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사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7일자 사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를 퍼왔습니다.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박원순 변호사가 어제 서울시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시민운동은 전통적인 야당, 민중운동권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진보개혁세력 내부의 제3의 길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인물이 정치에 뛰어들어 서울의 행정수장이 되었으니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서울시에는 뉴타운, 한강르네상스 등 수습하기 힘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전임 시장의 토건·전시성 철학 때문에 시정이 비뚜로 나간 결과다. 새 시장의 임기라야 고작 2년8개월로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개혁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소통해온 경험이 있다. 그 경험과 역량을 살려 시정에 새로운 바람과 활력을 한껏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범야권 협력을 원만하게 이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야권 지지자들이 애초 박 시장을 단일후보로 선택할 때는 단순히 정당은 싫고 시민운동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집권세력의 실정을 심판하기에 가장 나은 인물이라는 판단이 꽤 작용했을 터이다. 박 시장은 겸허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바란다. 물론 기성 야당들도 자성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는 시장 직속으로 시정운영협의회를 두고 시민참여형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러 세력이 연합한 까닭에 시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일각에서 갖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력을 발휘해 협치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아울러 재보궐선거 이후 범야권 통합·연대 논의에서 박 시장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세심하게 대처해야 한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과도 고루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시장 개인적으로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고자 더 노력할 필요도 있다. 그는 선거 때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 상대 후보의 질문 공세에 쩔쩔맸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그 자신이 비판받거나 공격받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장 자리는 매우 높은 공직이다. 공무원들한테만 둘러싸여 있다가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선거에서 보여준 경청의 자세를 잃지 말고, 쓴소리를 들을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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