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사설]‘대통령 가족 고발’ 엄정한 수사로 진실 밝혀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9일자 사설 '‘대통령 가족 고발’ 엄정한 수사로 진실 밝혀야'을 퍼왔습니다.
민주당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파문과 관련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대통령 실장 등 연루 의혹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저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 숨겨진 위·탈법 행위의 진상을 가려달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제외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예우이고, 앞으로라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당부라고 한다. 사저 이전 논란이 결국 법적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가족이 고발되는 사태를 목도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대통령의 가족 고발’ 사태는 국가적 수치이고 불행이지만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많은 국민들은 이 대통령 부부가 사저 이전 논의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청와대 측은 ‘과정상의 오해나 실수’일 뿐이라며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본의 아니게’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표현을 써가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퇴임 후 사저를 아들 명의로 구입하고, 아들 대출을 위해 땅을 담보로 내놓았는데 대통령 부부가 이를 몰랐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겠지만 고발 사유들만 봐도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짐작할 수 있다. 시형씨가 문제의 부지를 시가보다 싸게 구입한 이유가 무엇이고, 취득세는 신고·납부했는가. 국가 예산인 경호실 경비를 사저 구입에 전용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12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은 내역을 증명할 수 있는가. 하나같이 법 테두리의 안팎을 오가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이 먼저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법적 처리가 필요한 대목은 검찰에 넘겼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희망에 불과해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말이면 거의 예외없이 측근, 친·인척 비리로 곤욕을 치르곤 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재임 중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은 없다. 처음 있는 일이라 충격이 그만큼 크지만 그럴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혹여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사저 이전 백지화가 실은 10·26 재·보선을 앞둔 집권 여당의 압력 때문이라고 하나, 내년에도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굵직한 정치일정들이 잡혀 있다. 이번에 숨긴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다. 고발을 당한 사람이든, 수사를 하는 검찰이든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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