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사설]세계는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6일자 사설 '[사설]세계는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미국 뉴욕 금융가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불과 한 달 만에 들불처럼 세계 주요 도시로 번졌다. 그제 82개국 951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금융자본가의 탐욕과 날로 심화하고 있는 빈부격차를 고발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지구촌 사람들의 동시다발적 시위다. 세계를 휩쓴 ‘반(反)월가’ 시위가 자본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듯하다. 

시위대들의 목소리는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기본 방향은 대동소이하다. 상위 1%는 흘러들어오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는데도,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중산층은 소득이 줄어들며 몰락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위 1%는 사회 정의에 반해 부를 축적했다. 국민의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자본가들이 엄청난 보수를 챙겨가는 데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시위대의 눈은 민주주의 위기로 향하고 있다. 유럽 각국 사람들이 모인 벨기에 브뤼셀 시위에서는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현재의 경제불평등 현상이 계속될 경우 민주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위대는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궂은 날씨로 서울 여의도와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는 불과 수백명이 참가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그 취지에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안겨준 경제불평등의 문제점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심각하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는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이 회원국 31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소득 변화는 경제불평등 심화 현상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2005년과 2009년 월급쟁이의 소득을 비교하면 상위 20%의 소득은 4년 동안 4.5%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10.7% 감소했다. 높은 대외경제의존도와 금융기관의 횡포가 한몫했다.

민주주의는 모순을 고칠 수 있는 자기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유지해온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자기치유 능력으로 모순을 해결하고 끊임없이 변신해왔다. 현 시점에서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반월가 시위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경제불평등 시정을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각국은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세계가 안고 있는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조속히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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