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사설] 서울시민 선택 짓밟은 부교육감 전격 교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8일자 사설 '[사설] 서울시민 선택 짓밟은 부교육감 전격 교체'를 퍼왔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돌연 서울시 부교육감을 이대영 교과부 대변인으로 교체했다. 교육감 궐위 때 부교육감은 서울시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권한대행을 맡는다. 민선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 수감되자, 교과부는 부교육감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서울시 교육행정을 장악해버린 셈이다. 시민의 선택을 멋대로 뒤집은 것이니, 쿠데타나 다름없다.
교육감 선출제가 시행되면서부터 교육감은 부교육감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했다. 물론 명문화된 권한은 아니지만, 시민이 선출한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과 철학을 펼쳐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 하여 관습법으로 자리잡았다. 교육감과 부교육감이 사사건건 마찰해서는 교육자치제는 발전할 수 없다. 비록 곽 교육감이 수감됐지만,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시민의 선택은 여전히 유효하다. 교과부는 권한대행을 멋대로 교체함으로써 시민의 권리를 부정했다.
교과부는 전임 임승빈씨가 거듭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고, 임씨도 본인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과 교육정책에서 뜻을 같이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무가 시작되기 무섭게, 예산 심의, 행정 감사 등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게다가 1월이면 정기인사가 있는데 급작스레 교체한 배경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곽 교육감 구속과 함께 임씨의 교체 논의는 교과부나 친정부 교육·언론 단체 주변에서 무성했다. 임씨는 이해찬, 한완상 교육부 장관 시절 비서관을 지냈고 곽 교육감의 추천으로 부교육감이 됐으니, 이주호 장관의 뜻을 관철할 사람으로는 부적절하다. 임씨가 압력에 굴복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후임자인 이씨는 이 장관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 장관은 곽 교육감과 학교 정책과 관련해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정책은 물론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 징계 문제 등에서 날카롭게 맞섰다. 이 장관이 이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 장관이 명심할 게 있다. 서울 시민이 곽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그의 학교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이었지, 생면부지의 그가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주요 정책을 훼손하는 것은 시민의 뜻을 짓밟는 일이다. 대법원에서 유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함부로 손대지 말기 바란다. 이미 추천권을 훼손한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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