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보수, ‘북핵보다 이니스프리’ 네티즌 비판


이글은 시사IN 2013-02-25일자 기사 '보수, ‘북핵보다 이니스프리’ 네티즌 비판'을 퍼왔습니다.

북한 핵실험이 있었던 2월12일 이 문제에 대한 방송 3사의 보도 분량은 대단했다. KBS의 경우 9시 뉴스 세 꼭지를 제외한 모든 뉴스가 핵실험 보도였고, MBC는 아예 두 시간짜리 특집을 내보냈다. 북핵 문제가 중차대한 건 맞지만 다른 영역에 대한 보도가 너무 묻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더 문제가 된 건 앵커들의 훈계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데 국가가 요동치지 않는 것이 ‘안보불감증’이란 식의 진단이 잇따랐다. 사람들이 사재기를 시작해야만 만족했을까? 보도 편성에 대한 변명 내지 자기 정당화라는 느낌마저 드는 태도였다. 


그날 방송의 태도에 유일하게 맞장구친 것은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이었다. 그들은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북한 핵실험’이 할인을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보다 아래에 있다며 사람들의 ‘안보불감증’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검색어 순위권 상위에 올리기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반복 검색을 하듯 했어야 했다는 말일까? 북한 핵문제가 궁금한 이들은 뉴스라도 틀어서 보고 있을 텐데 인터넷 검색어에까지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의 문제 제기가 우스운 것이었다는 건 다음 날 조간신문 보도가 증명했다. ‘이니스프리’에 기대어 곧바로 보수 누리꾼에 대한 ‘클릭질 장사’를 했던 인터넷 기사들은 다음 날 지면에 포함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일부 누리꾼 반응을 지면에 담은 것은 (동아일보) 8면 기사였는데, 그나마 시민 반응을 전하다 기사 말미에 잠깐 언급한 정도였다. 

‘클릭질’이 되어버린 허망한 ‘애국질’을 부추기는 방송과 이를 장사에 활용하는 신문의 문제를 동시에 보여준 하루였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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