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사설] 한-미 동맹, 불평등 확대·심화로 가선 안 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1-1016일자 사설 '한-미 동맹, 불평등 확대·심화로 가선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닷새간의 이명박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이 어제 끝났다. 미국은 성대한 환대를 베풀었다. 우리 국민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다. 대통령은 방미중 “정치·군사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짐으로써 한-미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한-미 관계가 다원적이고 전방위적인 동맹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평가대로 한-미 관계가 새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군 성폭행사건 처리 과정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한-미 군사·안보동맹은 불평등한 측면이 많다. 에프티에이 체결로 이런 관계가 경제분야로까지 확대되면 한-미 동맹은 불평등한 관계가 더욱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제 차분히 이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미 의회는 대통령의 방미 하루 전날 협정 이행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정부와 의회가 그렇게 초당파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것은 그만큼 자국에 득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재협상까지 거친 협정은 미국 법령 우선,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 등 많은 독소조항을 안고 있다. 농업과 서비스·금융분야 등 취약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비책도 영 신통찮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방미 성과’를 내세우며 대책 없이 밀어붙이기로 나올 것이라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재확인된 대통령의 대외정책·전략도 큰 걱정거리다.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통일한국은 어느 국가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고 이웃 국가들의 번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독일 통일 과정을 보더라도 주변국들의 동의는 핵심 선결과제였다.
그런데 대통령은 와의 회견에서 중국 위협론을 얘기하며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 강화를 촉구했다. 이는 대통령의 통일관과 대외전략이 기초부터 잘못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보도내용이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기운 채 중국·러시아 등 또다른 주요 이웃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불필요한 마찰까지 일으켜온 건 이미 알려진 사실 아닌가. 그런 자세로는 ‘통일한국이 어느 국가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먹힐 리 없다. 기본 인식부터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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