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사설]‘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4일자 사설 '‘안철수 지원’ 비판만 말고 성찰의 계기 삼아야'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해 응원 편지를 전달하고, 선전을 당부했다. 전날 예고한 대로 박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야권은 반색했고, 여권은 반발하고 있다. 막판까지 ‘안철수 논란’이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안철수’에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든, 야든 정당들이 이토록 왜소해진 선거판이 있었을까 싶다.

사실 안 원장의 지원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난 9월 초 안 원장이 시장 출마를 검토할 당시 내놓은 변이 현 집권세력, 즉 한나라당의 확장성 반대였다. 이번 보궐선거가 바로 한나라당 때문에 다시 치러지게 된 것으로 그 과오를 응징해야 역사가 발전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전후맥락상 박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박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존중해 조건없이 출마를 양보한 처지이고 보면 박 후보를 돕는 것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말라’는 둥 안 원장을 맹폭하고 있으나 그 같은 공세는 안 원장의 존재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방증일 뿐 그 어떤 논리적 근거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안 원장을 선거판에 다시 불러들인 것은 한나라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바람’을 타고 부상한 박 후보는 여당의 저급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말려 고전했다. 초반에 포지티브전을 구사하던 박 후보 측도 결국 네거티브전으로 돌아섰다.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에서 “이번 흑색선전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고 공감했을 정도다. 안 원장은 이번 선거가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 대 강북,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니고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선거 승리는 정당에 지상명령과도 같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도외시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내놓고 말은 못해도 ‘안철수 현상’의 실체는 여당도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여당은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정치혐오를 부추겨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의 지지층 이탈을 노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 안 원장의 지원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시민사회가 변화하고 있는데 정작 한나라당만은 이를 외면한 채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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