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추적60분’ 30주년, ‘추적’의 이유를 묻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7일자 기사 '추적60분’ 30주년,  ‘추적’의 이유를 묻는다'를 퍼왔습니다.
강희중 CP “시사 프로그램 위축돼…앞으로 30년을 준비할 것”

▲ 27일로 30주년을 맞은 ‘추적60분’ (KBS 제공)

K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이 27일 3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추적60분)은 1983년 ‘한국의 헐리우드, 충무로 영화가’로 첫 전파를 탄 이래 지금까지 총 1,064회가 방영됐다. 군부 독재 하의 1980년대는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상상하기도 어려운 때였지만, (추적60분)은 그간 집중하지 않았던 사회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추적60분)은 제작에 쓰이는 장비나 프로그램 포맷도 ‘최초’가 많아 화제를 모았다. (추적60분)은 ENG 카메라와 무선 마이크를 최초로 사용한 프로그램이며, 사건을 취재했던 PD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는 형식,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추적60분)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첫 방송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안팎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잠시 시청자 곁을 떠났던 (추적60분)은 1994년 2월 27일 ‘서울의 심야지대’로 부활했다. (추적60분)은 이후에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들의 원인을 분석했고, IMF 경제위기 시절을 거친 뒤에는 노동과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추적60분)은 지난해에도 ‘언론 노동자(‘170일 만의 복귀, MBC파업 무엇을 남겼나’ : 7월 25일 방영), 폭력적인 직장폐쇄 현장(‘계획된 폭력, 용역의 진실’ : 9월 26일 방영), 정리해고 문제(‘1년에 10만 명, 정리해고의 그늘’) 등을 다루어, 노동 문제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관심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뿐 아니라 감춰져 있었던 사회의 이면을 취재, 보도한 이 만들어 낸 성과 역시 상당하다. (추적60분)은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과 관련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살인 누명을 쓴 한국 국민의 무사 귀국을 이끌어냈고, 민가 주변에서 일어난 미군 폭격 훈련장을 고발, 문제가 됐던 매향리 사격장을 폐쇄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
1983년 2월 27일 첫 방송 후, 꼭 30년이 되는 오늘 (추적60분)이 준비한 내용은 바로 ‘탐사보도’ 그 자체다. (추적60분)은 세계 각국의 탐사보도 현장을 찾아가, 왜 어렵고 힘들어도,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추적’해야 하는지를 돌아본다.
(추적60분)의 30주년 특집방송에는 국내에서도 ‘위키리크스’ 설립자로 널리 알려진 줄리안 어산지의 단독 인터뷰가 포함돼 있으며, 필리핀의 (Imbestigador), 미국 PBS의 (Frontline) 등 유명 탐사보도 프로그램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인 (프로퍼블리카)도 두루 훑는다.

[인터뷰] 강희중 (추적60분) CP

▲ 강희중 ‘추적60분’ CP (KBS 제공)

1. (추적60분)이 30년을 맞았다. 소회는.
30년 된 프로여서 영광이긴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이 옛날보다 위축돼 있어,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2. 추적60분을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들은 무엇인가.
사실.. 저희들은 다 어렵다. 어떤 것을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 (추적60분)은 사회 고발성 내용이 주를 이루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기에 방송이 연기되거나 불방 처리되는 고초를 종종 겪었다. 최근 사례로는 2010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2011년 ‘긴급점검 4대강, 안전한가’ 등이 대표적이다.
3. (추적60분)이 다시 콘텐츠본부로 복귀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개편(3월 말~4월 초 예정)에는 그 부분이 없다. 최근 2, 3개월 정도 사장이 바뀌면서 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와 공론화되긴 했지만, 언제 콘텐츠본부로 돌아간다는 공식 일정이 나와 있진 않다. 개편을 앞두고 있으니 일부에서 기대 섞인 예측을 하긴 했다. 원래는 30주년과 콘텐츠본부 복귀를 함께 엮어 가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는 복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4. 시사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방송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이 많이 생활 속에 많이 활성화돼,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던 시청자들이 움직인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종편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안매체들이 나왔지 않나. 이 매체들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는 매체환경의 변화가 있고, 또 하나는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들 수 있다. 시사 프로그램뿐, KBS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지상파의 달라진 위상도 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급변하는 환경에서 (추적60분)은 우리도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 너무 오래됐다, 신뢰가 간다로 반응이 나뉘는 프로그램 포맷 등 틀에 대한 변화도 고민 중이다. PD가 출연하는 부분, 테마, 아이템 개수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은 매체들이 많아져서 다양한 형태의 경쟁 벌이는데, 거기서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심층성이 있나, 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여러 현안에 대응하는 시의성을 담고 있는지 두루두루 고민하고 있다.
6. 30주년 특집을 만들면서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각국의 언론인과 매체를 취재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주변에서 시사 프로그램의 위기가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추적60분)도 30주년을 맞아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았다. 바로 우리가 추적을 왜 해야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층위가 다른 나라들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돌아보았다.
필리핀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어렵고 힘든 취재를 하고 있고 암살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알 자지라)는 아랍의 봄을 가까이에서 기록하며 민주화 물결에 함께 했고, BBC는 자사 보도를 통해 BBC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 정부든 어디든 속박되지 않고 성역 없는 취재를 하는 모습 말이다.
또한 언론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도 담으려고 했다. 언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기본적 요소는 무엇인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닐까. 동시에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진화해야 할 요소는 없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타산지석을 삼을 만한 요소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이는 앞으로의 30년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7. 영국 BBC의 ‘인사이드 아웃’은 자사의 잘못도 고발한다고 하던데, 추적60분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 부분들은 뭐, (지상파 3사 모두) 전체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긴 어렵다.
8. 종편의 시사프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특별히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선 앞두고 프로그램이 양적으로 많이 늘어나 시청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 됐다고 본다.
9. 최근에는 KBS가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맞대응하면서 영화 ‘고지전’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나간 이야기라 따로 답변하기 어렵다.
* (추적60분) 제작진은 불방 사태에 대해 “편성국의 입장도 이해하고 존중하나 (추적60분)을 결방하는 것까지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0. 2013년에도 노동자, 서민,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아이템이 있나. 
사실 (추적60분)에서는 노동 관련 보도를 꾸준히 해 왔다. 지난해뿐 아니라 2011년에도 굵직한 노동 현안들을 다루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하겠다는 의미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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