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사설]방송 광고시장 혼란이 이 정권의 속셈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8일자 사설 '방송 광고시장 혼란이 이 정권의 속셈인가'를 퍼왔습니다.
SBS가 독자적 광고영업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엊그제 SBS 모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발표에 따르면 독자적 미디어 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통해서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민영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 같지만 사실상 광고 직거래 선언이다. 방송사가 자회사 미디어렙을 갖는 것은 직접 광고영업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민영 지상파 방송이 독자적 광고영업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올해 말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방송을 시작하는데도 이 정권이 미디어렙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룸으로써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자 취해진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 이제 공영방송 MBC까지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통해 직접 영업에 가세할 공산이 커졌다. 이렇게 지상파가 종편 출발을 틈타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것은 공영성을 외면한 자사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4개나 되는 종편이 마음대로 독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상파의 위기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나도록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방송광고는 사실상 무법상태에서 방송통신위의 행정권고로 규율되는 형편이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종편으로 귀착된다. 이 정권은 무슨 속셈인지 순수한 광고시장 논리만으로도 잘해야 1~2개가 살아남을 종편을 4개나 허가했다. 그리고 많은 특혜를 누릴 종편의 광고를 지상파와 같이 미디어렙 체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주장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러면서 신생매체이므로 독자영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마저 무시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반칙은 반칙을, 무리는 무리를 낳는다. 지금 우리는 미디어 시장에 폭풍전야와 같은 불길함, 불안감이 떠돌고 있음을 감지한다. 정권 안위에 도움이 되는 신문들에 선물을 안기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종편 장난’이 거대한 역풍을 부르고 있다. 우선 방송광고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차적으로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등 중소방송사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여론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다. 또 방송의 공공성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될 것이다. 미디어렙은 방송사가 광고주한테 압력을 가하거나, 광고주가 방송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이 체제가 일거에 무너지게 됐다. 나아가 미디어 생태계는 승자독식의 정글로 변할 것이다. 이런 것을 미디어산업 선진화, 여론 다양성 확보라고 믿는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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