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양화대교, 논란의 핵심은 운하 내 선박운항이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0-24일자 기사 ' 양화대교, 논란의 핵심은 운하 내 선박운항이다'를 퍼왔습니다.
양화대교는 뜨거운 논란중이다. ‘공사를 해라, 멈춰라, 휘었다, 위험하다, 무면허다’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핵심 사안은 논쟁의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논쟁의 핵심 사안을 나경원 후보는 요리조리 피해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바로 운하이다. 즉, 한강에 대형 선박을 띄울 것인가, 띄우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인 것이다.

한강, 4대강에서 가장 먼저 운하사업 추진 중

강에 운하를 만들기 위한 현 정권의 계획은 전면에서 혹은 배후에서 치밀하게 진행되어왔다. 2006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가 한반도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으며, 2008년 100만 촛불 이후 ‘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포기선언을 했다. 하지만 PD수첩 ‘수심 6미터의 비밀’에서 보여주었듯이, 4대강에 운하를 만들겠다는 집착을 놓지 않고 있다.

반면, 4대강 구간에서 이미 운하공사가 시작된 곳이 있다. 바로 한강이다. 서해와 맞닿는 한강의 끝자락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배를 들여올 수 없다. 그래서 땅을 파서 한강을 서해와 잇는 것이 바로 경인운하 공사이다. 2002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경인운하의 비용편익(B/C)을 0.81이라고 발표했었지만, MB취임이후 갑자기 1.07로 상승하여 공사가 재개되었다.

서해에서 김포까지 이어진 경인운하의 바톤을 서울에서 이어받는 사업이 바로 한강운하다. 운하라는 단어가 국민적 비호감으로 떠오르자 경인운하는 ‘경인아라뱃길’로 이름이 바뀌었고, 90년대부터 사용했던 한강운하라는 이름은 ‘서해뱃길’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했다. 이런 복잡한 꼼수때문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본의 아니게 두 사업을 합쳐서 ‘서해아라뱃길’이라는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강 40km구간은 4대강의 운하계획 중에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는 오세훈 전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성맹세를 하기 위함이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 대부분이 2009년 9월 이전에 준공을 한 반면, 한강운하(서해뱃길) 사업만은 2011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시작했다. 전자는 본인의 성과로 남겨서 2010년 지방선거에 활용하고, 한강운하 사업은 경인운하와 함께 마무리해서 2012년 대선에 활용하시라는 헌정이었으리라.

ⓒ뉴시스 양화대교

용산까지 배들어 오려면 추가로 다리 두 개 더 뜯어야

한강운하는 경부운하 논란에서 제기되었던 경제성, 다리안정성, 환경성 등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양화대교 논란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에 의하면, 선박을 10000번 운항했을 때 양화대교는 2번,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는 1번 충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서울시가 추정한 수요에 대입해보면 1년에 약 1.6회의 붕괴사고 나게 된다.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의 간격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그중 기둥간격이 가장 좁은 양화대교에 한해서만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며, 한나라당이 시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7대 의회에서는 관련 예산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한강운하는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반대할 수 없는 처지”라는 나경원 후보의 주장도 거짓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양화대교 공사를 시작하면서 ‘디자인개선’과 ‘선박운항여건개선’이라고 목표를 설명했다. 마치 다리를 예쁘게 만들고, 기존의 선박이 다니기에 위험했던 다리를 보수한다는 느낌을 준다. 당시 양화대교 공사가 서해뱃길 사업을 위한 수순이라는 환경단체의 외침에 대해서 언론은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폄훼하기도 했다. 

상․하행선이 각각의 2개의 다리로 건설된 양화대교는 공사도 각각 진행되었는데, 하행선 공사에 이어 시작된 상행선 공사 예산을 8대 서울시의회에서 한강운하의 사업성 부족을 근거로 전액삭감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양화대교 공사는 한강운하 사업의 시작에 불과
 

문제는 양화대교 공사를 코끼리 코만지듯이 바라본다는 점이다. 한강운하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양화대교 이외에도 서강‧마포대교도 'ㄷ‘자 모양을 거쳐서 기둥간격을 넓혀야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한강운하 사업이 경제성이 높은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이 두 개의 공사도 애써 감추고 있다.

또한 배가 들어오면 터미널이 필요한데, 서울시에서는 여의도와 용산에 터미널을 만들 계획이다. 그 중 용산터미널 부지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관지어서 만들 계획인데, 지은 지 10년도 안된 아파트 단지이다. 지금도 용산 터미널 부지의 아파트 벽면에는 오세훈 시장이 집을 뺏으려한다는 벽화가 남아있다. 한 가구당 수십억을 호가하는 이 아파트를 터미널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보상금액을 필요로 한다. 서울시의 연구용역에는 모두 빠져있는 비용이다.

게다가 다리를 받치는 기둥 간격이 좁지 않아도 한강의 모든 다리에는 충돌방지공이 필요하다. 낭떠러지가 아니더라도 모든 고속도로에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역시 서울시의 연구용역에는 서강‧마포대교만 포함되어 있으며, 형식적인 수준의 설비만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5천톤급 배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바닥 준설과 콘크리트 호안의 정비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 많은 단계 중에 양화대교 공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민중의 소리 한강 운하

양화대교 공사 중단 요구를 번복했다고?

양화대교 공사 공정률이 70%이므로 공사를 마무리해야한다는 주장은 언뜻 들으면 꽤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도 꼼수가 숨어있다. 양화대교는 상‧하행선이 각각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므로 공사의 안전은 서로의 다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공정도 별도로 이루어진다. 고로 하행선다리의 공정률 100%, 상행선 다리의 공정률 40%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양화대교 공사는 기둥간격을 넓히는 것이기 때문에 임시우회로를 만들고, 차량을 우회시킨 다음에 기존 다리의 상판을 해체해서 기둥을 없애고 아치로 대신하는 것이다. 상행선 다리의 공정률은 비록 40%이지만, 기존 다리의 상판을 해체하는 순간 공사를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야권에서 공사중단을 요구해온 것은 양화대교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리고 박원순 후보 측의 요구는 양화대교 공사의 지속여부를 차기 시장이 판단할 수 있게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존다리의 상판을 해체하기 시작한 순간, 양화대교 공사 중단요구는 더 이상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박 후보측이 주장을 바꿨다는 여권과 보수언론의 주장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양화대교 공사는 공정률이 100%가 된다하더라도 달성한 목표가 하나도 없는 이상한 사업이다. 목표가 한강운하 내 선박운항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어지는 서강‧마포대교 공사, 터미널공사, 준설, 충돌방지공 등이 마무리되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강운하 공정률로 보자면 1%가 채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언론에서는 양화대교에 대한 공약과 한강운하에 대한 공약을 각각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양화대교 사업의 완공을 주장하면서 한강운하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상한 것은 배를 띄우는 것이 핵심인 한강운하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면서 ‘수상호텔’을 예로 든 것이다. 한강운하사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일까? 


ⓒ민중의 소리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한강에 배를 띄울 것인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국감에서 경인운하는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수자원공사는 내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경인운하의 순현재가치가(NPV)가 -1조5천억원'이라고 중간보고서가 보도되자 최종 누락시키기도 했다. 경인아라뱃길은 사업비가 당초 2조2,500억에서 4,300억이나 증액되었으며, 수자원공사는 5,300억원을 국고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인운하 완공 이후에는 매년 관리비가 약 200억 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지만, 사업의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인천시에 인계할 시설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손을 뗄 태세다. 이는 고스란히 지역의 부담으로 남게 될 전망이라 인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여권의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경인운하를 둘러싼 이런 어려운 수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즉, 운하를 만들어도 띄울 배가 없다는 것이다. 

경인운하를 거쳐서 서해로 나가야하는 한강운하의 경우는 어떨까. 2007년 한강주운연구에서 2.38에 이르던 한강운하 비용편익(B/C)은 투융자심사 두 번을 거치면서 1.75, 1.21로 떨어졌다. 2009년 기본설계에서는 1.14로 떨어졌다. 심지어 2011년 6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강운하의 비용편익(B/C)은 0.52에 불과했다. 적자사업이라는 뜻이다. 

현장의 상황이 이렇듯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여권에서는 한강에 정말로 배를 띄우는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 즉답을 피하면서 양화대교 공사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한강운하에도 경인운하에도 띄울 배가 없다. 이미 다리가 해체되기 시작한 양화대교 공사는 별수없이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띄울 배가 없는 운하사업은 폐기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엄청난 서울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논란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논쟁을 벌여야 할 때이다. 

신재은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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