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4대강 사업 할 돈으로 임대주택을 지었더라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028일자 기사 '"4대강 사업 할 돈으로 임대주택을 지었더라면"'을 퍼왔습니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MB의 무능을 한탄한다

이포보를 거니는 MB는 희색이 만면했다. 그의 얼굴에는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한 사람 특유의 긍지와 자부심이 훈장처럼 빛났다. 이포보 앞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조용했지만, 멀리 흐를 것 같았다. 이포보 행사가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완료를 기념하는 성격의 행사였던만큼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관철시킨 MB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었다. 후대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자취를 재임 중에 남긴 MB는 행사 내내 자족한 듯이 보였다.

자족을 하는 것이야 MB의 몫이고 자유겠지만, MB가 남긴 4대강 사업은 두고 두고 나라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나아지거나 좋아지는 것은 불분명하고 흐릿하며 고작해야 매우 적은 반면, 나빠지거나 악회되는 것은 꽤 분명하고 또렷하며 무척 커 보이기 때문이다. 애초 MB가 4대강 사업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정책목표들은 홍수예방, 수질개선, 관광객 유치, 토목특수로 인한 고용창출, 낙후된 지방경제에 활력 부여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측은 줄곧 MB가 표방한 정책목표들이 전부 혹은 거의 달성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수는 대부분 본류가 아니라 지류에서 발생하는데 4대강 사업은 애먼 본류를 건들일 뿐 아니라 멀쩡한 하상을 깎고 물길을 틀어 오히려 홍수를 촉진할 것이고, 보를 막는 방식을 통한 하천 정비는 수질을 악화시키며, 겨우 하천정비를 했다고 해서 관광수요가 발생할 리 만무하고, 토목특수로 인한 일자리는 일시적인 단순 노무직에 불과하며, 지방에 뿌려진 돈은 지주들과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릴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22조원을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에 사용했더라면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외국의 사례나 양식 있는 학자들의 설명을 토대로 4대강 사업의 득실을 따져보면 '득'보다 '실'이 비할 바 없이 커 보인다. '편익' 보다 '비용'이 '이익' 보다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판단되는 4대강 사업을 설령 MB가 사리사욕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그릇된 철학과 이론에 경도돼 강행했다고 해도 비난가능성은 매우 높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미구(未久)에 발생할 지도 모를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정부 발표 기준 22조원의 국가재정을 강바닥에 버리는 식이 아니라 사회적 후생을 좀 더 키우는 방향으로 사용했다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예컨대 4대강 사업 예산 전부를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통상 공공임대주택 1호를 짓는데 드는 비용을 1억원으로, 그 중 정부 부담분을 7천만원 정도로 계산한다. 이 계산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 22조원으로 약 31만호가 넘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4대강 사업에 쓰인 재정이 공공임대주택 건립에 투입됐다면 서민들과 중산층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전,월세난도 지금쯤 거의 제압이 되었을 것이고, 현재 주택재고총량의 6.2%(건립중인 물량 포함)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도 8%에 육박해 주택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주택업체들에게 복음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한 마디로 일석삼조 이상의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수단이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MB는 소유자사회((Ownership Society)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컸던 탓인지, 대규모 공공임대주택건설은 외면한 채 강으로 달려갔다. MB는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기회를 차버린 것이다. MB가 내린 정책결정의 댓가는 불행히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