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 장애인·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만이라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5일자 기사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 장애인·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만이라도”'를 퍼왔습니다.

ㆍ천막농성장·종탑서 박근혜 대통령에 요구

박근혜 대통령 취임을 맞아 ‘희망의 복주머니 개봉행사’가 열린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은 대통령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음악소리로 축제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광장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 천막농성장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날로 189일째를 맞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천막농성장에는 지난해 10월 화재로 사망한 장애인 활동가 김주영씨의 영정을 밝히는 추모 촛불들이 자리를 지켰다.

공동행동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오복(5대 요구안) 전달식’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가졌다. 대전에서 올라온 지체장애 1급 박명애씨(59)는 “난 50살이 될 때까지 한번도 누구와 싸우거나 무엇인가를 요구한 적이 없지만, 아무도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이렇게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오게 됐다”며 “사람들은 장애인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바라기만 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해고 학습지 교사들은 박 대통령에게 “여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해고자 전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20m 높이의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 오른 재능교육 해고 학습지 교사 여민희씨(41)와 오수영씨(40)는 “재능교육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종탑에서 내려갈 수 없다”며 전화통화로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그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 교사 대부분이 여성들이고,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학습지 교사들”이라며 “집에서는 가장이고, 아이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학습지 선생님도 행복할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본사에서 천막농성 중인 이현숙씨(39)는 “내일이 되면 재능교육 투쟁이 1895일이 돼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사업장 기록이 기륭전자 불법파견에서 재능교육으로 바뀐다”며 “국제노동기구에서도 권고안을 내 해결을 요청했던 한국의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2150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농성장의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55)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조활동을 ‘현행법’이란 잣대로만 판단해 탄압하는 지금의 현실을 봤을 때 노동 쪽으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운 실장(43)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지키고, 직접 현장을 찾아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을 앓고 있는 김규원씨(44)는 “환자에게 일정 비용 이상을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공약을 지켜달라”며 “매달 약값으로만 40만~50만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항암주사를 맞으면 그날과 다음날은 몸이 아파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김한솔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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