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48%의 불안과 51%의 기대, 그걸 지켜보는...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5일자 기사 '48%의 불안과 51%의 기대,  그걸 지켜보는...'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④]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현장 스케치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뉴스1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선서문이 짙은 무게감을 가지고 취임식장에 내려앉았다. 취임 선서문의 대미를 장식한 ‘대통령 박근혜’라는 어휘는 이명박 시대의 끝을 알리는 마침표였으며, 박근혜 시대를 여는 선언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유권자들에게 박 대통령이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이제 ‘멘붕’은 그만두고 현실로 돌아오렴.”

박근혜, 취임 연설서 ‘희망의 새 시대’ 역설

25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박근혜 대통령과 국내외 귀빈, 일반 국민 등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취임식 슬로건을 시작으로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행사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 두려 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국민 대표 30명과 함께 입장할 때 무대 밑의 오케스트라는 ‘희망의 나라로’를 연주했다. 박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희망의 새 시대’로 시작해 ‘희망의 새 시대’로 끝나는 수미쌍관 구조를 이루었다.
취임 연설을 하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안보’와 ‘법치’를 새 정부의 기조로 내세운 박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도 잊지 않고 자신의 안보관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맞는 7만 명의 표정

▲ 25일 오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이 취임식 참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미디어스

취임식 시작을 2시간 이상 앞둔 시각부터 국회의사당역과 주변 도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국회의사당 주변 도로가 통제됨에 따라 국회로 통하는 교통수단이 지하철밖에 없었던 탓이다. 차가 다니던 국회 앞 대로에는 검색소가 차려졌다. 초대장을 들고 비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검색소 앞에 긴 줄을 이루었다.
참석자의 면면은 다양했다. 동행인과 함께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남성, 자녀를 대동한 부모, 휠체어를 탄 노인이 있었다. 왼팔에 ‘완장’을 찬 취재진은 묵직한 카메라를 짊어지고 국회 앞 표정을 담으려 종횡무진했다.
경찰들은 입장 인원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뜩 굳은 표정에는 국가 요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에 따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분증을 목에 건 기자라도 검색소를 통하지 않고 그냥 국회 안에 들여보내는 법이 없었다.
“제가 아직 비표를 못 받아서 얼른 국회도서관 쪽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쪽으로 가시면 안 되고요, 빙 돌아가셔야 합니다.”
비표 배부처에 도착해 간신히 ‘완장’을 끼우고 나니, 국회의사당 앞쪽과 마찬가지로 잔뜩 늘어선 줄이 보였다. 소지품 일체를 검역대에 올려놓고 금속 탐지기로 몸 곳곳을 뒤지는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국회 앞뜰에 들어설 수 있었다.

▲ 가수 싸이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뉴스1

자리를 잡는 참석자들로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진 식전 행사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는 빠지는 법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IT기술이 얼마나 훌륭한지, 응원 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인기 코미디언들이 앞다투어 논하는 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연신 흘러나왔다. ‘한국을 빛낸 인물’로 소개된 가수 싸이는 노래 중간에 “대한민국 파이팅!”을 집어넣으며 무대를 누볐다.
물론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용감한 녀석들’이나 JYJ, 싸이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취임식에 참석한 7만여 명은 취임 연설 도중 여러 번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박 대통령의 ‘국정 비전’에 화답했다. 행사를 마치고 중앙 통로로 내려온 박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보내자, 객석 앞쪽에서 고개를 죽 빼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던 이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대통령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꽃술을 흔들며 그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지나간 길을 바라보다 조용히 눈물을 닦는 이가 있었다.
처음을 알리는 행사는 으레 흥분과 기쁨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 시대를 함께 시작하기 위해 취임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아닌, 박근혜 시대의 도래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대자들도 새 시대를 맞는 설렘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취임식 내내 진지한 얼굴로 앞을 응시하던 박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48%의 불안과 51%의 기대를 양 어깨에 올려놓고, 박근혜 대통령은 드디어 5년간의 국정 레이스를 시작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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