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세종대왕의 충고 "백성을 그리 다루지 마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0-19일자 기사 '세종대왕의 충고 "백성을 그리 다루지 마라"'를 퍼왔습니다.
[문화비평] SBS ‘뿌리 깊은 나무', MB와 대한민국에 길을 묻다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사극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언급하는 것은 이미 충분하다. 반면교사해야 할 현재 거울로서, 혹은 그것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는 교재로서 부족함이 없는 역할을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4회를 지난 SBS 는 이정명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글 창제를 둘러싼 음모와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원작이 움베르토 에코의 을 연상케하는 미스터리를 통해 훈민정음을 둘러싼 비밀결사와 세종의 두뇌싸움에 집중한데 반해 드라마는 약간은 짧게 느껴질 수 있는 며칠간의 이야기에 주인공들의 과거와 “왜 세종은 한글을 창제하려 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의 이유를 덧붙였다. 
무력  통해  나라  기틀 다진 태종에  맞선  세종의 선택  ‘문자’
불과 26년 밖에 되지 않은 신진국가인 조선의 운명은 누구의 말처럼 나라의 기틀이 잡히지 않았기에 마냥 기다릴 수도, 그렇다고 ‘문(文)’을 통해 치세를 하지 않기에도 적당하지 않다. 결국 그것은 당위의 문제라기 보다는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는 무력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잡은 태종(백윤식)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의 나라를 만들고 싶은 세종(한석규, 송중기)의 대립을 전면에 그려내며 이후에 있을 세종의 치세에 현재적 의미를 부여한다.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문자는 권력이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비밀결사 ‘밀본’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밀본지서’를 둘러싼 다툼이나 똘복(강채윤, 장혁)의 아버지의 죽음에 ‘밀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 모두 몇자 적힌 글이 가지는 힘 때문이다. ‘글’이 가지는 권력을 민초들에게 나누어주려는 세종의 계획과 강력한 ‘신권’(臣權)국가를 만들려는 정도전, 사대부의 대립은 그것의 지향점은 같으나 그 방법에서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이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왕권이 약화되자 세도정치가 발호했으며, 신권이 약화되자 폭군이 등장하는 등 긴장관계의 파탄은 곧 백성들의 고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글’이 가진 권력 민초에게 나눠주려는 왕과 신권의 대립
“재상은 뿌리이고 왕은 그 꽃”이라는 비밀결사 ‘밀본’의 글귀는 그런 의미에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들의 말에는 가장 중요한 ‘백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글창제는 뿌리를 깊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국가가 하나의 나무라면 뿌리는 그 백성이지, 재상이 아니다. ‘밀본’과 태종, 세종은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지만, 태종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권에 대한 견제심리를 가졌다면, 세종은 왕과 신하 간의 권력 다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배층(왕, 신하), 피지배층(백성)으로 국가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 현재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런 의미에서이다. ‘문자’를 통해 정치에서 소외받았던 이들을 국가 담론의 장으로 끌어 올리는 것. 어려운 말과 정치담론을 통해 민초들을 유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적 고민들을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백성을 살리는 것은 단순히 ‘먹고 살게’ 해주는 것만이 아닌 것이다.
‘신권’이 ‘금권’으로 바뀐 현재,  우리의 방향은
굳이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대립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백성(국민)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형태의 문제를 떠나 역사발전의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기층 민중의 삶을 고민하는 것, 즉 뿌리를 어떻게 튼튼하게 만들까 고민하는 것은 ‘조선’ 혹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치형태를 고민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다. 이후 이야기에서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뿌리깊은 나무’를 만드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다. 

창업초기 조선처럼 이 나라를 유지해온 강력한 ‘신권’이 ‘금권’으로 바뀐 지금, 민초라는 뿌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있는 이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 는 백성, 국민이라는 당연한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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