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사설] 5·16을 쿠데타라고 말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7일자 사설 '[사설] 5·16을 쿠데타라고 말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퍼왔습니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몇몇 후보자들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눈치보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다가는 5·16이 다시 ‘구국의 혁명’으로 미화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입장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국무위원 및 장관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직무 수행에 적절치 않다”며 답을 피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서면질의에 대해서도 답을 거부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5·16에 대한 서면질의에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두 후보자의 답변 거부 사유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나라의 안전과 법질서를 책임지는 안전행정부와 법무부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나라의 안위와 법치를 위협했던 과거 사건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두 후보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추호의 오해가 없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에 있다. 5·16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권 전복, 즉 쿠데타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120만 공무원과 법무 행정을 각각 책임지는 두 후보자가 5·16에 대해 슬그머니 눈을 돌리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두 후보자가 답변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 탓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는 등 박정희 시대로의 회귀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에서 5·16을 잘못 언급했다간 박 대통령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해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나와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 역시 국회 표결 절차를 의식해 마지못해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표결 절차가 없는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만 넘기겠다는 요량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장관들부터 이런 식이면 공무원 사회는 물론 온 나라에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말란 법이 없다.5·16과 유신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의 시대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만큼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따지고 구분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 후보자들마저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기 주저해서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집권에 편승해 유신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 정부조직개편 협상 파국, 원인은 ‘청와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국회 정부조직개편 협상 파국, 원인은 ‘청와대’'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과도한 청와대 간섭이 스스로 발목 잡았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정부조직법 처리와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배석했다 ⓒ 연합뉴스

25일 이후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 테이블은 열리지 않았지만 여야의 설전은 계속됐다.
27일 우원식 민주통합당 수석부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협상을 하루속히 타결하기 위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왔지만 추가적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IPTV와 PP 정책의 미창부로 양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제안에 김기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더 나아가 방송광고 판매정책을 제외한 광고 진흥정책 전반을 미창부로 이관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24일 비보도 방송부분의 미창부 이관을 전제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광고판매 부분도 규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통위 귀속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에서 더 나아간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반박에 우원식 부대표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조직 개편하는데 있어서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 그것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더 필요할 텐데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것은 민주당이고 본인들이 요구한 것까지 양보했는데 또 걷어차였다”며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담대한 양보와 제안을 이렇게 무참히 거부하고 방송을 장악하겠다고 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비보도 PP’, ‘인허가 권을 제외한 IPTV’ 정책의 미창부 이관을 제안하자, 새누리당은 '인허가권을 제외한 IPTV정책은 무의미'하고, '플랫폼인 SO를 제외한 PP정책은 업무가 거의 없다'고 반대한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정부조직 개편 협상, 원인은 ‘청와대’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 협상 공전의 원인을 ‘청와대’라고 지목했다. 과도한 간섭이 수차례 협상 종결 예고를 깨버렸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25일 의원 전원 대기령”을 내리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를 의지를 보인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25일 오전 양당 합의로 정부조직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4일 양당 원내 수석부대표간 최종 실무협상에서 새누리당이 그간의 합의를 뒤엎고 '유료방송, IPTV'의 미창부 이관을 주장하며 결렬됐다. 이후 여야간 협상장 밖 설전만 있을 뿐, 협상테이블이 열린 적이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간 협상의 진전이 있다가도 협상 후 청와대에 보고만하면 새누리당이 원위치로 돌아온다”며 “이번 협상 거부의 핵심은 청와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야 협상이 번번히 공전되는 이유가 청와대에서 협상과정을 보고받고 판단을 내리는 인물 때문”이라며 “아마 청와대로 간 정통부 관료 출신들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여야가 협상에서는 수차례 최종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다음 논의자리에서 여당이 지난 회의에서 논의를 받지 못한다고 뒤엎는 경우가 수차례나 있었다”며 “이러한 협상과정이 청와대의 과도한 지시를 받는 여당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김병관 국방, 군사지역 땅 사들여 80배 차익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28일자 기사 '김병관 국방, 군사지역 땅 사들여 80배 차익'을 퍼왔습니다.
군부대 근무지 근처 밭 사들여 투기 의혹 확산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일선 부대 근무 당시 부대에 인접한 군사시설보호구역 땅을 매입해 80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85년 9사단 포병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하면서 부대에 인접한 경기 고양군 일산읍 땅 476m²(약 145평)를 부인 명의로 매입했다. 당시 이 땅은 9사단과 인접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고, 바로 뒤에 있는 고봉산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이어서 토지 거래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땅을 구입하고 2년 뒤인 87년, 9사단의 작전지역이 축소 변경되면서 주변 군사시설보호구역 제한이 해제되거나 완화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82년부터 86년까지 9사단 작전처 보좌관, 작전과장, 포병대대장, 정보처 정보참모 등을 지냈으며, 문제 땅의 해제 결정은 작전처에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해제된 뒤 89년 4월 일산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김 후보자가 구입한 토지는 급등했고,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수용될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9만원까지 올랐다. 결국 50만원가량에 땅을 사 4천300만원가량에 팔아 80배 이상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김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거주 목적으로 땅을 구입했지만,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이 땅의 지목은 밭이었다.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은 "작전장교로 근무했던 김 후보자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구입한 의혹이 있다"며 "군부대 옆에 있던 밭을 사서 집을 지으려고 했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심언기 기자 

박근혜, 다시 석탄 시대로 돌아가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28일자 기사 '박근혜, 다시 석탄 시대로 돌아가는가?'를 퍼왔습니다.
[토론회] 전기요금 올려야 나라가 산다!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은 여태까지 쌓인 한국 전력 정책의 고질적 문제들을 모두 안고 있다. 낮은 전기 요금을 필두로 하는, 전형적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식의 전력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전력 정책이 필요하다."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지난 1월 31일 발표 이후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6차 전력 수급 계획의 문제점을 짚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석탄 화력 발전소 증설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전력 수급 계획을 놓고 찬반 의견이 정면 충돌했다.

6차 전력 수급 계획은 2027년까지 전력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지난 2월 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발로 무산되는 등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직전 이 계획이 발표된 배경을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권력 공백기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 2월 7일 오후 전력 수급 기본 계획 공청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강당 앞에서 경찰이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막아서고 있다. 공청회는 2월 1일 한 번 무산되고 나서, 7일 강행되었다. 시민·사회단체는 공청회 강행이 재벌에 특혜를 주고 기후 변화를 외면한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졸속으로 처리하기 위한 부당한 행위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뉴시스

환경부의 반기 "새 정부 출범하는데 왜?"

지식경제부는 지난 7일 한 차례 무산되었던 공청회를 강행한 데 이어서, 2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이번 6차 전력 수급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25일 환경부는 "이번 전력 수급 계획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다른 부처의 행정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환경부가 전력 수급 계획에 반기를 들고 나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력 발전소의 증설'이다. 6차 전력 수급 계획은 18기의 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158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중 석탄 화력 발전소는 12기(1074만 킬로와트), LNG(액화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는 6기(506만 킬로와트)다.

환경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20년간의 전원 믹스(에너지원별 특성을 고려한 전체 전원 비율 조정)를 원점에서 재설정"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이 계획을 확정하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공약 이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 화력 발전소, 이산화탄소 배출량 430만 톤 더 많아

단순한 경제성만 놓고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가 LNG 화력 발전소보다 효율적인 게 사실이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환경평가본부장도 "경제성 평가에서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석탄 화력 발전소가 우수하다"고 인정했다. 영흥 화력 7, 8호기(인천시 옹진군)가 석탄 화력 발전소로 건설될 경우 LNG 화력 발전소로 건설될 때보다 14조6788억 원(30년간, 할인율 3.9퍼센트 기준)이 절감된다.

그러나 강광규 본부장은 비용·편익을 수치로 산출한 결과를 두고 석탄 화력 발전소가 올바른 전력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 중요한 이유로 "대기 오염의 사회적 비용을 너무 적게 추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광규 본부장의 발표를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 프로메튬(Pm), 질소산화물(NOx)을 각각 연간 265톤, 207톤, 332톤(1년 기준) 더 배출한다. 대기오염 물질이 증가할수록 이에 따른 유형, 무형의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는 LNG 화력 발전소보다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도 연간 430만 톤이나 더 배출한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한다면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 기체를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퍼센트 줄이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해진다.

강광규 본부장은 "이 밖에도 석탄 화력 발전소가 일으키는 중금속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앞으로 석탄과 LNG 가격의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가 LNG 화력 발전소보다 낫다는) 현재의 경제성 평가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석탄 화력 발전소, 미국에서도 퇴출 1순위"

이런 지적에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등은 "현실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 외에 어떤대안이 있느냐"며 반문했다. 이번 '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발전 설비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 교수는 "화력 발전소 18기의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수급 적기에 설비가 완공돼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론에 환경 단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가 퇴출당하는 추세임을 지적했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미국의 환경 단체 시에라 클럽의 발표를 보면, 현재까지 미국의 석탄 화력 발전소 510여 기 중 139기의 발전소가 퇴출당했거나 퇴출이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에너지 정보청 자료 역시 2012년까지 106기의 석탄 화력이 폐쇄되고 2020년까지 추가로 100기 이상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석탄 화력 발전소 퇴출 움직임은 그것의 사회적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자료를 보면, 석탄 화력 발전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1만3200명이다. 질병(천식, 호흡기 질환)에 따른 건강 비용도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 때문에 연간 33톤의 수은이 미국의 하천이나 바다로 배출된다. 미국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독성 수은의 기준이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당인리의 화력 발전소. ⓒ뉴시스

가정용·산업용 전기 수요 조절…결국은 요금 인상!

그렇다면, 석탄 화력 발전소 등을 건설하지 않을 방도가 있을까? 결국 수요 관리 즉 '아껴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특히 수요 관리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전기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최근 1년 6개월 동안 네 차례나 인상됐음에도 가정용, 산업용 모두 아주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산업 국가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저렴한 전기 요금은 전력 수요 조절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꼽혀 왔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 요금 원가 보상률(총수입을 원가로 나눈 것)은 87.4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100원에 사서 시민에게 87원에 판 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수년째 조(兆) 단위의 적자에 시달리며 천문학적인 부채의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더욱 싸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2퍼센트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 요금을 많이 쓸수록 올라가는 누진제는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된다. 가정보다 훨씬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체들이 전력 소비에서 되레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6차 전력 수급 계획에 따르면 전기 요금 상승률은 향후 물가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는 "15년간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전기 요금 인상률은 그것의 3분의 1로 잡고 있으니까 실제로는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반면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며 "한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한다면 전력 소비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저렴한 전기 요금이라는 당근을 계속해서 산업계 또 일반 가정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렴한 전력 공급을 전제로 한 이런 산업계의 주장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안이한 대응이라는 반론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 기업의 낮은 자가발전 비중이 지적되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2012년 산업용 전력 소비 비중이 국내 전체 소비량의 55.3퍼센트에 육박한다"며 "산업용 전기의 대부분을 한국전력에만 의지하는 것은 국가 전력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에도 결국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광훈 정책위원은 "특히 한국 산업 부분의 자가발전량은 국가 전력 공급량의 4퍼센트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기업은 자가 발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은 산업 부분의 자가발전 비중이 국가 전체 공급량의 20퍼센트 수준에 진입했다"며 "한국이 산업용 전기를 자가발전하는 데서 뒤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빛나라 기자

기획한 것처럼 청와대와 손발이 맞는 SBS 보도 프레임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기획한 것처럼 청와대와 손발이 맞는 SBS 보도 프레임'을 퍼왔습니다.
SBS ‘박근혜 소통→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 급선회

SBS 보도가 급변했다. SBS는 새 정부 출범 당일까지도 “박근혜 정부는 추진하려는 정책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며 소통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27일 SBS는 ‘국회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프레임으로 급선회했다. 그동안 ‘충분한 설명’과 ‘소통’ 강조해온 논조가 표변한 것이다.
지난 26일 ‘SBS 28일째 표류…끝없는 대치’ 기사와 27일 세 꼭지의 정치권 비판 기사는 이 같은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SBS는 유료방송, 뉴미디어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한 여야 대립을 “합쳐서 직원 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2개 과를 이관하는 문제 때문에 정부조직개편 협상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셈”이라고 국회 협상 과정을 폄훼하며 “국정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기사는 “새 정부가 임명 절차를 마친 장관 한 명 없이 파행 출범했는데도 공방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빨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라”고 강변했다.

▲ 2013년 2월 26일자 'SBS 8뉴스', 국회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파행을 '관료 10명의 자리를 옮기는 문제'라고 폄훼했다. (관련 화면 캡쳐)

유료방송, 뉴미디어 정책 이관을 관료 10명의 거취를 정하는 문제라고 한 보도는 SO, IPTV 가입가구가 전체 가구 수와 맞먹는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를 보도했던 기자가 방통위를 출입하며 방송통신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실을 도외시한 폄훼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국회 발목잡기’ 프레임은 27일 메인뉴스에서도 이어진다. 이날 SBS는 메인뉴스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 처리 요청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며 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 여야 협상 때문에 행정공백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 유지를 위한 것인지 이날 보도에서 민주당이 PP와 IPTV 양보 제안과 새누리당의 거절 등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SBS의 보도 프레임은 여타 언론과 사뭇 다르다.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27일 각각 ‘국회 존중 정신으로 정부조직법 문제 풀라’, ‘새 정부, 언제까지 결손상태로 갈 건가’라는 사설을 통해 “최종 책임이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책임론’을 강조한 보도 프레임이다.

▲ 2013년 2월 27일자 SBS 8뉴스, 박근혜 정부조직법 조속 처리 요청 기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회 협상에 대해 '새 정부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SBS 8뉴스 관련 페이지 캡쳐)

다른 언론과 구별되는 SBS의 보도 프레임 변화의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이남기 전 SBS 보도본부장(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깊어가고 있다. SBS가 국회 논의를 폄훼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처리를 당부하고, 이를 다시 SBS가 저녁메인 뉴스 톱기사로 뽑는 과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처럼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SBS의 발목잡기 프레임에 27일 야당이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가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방송정책 정부부처 이관반대’ 원칙을 스스로 후퇴한 양보안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발목잡기 비판에 국회의 다른 한축인 여당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또 국회 협상과정에서 조목조목 청와대에 보고하고 협상 과정 하나하나를 인가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박근혜식 버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버티고, SBS는 국회가 발목을 잡는 다고 비판하고 여론에 민감한 민주당 지도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쩔쩔매고 있다. 박근혜 청와대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풍경이다.
SBS가 ‘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배후에서 버티기를 하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때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박근혜 행정부, 관료지배를 경계한다!


이글은 프렉시안 2013-02-28일자 기사 '박근혜 행정부, 관료지배를 경계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전문가주의', 박정희의 그늘

각료 인선은 시민통치의 원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 행정부가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내각 인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관료의 약진, 중용이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총 18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3분의2에 이르는 12명이 관료 출신 또는 국책연구기관 출신의 넓은 의미의 관료들이다. 이른바'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내각'이라 부를 만하다. 지금까지의 인선내용으로 보면 데모크라시(democracy)가 아니라 뷰로크라시(bureaucracy)가 지배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현대 민주주의는 행정권력과 경제권력의 영향력과 불평등 효과를 제어할 수 있는 시민통치(civilian control)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시민통치를 단순히 군부통치로부터 벗어나는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장관과 같은 행정부의 인선 역시 시민통치의 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장관의 자리는 관료와 완전히 다른 원리로 기능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장관은 행정부처의 수장이지만 철저히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장관이란 정치적 권력관계의 대표자"로서 "그는 이 권력관계에서 나오는 정치적 기준을 대변하고, 그에 따라 자기 휘하 전문 관료들의 제안을 검토해 그들에게 적절한 정치적 성격의 지시를 내리는 일을 업무로 삼고 있(는)"사람으로 정의한다(막스 베버,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폴리테이아), 141쪽).

베버가 논지를 전개하는 데 있어 영국의 의회주의와 미국의 정당정치는 이념형적 모델로서 언제나 독일과 비교된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독일에서 정치가 작동하는 데 의회의 무력함과 과도한 관료지배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회주의의 패러다임으로서 영국은, 일찍이 의회 권력의 발전 과정에서 단일하고 통일적인 리더십을 추동해 왔고, 그리하여 의회가 왕권을 압도하면서 최고 권력을 갖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의회 최고 지도자가 내각의 수장이 되고, 직업적인 행정 관료들을 통제 지휘하면서 정책 결정권을 갖는 최고 권력기관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해 제2제국에서 의회주의의 발전은 영국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사실상 카이저에 의해 임명되는 각료와 그들로 구성된 내각은, 선출된 의회 대표가 아니라 직업적인 행정 관료들에 의해 충원되었고, 또한 이들은 의회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 권력의 소재, 즉 정책 결정권은 사실상 의회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독일에서는 선출된 대표, 또는 직업적 정당정치인과 선출되지 않은 행정 관료들 사이의 정치적 힘의 관계가 압도적으로 후자인 행정 관료에게로 기울어 있었다."(최장집,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 1부 강의, 58~60쪽).

막스 베버에 따르면 장관 등 국무위원을 관료의 영향력 하에 두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일종의 비스마르크 체제라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육군장관을 지낸 정치가 클레망소 역시 "전쟁은 너무 중요해서 장군들에게 맡겨 둘 수가 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그는 전쟁의 업무조차 군사관료가 아니라 시민통제의 원리를 따라야 함을 역설했다.

▲ 취임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최형락)

전문가주의, 기술관료적 경영주의의 문제

전문가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인사의 문제도 크다. 결국 그것은 사적 이익집단의 대변자들이 공익 자산을 약탈하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정부 내지 정책이라는 공공재를 전적으로 이들에게 맡긴다면 민주주의를 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는 시민 참여의 효과에 기초를 둔 체제이지, 통치자의 전문적 자질에 기초를 둔 체제가 아니다. 정치 참여를 통해 소수만이 아니라 다수가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시민으로 행동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희망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듯이 그것은 소수의 탁월함에 의존하는 공적 결정보다 다수에 의한 결정이 공동체에 더 유익하다는 믿음 위에 서있다. 민주주의에서 전문가의 정치적 역할은 일반 시민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집합적 지혜를 뒷받침하는 데 기여할 때 가치를 갖는다. 전문가가 최선의 정책을 할 수 있다는 가정역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박상훈, [민주주의의 발견](후마니타스), 136쪽).

전문가의 결정이 특별히 보통사람들의 결정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과연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추고, 평등의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무사하게 다룰 수 있을까?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누구도 정부를 운영할 만큼 충분히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기에, 무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상원의원‧주지사‧판사‧교수‧박사‧기자 같은 사람들도 우리 나머지 사람들보다 단지 조금 덜 무지할 뿐이다.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다."(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219~220쪽).

사실상 전문가들이란 오히려 잘못된 신념의 노예가 되기 쉽다. 미국의 수학자 J. C. 케메니는 원자력 문제에 관한 대통령 자문위원장 직을 마친 후"나는 계속해서 종교적 믿음 내지 때로 광신적인 믿음을 가진 과학자들과 싸웠다. 그들은 단지 약간의 가능성밖에 없음에도 틀림없다고 말함으로써 편견 없는 조언자가 아니라 편견의 옹호자가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박근혜 행정부가 관료나 전문가를 우대함으로써 정부운영에 있어서 기술관료적 경영주의(technocratic managerialism)의 가치를 강화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기술관료적 경영주의란 관료주의의 목적합리성에 현대 기업조직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경영 원리를 결합한 개념이다. 이는 수단적 가치와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조직운영의 원리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관료적 경영주의가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친화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성장, 효율성, 기술관료적 경영주의는 '박정희 모델'의 핵심이었다. 이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 갈등에 기초해 이를 조정하고 타협해야 할 뿐 아니라, 효율성보다는 갈등의 조정과 통합을 중심원리로 하는 민주정치의 특성과는 조응하기 어렵다.

선거, 그리고 정치적 책임성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란 주권자로서의 인민이 스스로 직접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표를 통해 통치되는 체제다. 주권자와 통치자가 분리됨으로써 현대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어떻게 유권자의 이익과 요구를 위해 복무하도록 만드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책임성의 의미가 부각된다.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은 선거 때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다. 책임성의 문제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다. 2007년 프랑스의 사르코지는 압도적인 득표로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총선에서도 승리했지만 야당인 사회당이 예상보다 덜 패배하자 그 결과에 반응했다. 사회당 출신을 내각에 기용한 것이다. 2005년 독일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기민당과 사민당의 득표나 의석 차이가 크지 않아 대연정을 둘러싼 협상이 시작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드레스덴에서의 지역선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거 결과 기민당이 이기자 그 직후 사민당의 슈뢰더는 이를 유권자의 평결로 받아들여 기민당 중심의 정부를 구성했다. 선거에 반응하는 것이야말로 대의제 하에서 민주주의의 작동방식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은 근소한 차이로 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각료 임명에서 야당을 지지한 시민들의 선호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각료 인선뿐만이 아니다. 선거공약은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선거공약이 정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여러 반대에 부딪혀 수정되거나 폐기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핵심 공약들이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정과제에서 사라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선만 될 수 있다면 무슨 행동, 무슨 공약이든 다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의 선거는 책임으로부터 방면된 권력자를 뽑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그때 선출된 권력자는 막스 베버의 말대로, 특정 후보자 개인이 정당이라는 매개 없이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데마고그(demagogue) 이상일 수가 없고, 사실상 군주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해서 데마고그가 정부가 된다면, 사적으로 가까운 측근과 전문가집단, 나아가 관료에게 의존하는 통치는 필연적이다."(최장집, [경향신문] 칼럼 "정당정부의 길", 2012/09/25).

'정당 정부'가 답이다

▲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그렇다면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이 각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국무위원에 단순히 정치인을 앉혀야 한다는 것도대안이 될 수 없다. 몇몇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맡는 정치인 개인들이란 당선인의 사적 인적 집단에 불과하다. 이들이 단순히 정치인 개인으로 각료가 되고 청와대 수석을 맡는 것만으로는 책임 정치를 실현할 수 없다.

민주주의 원리에서 말한다면'정당 정부의 원리'가 실현되어야 한다. '정당 정부'란 정당이 정부가 되고 책임 정치의 토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통령은 새로이 정부를 구성할 때부터 정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용해 책임 내각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무총리와 내각 인사를 결정할 때도 대통령 개인의 비밀스런 결정이 아니라 집권당과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당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집권당이 정부 운영의 책임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때 당을 대표하는 내각은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할 정책 실행의 책임을 지게 된다.

'정당 정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권당은 시민 대표로서의 책임 있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권력자 개인에 의해 선별적으로 동원되는 인사풀 집단에 불과하게 된다. 결국 각료는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정당의 대표로서의 정치가가 국무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집권당을 배제하고 개인적으로 각료를 결정한다면 정당은 왜 있어야 하는가? 이런 조건에서 새누리당은 집권당이라 할 수 있는가? '정당 정부'의 길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새누리당 행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최재천 국회의원

친박-친이 마침내 정면충돌, 여권 내홍 폭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28일자 기사 '친박-친이 마침내 정면충돌, 여권 내홍 폭발'을 퍼왔습니다.
유기준 "새누리가 야당 주장하다니" vs 심재철 "김병관 잘라야"

친박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8일 "새 정부 출범부터 새누리당 일부에서 야당과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며 문제 각료후보들의 낙마를 주장하는 친이계를 공개 비판, 친박-친이가 정면 충돌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막 임기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정의화 의원을 비롯해 김용태, 정병국 의원 등 친이계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 등의 낙마를 주장한 데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의 경고성 발언에 대해 친이 심재철 최고위원은 곧바로 반격에 나서 긴장감을 높였다.

심 최고위원은 "김병관 후보자는 이제 그만 용퇴하기 바란다"며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 사항들이 하나씩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오늘 아침 보도만 봐도 군사구역 땅을 매입해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20여개에 달하는 의혹 만으로도 용퇴할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이상 새정부에 부담 주지 말고 하루 빨리 자진사퇴하기 바란다"며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훌륭한 장수라고 했다"며 "군사작전이나 인생작전이나 다를바 없다. 지금은 물러날 때"라고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같은 친박-친이 충돌은 외견상 문제 각료후보를 둘러싼 것이나, 내부적으론 양측간 오랜 갈등의 앙금 외에 박근혜 정부 출범후 본격화된 MB와의 차별화에 대한 갈등도 주요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친이직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4대강사업과 김윤옥 여사의 한식세계화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친박진영이 야당과 손잡고 통과시키는가 하면, 윤성규 환경장관 후보와 유병룡 문화장관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MB 5년을 비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데 대해 발끈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친박진영은 정부조직법과 인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보수신문들의 비판적 논조 역시 '박근혜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기류다.

여권 내홍이 정면 분출되면서 취임초 박근혜 대통령은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리는 양상이어서 향후 박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심언기 기자 

“발표한 대로만 쓰라” 윤창중 ‘불통 브리핑’ 논란


이글은미디어오늘 2013-02-28일자 기사 '“발표한 대로만 쓰라” 윤창중 ‘불통 브리핑’ 논란'을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청와대 권력 암투설, “국정 발목 잡는 건 야당 아닌 친박”

1. 인사청문회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 워낙 부정 의혹이 많다 보니 둔감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같으면 자진 사퇴했을 의혹도 상대적으로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일단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일단 청문 보고서가 채택됐고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탈세와 전관예우, 위장전입 등 논란이 있었지만 야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진짜 문제가 되는 후보자만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오늘인데 서남수 교육과학기술부, 윤병세 외교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에 실린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로는 “청와대 입장으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그만 두게 할 후보자가 한명도 없다”는 입장이라는 겁니다. 국회가 반대하더라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에서 김병관 등 문제 후보 용퇴시켜라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1-1. 청와대 권력 암투설은 뭔가요.

= 장관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청와대 비서관 인선도 엉망입니다. 작은 청와대를 이야기하더니 비서관 수가 슬금슬금 늘고 있다고 하고요. 이미 내정된 인사가 중간에 뒤바뀌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제 발목에 걸려 휘청거리는 모양새”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대통령 주변 핵심 실세들이 서로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 국정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전혀 협상에 진전이 없네요.

=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어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도 설득해야 된다”고 했고요. 김용태 의원도 “대통령 의지가 너무나 확고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한편 민주통합당에서도 “식당주인이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표결을 해서라도 처리해주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안보실장 국방부장관 국가정보원 원장 공백 상태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해올 경우를 상정하면 머리털이 쭈뼛 설 지경”이라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경향신문도 시니컬한 반응인데, “각각 산업진흥과 방송 공정성 담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과연 정상적인 국가운영과 민생보다 더 중요한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필요이상의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3. 윤창중 대변인 불통 브리핑도 논란이네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 동아일보는 “딱 다섯 문장”이라는 제목으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준비된 원고만 읽고 “더 이상 말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취임 이후 사흘 동안 제대로 된 브리핑이 없다고 하는데. 윤 대변인은 “발표된 대로만 하시면 된다”고 했다고 하죠.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대책은 있는지 등이 궁금한데 전혀 답변을 안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기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4. 다음 소식 넘어가 볼까요. 수입 수산물이 국적도 정말 다양하네요.

= 베트남산 새우 가격이 올라서 요즘은 30% 더 싼 새우를 찾아 에콰도르산·페루산 새우를 수입해 온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오르자 영국 대서양 고등어로 바꿨다가 이제는 러시아 북극 바다에서 수입한다고 하고요.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세네갈 갈치와 기니 가자미가 들어오더니 올해는 모리타니 문어까지 수입하고 있습니다. 모리타니의 문어 어획량은 몇 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고 하죠. 중국인들이 수산물을 싹쓸이해서라고 하는데요. 피쉬+인플레이션=피시플레이션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5. 부석사 불상, 일본으로 안 돌려보내도 된다고 하는데, 이게 간단하지가 않네요.

= 지난해 10월 국내 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섬의 절에서 훔쳐 국내에 밀반입한 뒤 팔려다 지난달 압수된 불상이죠.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다가 일본에 흘러들어간 건데. 법원이 일단 이전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본은 약탈했다는 근거가 없고 선물로 받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문제는 불상의 강탈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불상이라는 걸 입증해야 하고 일본은 그 불상을 입수하게 된 경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한국일보 보도에서는 국제협약만으로 보면 일본이 피해자이고 한국은 가해자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단 절도범들이 훔쳐온 건 맞으니까요. 아깝지만 현 상황에서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일단 깨끗이 돌려주는 게 낫다는 겁니다. 한겨레는 돌려주지 않을 경우 일본이 약탈한 60만점의 문화재 반환 논의가 봉쇄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6. 2010년에 태어난 남자아이 20%는 평생 독신으로 산다는 뉴스가 있네요.

= 2010년도에 태어난 남자 아이 5명중 1명꼴인 20.9%는 평생 결혼 한번 못 해보고 죽을 거라는 통계청 자료가 나왔습니다.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할 확률 역시 25.1%나 됩니다. 여성은 각각 15.1%와 24.7%로 좀 더 낮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결혼을 덜하고 이혼은 더 많이 한다는 건데요. 2010년생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평균 초혼 연령은 각 33.3세, 30.1세. 평균 결혼횟수는 남자가 0.93회, 여자 0.99회로 1회에 못 미쳤다.

6-1. 남녀 성비 문제인가요?

= 성비 문제는 아니고 결혼 성향의 문제입니다. 여성이 좀 더 배우자를 만나기가 쉽다는 거죠. 여아 100명 당 남성아이를 비교한 출생성비는 105.7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2016년께에는 전체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높아질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7.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더니 실제로 전세 공급도 많이 줄어든 모양이에요.

= 통계청 자료입니다. 월세 없는 순수 전세주택은 376만6390가구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21.72%) 꼴입니다. 1995년부터 2년마다 약 1만500가구씩 전셋집이 사라졌다는 건데요. 가구 수는 약 440만가구 늘었습니다. 이데일리 보도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건데요. 부동산 자산 의존도가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임대시장의 흐름이 보다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8. 학자금 대출 연체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있네요.

=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만3334명. 연체액은 잔액 기준으로 2153억원에 이릅니다. 국민일보 보도인데요. 고금리가 원인이라는 겁니다. 2005년에는 금리가 연 6% 수준이었고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에는 연 7% 중반대로 책정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시중금리가 곤두박질쳤는데 대출금리는 그대로니까요. “차라리 금리가 낮은 대출을 새로 받아 학자금 대출금을 모두 갚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9. 이럴 바엔 사외이사를 없애는 게 낫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 경실련 발표인데요. 현재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공정위 출신만 1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현직을 떠난 뒤 2년이 지나면 사외이사로 가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친정인 공정위의방패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경향신문은 올해로 도입한 지 15년을 맞은 사외이사 제도를 이대로 놔둘 것인지 우리 사회가 곰곰이 따져볼 때가 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51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250개 상장사 사외이사(808명)와 감사(100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16.1%나 됐습니다. 학연관계로 얽힌 사외이사도 12.6%였고요.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얼마 전 공인인증서가 유출됐다는 뉴스 기억하실 겁니다. 온라인으로 은행 거래 한 번 할 때마다 온갖 프로그램을 깔고 깔고 하는데 그런 데도 뚫린다면 이거 믿고 거래할 수 있겠나, 그런 생각하신 분들 많을 텐데요. 일단 뚫린 게 아니라 유출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고요. 어제 국회 도서관에서 공인인증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공인인증서의 문제냐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느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10-1. 해킹으로 유출될 수 있으니 공인인증서를 USB에 담아 다니라고도 하던데요. 불편하기도 하고 잃어버릴까 걱정도 되죠.

= 일단 쟁점은 왜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강제하느냐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으로 단돈 1원이라도 계좌 이체를 하려면 공인인증서를 설치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거래는 30만원부터고요. 어제 토론회에서는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라는 주장이 많이 나왔습니다. 공인인증서가 부실한 건 아니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완벽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냥 은행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라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는 것도 문제고요. 액티브 엑스를 깔라고 하는데, 자칫 해킹 프로그램을 깔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획일화된 규제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는 거죠.

10-2. 완벽한 보안이라는 게 불가능할 텐데, 공인인증서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나요.

= 공인인증서가 문제라기 보다는 다양한 기술이 나와 경쟁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모든 거래에 인증 절차를 두는 것도 불편하기도 하고요. 지나치게 까다로운 결제 방식이 새로운 서비스를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플 아이폰 쓰는 분들, 앱스토어에서는 비밀번호만 넣으면 바로 결제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결제 정보를 저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공인인증서는 USB에 보관하는 게 좋고, 컴퓨터에는 백신을 늘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두시고, 고려대 김기창 교수의 조언에 따르면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에 파이어폭스나 구글 크롬을 쓰는 게 안전합니다. 액티브 엑스는 웬만하면 깔지 않는 게 좋고요.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황교안 청문회, '공안검사 이력, 삼성 X파일 수사' 질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황교안 청문회, '공안검사 이력, 삼성 X파일 수사' 질타'를 퍼왔습니다.
서기호 "떡값 감사 무혐의, 이상호 기자 기소…제식구 감싸기"

▲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삼성 X파일 사건, 병역 면제, 부자 간 차용증 등으로 압축됐다. 28일 오전 청문회에서는 황 후보자의 ‘공안 검사’ 이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청문회 질의 순서에는 삼성 X파일 사건을 폭로한 이상호 전 MBC기자가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삼성그룹 회장과 ‘떡값 검사’는 무혐의인데 사건을 보도했던 이상호 기자만 기소됐다”며 “삼성 X파일 사건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식구인 검찰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조차 않았다”며 “수사 의지가 실종됐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황 후보자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제한이 있었고 학계 등의 자문도 거쳤다”며 “불법감청을 통해 만들어진 자료로 수사하는 데 상당성이 부족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다른 증거를 최선을 다해 찾았다”고 반박했다.
황 후보자는 “국가정보기관이 도청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고, X파일이 도청 자료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그 내용이 유출되었다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동일한 의지를 가지고 세 가지를 철저히 수사해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했고,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기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 후보자는 이어 “논쟁이 된 (도청) 자료를 수사 자료로 쓰지 못했다는 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사람은 다 조사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거론하며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로 수사를 개시하고 피해자를 형사처벌하면 법질서가 어떻게 유지될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하자, 황 후보자는 “불법도청자료가 활용되는 것은 큰 폐단이며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사용을 엄격히 규제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안 검사’ 이력이 편향되지 않았나”라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질문에는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편향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쉽다”고 답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박근혜, 복지국가 기둥 세우는 척 하다 뽑아버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28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국가 기둥 세우는 척 하다 뽑아버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평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으로 압축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수정된 대선 공약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 중증질환 국가 100% 보장' 공약은 '필수 의료'로 지원 범위를 제한키로 했고,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4대 보험료)를 100%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50%로 반 토막이 났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던 기초노령연금도 지급액이 축소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말 바꾸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모호한 인수위의 공약에는 '재정이 허락하는 한'이라는 속말이 숨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했다. 그렇다면 수정된 공약은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까? (프레시안)이 복지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난 이유다.

'박근혜 표' 복지 정책에 대해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연금과 의료는 복지국가의 두 기둥인데, 박근혜 정부가 두 기둥을 세우는 척하다가 다 뽑아버렸다"고 평가했다. 서구 복지국가에서 연금과 의료비가 전체 복지 재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연금과 의료가 복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해 급여를 차등 지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 설계를 잘못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사회보험료 지원 등의 고용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기존에 했던 지원 규모와 거의 비슷하다"면서 "고용 복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집권을 계기로 '위로부터 복지 확대'가 가능할까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고, 복지 민심에 의한 '아래로부터 복지 확대' 노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아래로부터 복지 운동과 증세 운동'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25일 그가 연구실장으로 일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한편, 28일은 보편적 복지를 바라는 시민이 모여 만든 풀뿌리 운동 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설립 1주년이기도 하다. (편집자) 

국민연금과 연동한 기초연금 차등 지급,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프레시안 : '박근혜 표' 복지 공약 가운데 요즘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연금과 의료 공약이다. 연금부터 얘기하면,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이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을 신설해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오건호 : 서구 복지국가를 보면 연금이 전체 복지 지출의 3분의 1을, 의료비가 다시 3분의 1을 차지한다. 연금과 의료는 수많은 복지 항목 중 일부가 아니라 복지의 핵심이다. 그런데 박근혜 복지 공약 중에서 먼저 의료 공약이 후퇴했다. 기초노령연금도 애초에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가 차등 지급하기로 공약을 수정했으므로 후퇴했다.

기초연금은 다들 더 받긴 해서 지금보다는 좋아지는데, 차등 지급하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 미가입자보다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제도 수용성)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비례해 지급한다고 했다.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가입자들이어서 이들이 더욱 기초연금에서 역진적 차별을 받게 됐다.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종합하면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른 기초연금 차등 지급 방식은 국민연금 가입자와 미가입자 간에는 형평성 문제와 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비례한 차등 지급 방식은 국민연금 가입자 간의 역진성 문제를 일으켰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별도의 제도로 분리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여 방식이고 기초연금은 무기여 방식이니 재원이나 제도 설계가 완전히 다르다. 애초 방식대로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고, 국민연금은 가입을 조건으로 부분 비례해서 얹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두 제도는 별도다.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해서 기초연금을 깎는 경우는 없다. 북유럽에서도 기초연금 합리화를 하지만, 이를 공적 연금 가입 여부와 연동하지는 않는다. 상위계층에게만 안 주는 식으로 한다.

보편 복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북유럽에서도 요즘 연금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는데, 깎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게다가 북유럽에는 다른 노후 복지 제도가 있다. 복지 규모가 우리의 3배다. 우리보다 3배 큰 집을 가진 사람이 내부 수리하는 것과 우리가 이제 막 층 올리는 것을 비교하면 안 된다. 노후 복지 체계가 여러 층으로 잡힌 상태에서 기초연금을 합리화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깎는 것은 다르다. 그럼 왜 기초연금만 스웨덴·핀란드를 따라 하자고 하나? 다른 제도도 북유럽을 따라 하자고 하지.

프레시안 : 제도 설계가 잘못됐으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인가.

오건호 : 지금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이미 2007년에, 2028년까지 기초연금 수급액을 소득대체율 10%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 시행 계획을 약 15년 앞당긴 것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기초연금 지급액을 올린 게 아니다. 물론 당시 법으로는 수급 대상이 70%였는데, 이번에 대상을 100%로 늘리긴 했다. 하지만 차등 지급하게 됐다.

프레시안 :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끌어다 기초연금에 쓰지는 않겠다고 했는데, 어쨌든 급여를 통합하게 됐다. 예상되는 다른 부작용이 있나?

오건호 : 족보가 다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섞다 보니까 수정안이 계속 나올 수 있게 됐다. 여러 가지 제도 변형이 가능하다. 개악이 수월해졌다. 예를 들어 앞으로 기초연금을 축소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면서 금액이 많아지고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 국민연금이 (보장하는 부분이) 커졌으니 이와 연동하여 기초연금을 더 줄여도 된다고 얘기할 것이다. 이미 기초연금 차등 지급 문이 열린 상태이니 이런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전용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번에 열린 셈이다. 이번 논란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시민사회든 주류 사회든 국민연금 기금을 기초연금에 쓰자는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인수위 때문에 정 급하면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에 끌어다 쓰자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이번에도 진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기초연금 지급을 '세금으로 한다'고 안 하고 '세금으로 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기초노령연금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당장 내년 7월에 급여는 나가기 시작한다. 재원이 없다고 급여를 끊겠나? 정 급하면 국민연금 기금에 손댈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노인 부양 책임 떠넘길 건가?

프레시안 : 원래 국민연금은 재원이 부족하면 세금으로 메운다는데?

오건호 : 보험료로 연금을 다 지급할 수 없으면, 세금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GDP 11% 규모의 노후 연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정도 지급 능력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해서 GDP의 2.5% 규모만 내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후세대들이 11%를 낼 수는 없다. 지금부터 세금과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올려서 후세대가 11%의 연금 지출 부담을 수용하게 하기 위한 이행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갑자기 올리면, 후세대들이 보험료율 인상을 지급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앞으로 세금과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 세대별 미래로 갈수록 연금 재정 책임 몫을 늘려나가는 상향 로드맵을 밟아야 한다.

기초연금은 노인 수가 늘어 재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한다면 지금보더 7조 원이 더 소요된다. 부담액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지급액이 그대로라고 해도, 노인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령화율이 11%인데, 2060년이 되면 40% 정도 된다. 올해 7조 원이지만 8조, 9조 원으로 늘다가 결국 약 40조 원이 들어갈 것이다. 새로 늘어나는 부담액을 후세대에게 부담하게 하려면, 당 세대 젊은이가 당 세대 노인의 기초연금 몫만큼은 부양한다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올려놓고 나중에 후세대에게 "미안하다. 고령화 때문에 세금을 조금 더 올려야 한다"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세대들이 "우리보다 노인 부양 책임을 덜 졌던 당신들은 젊었을 때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후세대보고 다 책임지라고?"라고 반발할 것이다. 지급 능력이 있어도, 정치적 이유로 후세대가 증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이 첫 단추다.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느 특정 세대의 재정 부담이 확 커져야 한다. 후세대가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급여가 깎일 수도 있다. 똑같이 GDP가 3만 달러인 국가에서도 복지 제도가 다양한 이유는 경제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 복지 지출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 때문이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오건호 외 지음, 피어나 펴냄) ⓒ피어나

유럽은 국민연금 급여율이 50-60% 정도 되는데 보험료율이 20%다. 우리는 2028년 기준으로 급여율이 40%인데 보험료율은 9%에 불과하다. 유럽은 보험료율이 우리의 두 배인데 국민이 이를 감수하고 제도를 신뢰한다. "냈더니 나중에 더 많이 받더라. 좋더라. 필요하더라." 이런 식의 신뢰만 쌓이면 보험료율 상향은 가능하다.

2011년 기준 가입자와 기업이 낸 국민연금 보험료가 총 28조 원이다. 동시에 민간 생명보험에 낸 금액이 약 90조 원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공적 연금에 지극히 조금 낸 것이다. '공적 연금 중심으로 노후를 대비하자'는 마음과 시민적 책임 의식이 생기면 누가 민간 생명보험에 가입하겠나. 보험료를 늘릴 경제력 여력은 있다. 그런데 제도를 신뢰할 수 없으니까 9% 보험료율에도 저항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재정 분리해야 

프레시안 : 국민연금 기금은 있는데 기초연금을 위한 재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으로 때워야 하나?

오건호 : 그건 곤란하다. 국민연금은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근로자 소득의 9%를 낸다. 보험료율은 바뀔 수 있지만,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연금 지급분으로 놔둔 것이므로 기초연금에 갖다 써버리면 안 된다.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재원이 다르고 급여만 통합된 상태다. 국민연금의 통합 방식으로는 관리 통합, 급여 통합, 재정 통합 이렇게 세 가지가 가능하다. 관리 통합은 두 연금의 관리를 연금공단으로 일원화하는 것이고, 급여 통합은 재원은 다르되 급여만 통합하는 것이다. 재정 통합은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에 갖다 쓰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 통합을 얘기했다가 저항이 심하니 급여 통합으로 간 것이다. 하지만 기초연금 재원이 없을 때 재정 통합으로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

국민연금은 우리가 절반을 내고 후세대가 나머지 절반을 내는 방식이고, 기초연금은 세금을 더 거둬 당 세대 젊은이가 당 세대 노인을 부담하는 원칙으로 가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필수 의료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

프레시안 :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필수 의료'에 한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의료적 비급여가 얼마나 보장될까?

오건호 : 비급여 부담 가운데 간병비를 제외하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다. 의료적 비급여는 나머지 절반인데,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빼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나머지 의료적 비급여를 다 건강보험에 포함할지는 알 수 없다.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 재정이 없을 것이다. 새 정부는 4대 중증질환이나 노인 임플란트 공약에 드는 비용은 공약집의 재정 소요 총액에 포함하지 않았다. 마련한 돈이 없다.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올릴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기조상 구조적으로는 민간 의료보험 시장을 침해할 수가 없으므로 보장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필수 의료'라고 해봤자, 필수 의료로 적용받는 데도 여러 가지 기준이 있고, 그마저도 단계별로 접근할 것이고, 그래 봤자 전체 고액 진료 환자의 15%밖에 안 되는 4대 중증질환자만 대상이다. 지극히 제한적이다.

근로장려세제·비정규직 사회보험료로는 한계 많아 

프레시안 : 새 정부는 '노동' 대신 '고용 복지' 의제를 들고나왔다. 5대 국정 과제에 '맞춤형 고용·복지'가 있다. 중산층 비율과 고용률을 모두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오건호 : 고용 복지가 약하다. 불안정 노동자에게 줄 수 있는 복지가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저소득층 비정규직 사회보험료(4대 보험료) 지원이다.

사회보험료 지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했던 것과 거의 똑같다. 이명박 정부도 월 소득 105만 원 미만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보험료 2분의 1을, 125만 원 미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3분의 1을 지원했다. 월 소득 125만 원이 기준이었다가 이번에 130만 원으로, 지원 금액이 모두 2분의 1로 올랐는데, 자연증가분 정도에 그친 수준이다.

사회보험료 지원 보장액도 50%도 원래 공약에서는 100% 지원이었다. 이것마저도 애초 공약에서 후퇴했다. 실제로 효과가 많이 안 날 것이다. 노사가 임의로 사회보험료 등록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절반을 내는 것도 노사 모두 서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행정감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국민연금 가입률이 30%대에 머무는 이유다.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애초 공약대로 수혜자인 노동자 부담분을 100% 감면해야 한다.

유일한 고용 복지 연계 정책이 근로장려세제다. 의미는 있는데 근로 유인 효과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EITC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EITC 때문에 노동시장 참가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올라간 고용률도 한계 직업에 있는 사람들의 고용률이다. 일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게 문제고, 일을 하려고 해도 보수가 박한 게 문제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지원해 노동자들의 힘이 세지고, 자본을 압박하고, 노사 관계에서 노동의 권력을 키워주는 정치가 필요한데 거의 없지 않나.

노동조합 배제하고 고용 복지? 

프레시안 : 이번 정부 인사의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인사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건호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복지 쪽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복지의 총량이 늘어날수록 전달 체계 개혁이 중요하다. 제도와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실세라는 이유로 복지부 장관이 됐을 때, 정권의 기조는 반영하겠지만, 복지 인프라 개혁에 얼마나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작업에 주도권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사 관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노동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노사 관계, 노사 간 힘의 관계가 중심이다. 노사 관계에 따라 제도가 만들어진다. 고용률도 자본에 대한 노동의 힘이 얼마나 커지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처럼 자본의 권력 자원이 월등한 상황에서 고용률을 올리거나 노동자 복지를 확충하려면, 힘의 균형을 맞추는 노사 관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전교조를 쳤다. 이명박 정부처럼 노동자를 배제하고 노사 협력 세력만 끼고 가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복지 확대를 요구해야 하고 정부는 고용 복지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노동의 힘이 커졌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인정해 주고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초장부터 배제 전략으로 간다. 청와대에서 그렇게 가더라도 장관이 조정해야 하는데 과연 노사 관계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그걸 할 수 있을까.

"아래로부터 복지 운동과 복지 의제 만들어야"

프레시안 : 박근혜 공약에 대한 총평을 부탁한다.

오건호 :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만 보면 복지 확대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연금이 날아가고 병원비도 다 날아갔다. 연금과 의료가 복지국가의 두 기둥인데, 두 기둥을 세우려는 척하다가 다 뽑아버렸으니 한국형 복지국가의 기둥이 없어졌다. 게다가 고용 복지 정책도 취약하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복지 확대에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박근혜 집권을 계기로 '위로부터 복지 확대'가 가능할까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복지 민심에 의한 '아래로부터 복지 확대' 노선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랫바닥의 복지 민심은 여전히 크다. 복지 정책과 복지 민심의 갈등은 정권 초부터 진행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무상 보육,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논의가 진전됐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도 복지가 늘었다. 누구의 힘인가? 이명박 정부의 공약 때문은 아니다. 시민의 힘이 크면 국회와 행정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에서 복지를 늘린 것은 복지 민심이었다. 앞으로 복지 민심이 어떻게 잘 뭉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전략도 중요하다. 무상 급식, 보편 복지 담론처럼 시민사회 운동도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 복지 민심의 탄탄함을 믿으면 박근혜 시대의 복지국가 운동이 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성과도 낼 수 있다. 박근혜를 매개로 위로부터 복지 확대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날아갔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복지를 확대했듯이, 복지 민심의 힘에 의한 '아래로부터 복지 확대' 노선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보편적 복지가 성공하기 위한 조언을 하자면?

ⓒ프레시안(최형락)

오건호 : 보편 복지가 위력이 있는 의제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우선 합당한 재정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선거를 거울삼아야 한다. 총선, 대선 때 복지 의제를 정치권이 주도해야 했는데, 야권이 복지 의제를 적극 주창하지 못하는 징후를 보였다. 정치권은 시민사회의 증세 요구가 없다고 보고 있었다. 정치권에 요구하기 전에 시민사회에서 증세 논의가 터져 나와야 했다.

다음으로 주체가 있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증세라는 아킬레스건에 붙잡혀 있고. 진보정당은 내분으로 대중적 활동을 못했다. 노동조합도 복지와 노동을 분리하면서 '선(先) 노동 후(後) 복지'를 말했다. 이러한 선후 구도는 적절치 않은 논리이다. 복지와 노동은 동전의 양면으로 봐야 한다. 노동 기본권을 주창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 현장에서 단절당하면 완전히 사지에 내몰리니 활동을 하기 어렵다. 서구 복지국가를 보면 복지 민심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게 노조인데 한국에서는 노조가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우리는 복지 민심은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복지 재정을 더 확충해 '재정 주권 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그런 취지에서 개인들이 소득별 보편 증세라는 의제로 모여 지난해 2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를 결성했다. 증세뿐만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세금 특혜 줄이기, 재정 지출 개혁까지 포함한 재정 방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병원비는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다른 복지는 '사회복지세'를 도입하는 식으로 재정 중심의 증세 논의를 이끌어 내고, 시민이 목소리를 내면 복지의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 달라.

오건호 : 복지 민심이 탄탄하다고 본다면,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시민사회 운동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도 중앙과 지역운동을 같이하며, 모든 이가 집중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 계획이다. 무상 급식이 전국에서 복지 논쟁을 일으켰듯이, 복지 민심을 전략적으로 안고 갈 의제가 필요하다. 지금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사회복지세 도입을 제안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까지 지역 단체에서 이 의제를 논의할 생각이다. 무상 급식이 당선 여부를 가렸듯이, 전국적 복지 의제를 만들어서 2016년 총선을 다시 복지 총선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