겪었으며 아직도 그 연장선상에서 시름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계에 투입했으나 눈먼 돈으로 알고 흥청망청했다. 공적자금=공짜자금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 탓에 공적자금 회수율이 대단히 낮다. 1997~2002년 무려 168조6,000억원이나 퍼부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회수율이 60.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제일-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라 2009~2011년 5조9,801억원을 투입했지만 회수율이 고작 16.7%이다. 2008년 이후 저축은행에 투입된 자금만도 14조3,637억원인데 더 집어넣는다니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회수할지 의문이다. 그 이유는 정책실패-경영실패를 문책하지 않고 정권의 낙하산을 포진시켜 금융감독체제를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IMF 사태의 책임자들을 오히려 중용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연명해온 금융계가 파산위기를 넘기자 연봉잔치, 배당잔치에 신이 났다. 2006~2010년 7대 시중은행이 32조3,8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그 중 10조5,28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32.5%라는 고율배당에 따라 사내유보가 부족하자 2009년 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금년에도 사상최대인 20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비판여론을 의식하는지 고액연봉을 쉬쉬한다. 연봉이 아닌 월봉이 10대 증권사 등기이사가 7,700만원, 5대 은행 등기이사가 4,500만원 수준이다. 금융그룹 회장 연봉은 어마어마하다. 국민 5억원, 신한, 우리 각각 6억원, 하나 3.5억원, 농협 4.5억원 등이다. 여기에다 성과급, 업무추진비, 스톡옵션 등을 합치면 그 규모는 정말 엄청날 것이다. 

영업수법이 약탈적이다. 예금이자는 깎고 대출이자는 올려 예대마진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떼돈을 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지침이 나오자 예대마진을 더욱 늘리고 있다. 온갖 명목을 붙여 수수료를 뗀다. 수수료 항목이 평균 138개라고 한다. 우리은행은 무려 195개나 된다. 4대 은행의 최근 4년간 당기순익의 평균 57%가 수수료 수입이라는 것이 금융소비자연맹의 주장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금융횡포이다.

이 나라의 정치권력과 관료집단이 독점자본의 보호막으로 전락함으로써 경제체제가 공정성과 공공성을 잃어버렸다.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규제와 견제를 해체함으로써 시장만능주의가 금융과 자본의 탐욕을 키운 탓이다.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탈, 임의적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사학재단의 상업화 등등에 대한 분노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집단요구,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이명박 정권은 한국경제를 미국에 종속화시키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목을 매고 거꾸로 간다. 농촌경제를 파탄내고 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터인데도 말이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규탄하는 함성이 정치판세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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