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사설]혈세만 축낼 아라뱃길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28일자 사설 '혈세만 축낼 아라뱃길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오늘부터 경인아라뱃길(옛 경인운하)에 유람선이 시범운항에 들어간다고 한다. 2009년 3월 아라뱃길 사업이 착공된 지 2년8개월 만의 일이다. 2조2500억원이 들어간 대형 국책 사업이 가시적인 첫 결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해야 할 일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당초 발표와 달리 아라뱃길이 경제성이 없어 국민 혈세만 계속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아라뱃길 사업은 한강 쪽 김포와 서해 사이에 길이 18㎞, 너비 80m, 수심 6.3m의 수로를 만들어 서울~인천 간 육로 물동량을 분산처리하고 관광·레저 명소로 개발하는 것이다. 물류에 필요한 수로와 터미널 외에 관광·레저를 위한 테마파크, 전망대, 생태공원 등 인공물도 많이 설치했다. 그동안 정부가 밝힌 아라뱃길의 물류 혁신과 관광 시너지 효과는 화려하다. 아라뱃길이 개통되면 컨테이너 93만TEU, 모래 1000만t, 자동차 6만대, 철강재 57만t을 수송하고, 관광·레저 수요와 주변 개발 등으로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화물 물동량부터 정부 기대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형 화물선은 운항할 수 없는 데다 거리는 짧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유람선을 띄운다고 하나 볼거리가 적어 관광객의 큰 호응을 얻기도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아라뱃길 김포터미널까지 한강 15㎞ 구간에 항로를 만드는 서해뱃길 사업이 중단되면 더욱 그렇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해수 역류에 따른 생태계 혼란과 지하수 오염 등 환경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이 기대한 만큼 물동량이나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경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계속 운영한다면 혈세를 먹는 하마가 될 것은 뻔하다. 벌써 수자원공사가 정부에 갑문과 주운수로 유지관리비로 매년 200억원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라뱃길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철저한 타당성 조사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 것이다. 최근 보가 속속 준공되면서 ‘새 물결’ 홍보가 한창인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아라뱃길 사업이나 4대강 사업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기도만 할 수도 없고, 당장 뾰족한 수도 없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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