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사설]조·중·동 종편, 정치 드라마로 본색 드러내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17일자 사설 '[사설]조·중·동 종편, 정치 드라마로 본색 드러내나'를 퍼왔습니다.
현대건설 월급쟁이 사장 이명박의 존재를 널리 각인시킨 것은 한편의 TV 드라마였다. 1990년 KBS 2TV의 드라마 에서 주인공 이명박은 학생운동권 출신답게 시대적 아픔에 고뇌하면서도 불굴의 의지와 뛰어난 판단력으로 기업과 국가에 기여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를 계기로 이명박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드라마의 이명박과 ‘진짜 이명박’이 얼마만큼 괴리가 큰지는 지금의 상황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2, 제3의 이 등장할 모양이다.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인 채널A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를, 조선일보의 종편 TV조선이 남북한 관계를 소재로 하는 를 각각 내년 3월과 1월에 방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에서 드러났듯이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철저한 고증이나 균형감각보다는 과도한 찬양이나 미화로 흐르기 십상이다. 특히 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하겠다. 주인공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여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박정희 부녀(父女)가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질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평소에도 박정희 유신독재체제의 과오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보수언론의 행태를 감안한다면 가장 유력한 차기권력이라는 박 의원의 존재 앞에서 이 드라마는 더욱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는 대통령 부부가 된 남남북녀가 통일을 이룬다는 내용으로 TV조선 측은 “이념이나 정치의 측면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평소 남북관계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과도한 정치개입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모기업’ 조선일보의 행태를 생각한다면 이 드라마 역시 어떤 형태로든 대선국면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조·중·동 종편은 드라마를 통해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런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박근혜 의원에게 정치적 이익을 안겨주고, 경쟁후보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방영 시기를 뒤로 미룰 것을 권하고 싶다. 그것이 일정상 어렵다면 최대한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드라마를 제작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이나 일방적 찬양·미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해칠뿐더러, ‘특정후보 편들기’라는 당초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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