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4일자 사설 '대형교회의 정치선동, 시민의 손으로 끝내자'를 퍼왔습니다.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가 지난 일요일 예배시간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을 호소했다고 한다.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얼빠진 선동에 넘어갈 리 없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는 김 목사와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정치선동이 사회분열과 종교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해 시민들이 이런 행태를 단호하게 거부할 때가 됐다.
김 목사는 2007년 대선 때 “장로님(이명박 후보)이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최근 서울시 주민투표 땐 “무상급식, 무상의료 때문에 우리 경제가 몰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습관적으로 선동했다. 그의 이런 행태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다른 대형교회 목사들을 정치·선거에 경쟁적으로 개입시키는 신호탄 구실을 했다. 지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대형교회들은 주보나 광고를 통해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는 ‘투표하지 않으면 학교에 동성애가 급증한다’ 따위의 거짓말을 퍼뜨리기도 했다.
선거 품앗이로 정치적 영향력과 교세 확장을 꾀하는 목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을 애써 선거판으로 끌어들이려는 보수 정치인들이 더 문제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이미 한기총을 방문해 협력을 요청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뻔질난 구애 끝에 주민발의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전 과정을 대형교회의 지원 속에 치렀다. 나 후보도 지금 대형교회의 노골적인 지원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다.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고 정치는 교회와 권력을 공유하는 것만큼 심각한 ‘악마의 거래’는 없다. 영혼을 팔아버린 교회로서는 하늘의 평화와 정의를 실천할 수 없다. 대신 힘에 의한 질서를 추구함으로써 사회분열과 종교분쟁을 부추긴다. 현대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특히 강조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형교회의 우상인 미국에서도, 교회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면 각종 면세 혜택을 박탈한다.
선관위가 감시한다고 하지만 미덥지 않다. 열쇠는 시민에게 있다. 시민의 선택에 사회통합과 종교평화가 좌우되는 까닭이다. 무엇이 과연 사회를 위협하는 악마인지 이번 선거에서 분명히 드러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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