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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 미국의 환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22일자 기사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 미국의 환상!'을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북핵이야기] 중국 역할론의 허와 실(上)


오늘날 북핵 문제는 1960년대 중국 핵문제와 여러모로 닮았다. 북한이 핵무장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일방주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마오쩌둥(毛澤東)도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때 비로소 전쟁광(미국)이 우리의 정당하고 이성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소련은 원자탄을 갖고 있다. 그것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두려워한다는 점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두려워하는가?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자탄과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타이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 동기에는 중국에 대한 불만과 견제 심리도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소련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 온전한 주권 행사가 어렵다고 봤다.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자주의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치켜세우듯이 중국 역시 양탄일성 덕분에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사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기아를 환기시켜왔다. 이는 1964년 10월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 존슨 대통령이 "중국 인민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 중국 정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었다.
▲ 북한 김정은(왼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오늘날 북핵 문제는 1960년대 중국 핵문제와 여러모로 닮았다. 북한이 핵무장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제국주의"의 핵 위협과 일방주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마오쩌둥(毛澤東)도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때 비로소 전쟁광(미국)이 우리의 정당하고 이성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있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이다.

"소련은 원자탄을 갖고 있다. 그것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이 두려워한다는 점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두려워하는가?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자탄과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타이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 동기에는 중국에 대한 불만과 견제 심리도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소련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 온전한 주권 행사가 어렵다고 봤다.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자주의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오늘날 북한이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치켜세우듯이 중국 역시 양탄일성 덕분에 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사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기아를 환기시켜왔다. 이는 1964년 10월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 존슨 대통령이 "중국 인민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던 것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 중국 정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었다.
이번에는 다를까?
2기 들어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역할론'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3월 15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계속 참아왔지만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태도가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중국이 다시 계산하고 '이제 손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호전적 자세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4월 17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선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중국이 없다면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중국이 우리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암시해왔다고 생각한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AP=뉴시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중국은 북한에 연료의 4분의 3을 제공하고 중요한 금융 연결고리이며 식량을 제공한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는 케리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면서 60년대 케네디 행정부가 서독 핵문제라는 미끼를 던져 소련을 설득하려고 했듯이, 오바마 행정부는 MD라는 미끼를 던져 중국을 압박하고 설득하려고 한다.

오바마는 '채찍'부터 먼저 들었다. 중국이 2012년 12월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주저하자 중국의 핵심적인 우려를 자극해보자며 MD 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를 두고 2012년 12월 13일 자 (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 불편한 선택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 2기 때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MD 구축을 가속화하면 중국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미국이 3~4월에 MD 기능을 장착한 이지스함 2척 동아시아로 급파, 미국 서부 해안에 14기의 요격미사일 및 괌에 고고도방어체제(THAAD) 배치 결정 등 북한위협을 이유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의 불만도 커졌다. 그러자 케리 장관은 중국에 당근을 제시했다. 중국의 역할에 힘입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MD를 증강해야 할 논리적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의 '중국역할론'은 짝사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단 미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위성)이 '자주의 무기'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자주권'을 가장 중시하는 한, 중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 동참은 북한의 언행을 순화시키기보다는 더욱 거칠게 만든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규탄 성명이나 제재 결의에 동참할 때마다 핵실험으로 응수해왔다. 더구나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광명성 3-2호 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 2087호를 채택하자 북한은 "잘못되였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렬한 처사"라며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한국은 불안, 세계도 위험...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17일자 기사 '"한국은 불안, 세계도 위험...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콧 "살아남으려면 당장 원전 멈춰야"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20대 후반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당신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듣지않거나 보지않으려 하지 마세요. 공포스러운 이야기여도 진실이에요." ⓒ 권우성


장시간 비행과 시차로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핵(Nuclear)'이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그의 푸른 눈동자는 반짝거렸다. 만 7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손동작도 다양해졌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고,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호주 출신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콧 이야기다. 그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소장 이윤근)' 초청으로 방한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와 만난 그는 기자에게 나이를 물었다.

"20대 후반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당신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공포스러운 이야기여도 진실이에요.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원자력 발전소를 닫고, 석탄을 태우는 일을 멈추고, 전 세계 핵무기의 97%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없애면 가능합니다. 두 나라는 북한(의 핵 무장)을 비판할 처지가 못 되죠."

캘디콧은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15살 소녀 헬렌이 탈핵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때는 소련과 미국이 치열하게 군비 경쟁을 하던 시절이었다. 캘디콧은 우연히 핵 전쟁을 다룬 책을 읽고 "핵 전쟁은 곧 '종말(the end)'"임을 깨달았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후,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주제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핵 발전 문제도 고민하게 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호주로 돌아온 캘디콧은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를 연구하고, 이 병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했다. 그는 "제 환자들은 모두 죽었는데, 낭포성섬유증의 원인 중 하나는 방사선 노출이었다"고 말했다.

1980년의 어느 날, 캘디콧은 '미국이 위성을 이용해 소련에 크루즈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그럴 경우 핵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캘디콧은 아이들이 핵 전쟁으로 죽거나 그로 인해 낭포성섬유증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근무하던 하버드 의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협회(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PSR)를 세웠다. 이전에도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탈핵을 외쳤지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공산주의자 되느니 죽겠다'며 핵무기 찬성하던 미국인들이 돌아선 이유 

의사 2만3000명이 참여한 PSR은 창립 후 '만약 핵 전쟁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면, 그 의학적 영향은 어떨까'란 주제로 미국 전역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1978년 제가 만난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할 정도로 소련에 적대적이었고, 핵 무기에 찬성했어요. 그런데 5년간 PSR에서 강연을 다닌 후 미국인의 80%가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은 '혁명'이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교육, 그리고 언론 덕분이었어요. 강연으로 사람들이 변했고, 또 그 내용이 많이 보도됐거든요."

그는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캔디콧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나와 만난 후부터 '핵 전쟁으로 (적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고, 고르바초프와 교류하기 시작했다"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UN) 등이 여전히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디콧은 "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미 1958년 'WHO는 IAEA의 동의 없인 어떤 핵 사고도 조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난 2월 WHO가 낸 보고서 역시 IAEA가 쓴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WHO는 이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일본 내 암 환자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후쿠시마 원전에서 쓰인 우라늄도 호주산이었습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죽음을, 암을 팔고 있습니다." ⓒ 권우성


캘디콧은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IAEA에 협조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없지만, 세계 최대의 우라늄 매장량을 자랑하는 호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캘디콧은 "호주는 우라늄·석탄 등 원재료를 수출하는 경제구조여서 특히 광산업계의 힘이 세다"며 "그들은 굉장히 나쁜 방식으로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쓰인 우라늄도 호주산이었습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죽음을, 암을 팔고 있습니다. 또 호주는 석탄을 이용, 화력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그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죠."

"사람들이 진실 알아야 정치가 그들을 대변" "살려면 원전 당장 멈춰야"

그가 탈핵 운동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냉전의 끝'이었다. 저서 제목 '핵은 답이 아니다'는 캘디콧이 40년 넘게 외쳐온 말이기도 하다. 그 결과 냉전은 끝났지만, 또 다른 목표인 '핵 없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새로 핵 발전소를 짓는 나라들이 있고,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 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마저 핵무기 현대화 예산을 늘린 2014년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캘디콧은 '핵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현실에 굴하지 않고) 그냥 계속 탈핵운동을 했다(Keep going)"고 말했다. 

'교육'과 '언론 보도'로 진실을 아는 것 만큼 탈핵에 중요한 일이 시민들의 참여다. 캘디콧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비슷한 시민운동이 호주에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강력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4월 15일 문을 연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가 아이들을 방사능 위험에서 보호하자'며 뜻을 모은 시민들이 돈을 모아 세운 곳이다.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앞으로 생활 속 방사능위험을 감시하고 농수산식품이나 토양 등을 조사, 정확한 방사능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캘디콧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신뢰하지 않거나 싫어한다면 당신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핵 문제의) 진실을 알고, (그동안 진실을 감춰온) 정치인들에게 '당신을 뽑지 않겠다'고 말해야 그들이 우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처럼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일수록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캘디콧은 후쿠시마 사고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데다 국내에 원전이 23개나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지진이라도 난다면, 원전 한 곳에서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암으로 죽고, 후손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자라난 작물을 먹게 된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톤에서 일어난 폭발테러 같은 테러의 위협과 북한의 공격도 한국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계속 북한을 도발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한국의 원전을 공격할 수도 있다"며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더라도, 한국은 후쿠시마처럼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역시 "핵 때문에 위험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살아남고 싶은가요? 그럼 당장 원전을 멈추세요.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통일로 가는 길을 준비하세요. 또 모든 건물에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세요."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살아남고 싶은가요? 그럼 당장 원전을 멈추세요." ⓒ 권우성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심재철 "북핵 맞서는 '공포의 균형' 필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11일자 기사 '심재철 "북핵 맞서는 '공포의 균형' 필요"'를 퍼왔습니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 새누리 '강경론' 득세 중
▲ 심재철 "미, 전술핵 재배치하고 전작권 전환 연기해야"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잇따른 대남 위협과 관련,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및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를 공개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핵 협박에는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만이 위협을 이기는 길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이 점쳐지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의 '강경론'이 점차 세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심 최고위원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에게 도발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도발이 발생하면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했는데 올바른 군 통수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그는 "현재와 같은 핵 안보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돼야 한다"며 "기존 재래식 무기가 통하지 않는 절대무기인 핵무기에는 절대무기로 맞받아칠 수밖에 없다, 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통한 핵우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미연합사에서는 전쟁 발발시 미군이 자동개입할 수밖에 없지만, 1년 8개월 후 전시작전권이 이양되면 미군은 지원군이 된다, 미군을 파견하더라도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환된다"며 "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억제력 차원에서 큰 차이가 나는 만큼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최고위원의 주장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13 국제 핵정책콘퍼런스에 참석, "우리나라는 NPT 10조에 의거해 이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핵 문제로 인해 한 국가의 이익이 특별히 위협받거나 국가 생존이 달렸을 때 3개월 전에 통보하고 탈퇴할 권리를 부여하는 NPT 10조에 따라, 북한 상황에 발 맞춰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뒤로 물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정 의원은 "북한의 비핵화를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하고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 NPT탈퇴 ▲ 미국 전술 핵무기의 재배치 ▲ 2015년 전작권 전환 계획의 폐기 ▲ 미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 계획 중단 ▲ 비핵화 최우선 논의를 전제로 하는 미-북 직접대화 등을 제안했다.

이한구 "안보 위기 이용해 남남갈등 부추기는 세력 있다"

상대적으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유화론'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일각에서는 지금의 안보 위기 상황을 이용해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세력도 있다"며 "대한민국이 분열하고 갈등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북한 정권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부의 대북 대응 기조를 두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을 돕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여야가 똘똘 뭉치고 각계각층이 하나가 돼 함께 위기를 극복할 때 북한의 도발 위협은 훨씬 약화될 것"이라며 "사회 지도층의 경우는 현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도 신중한 언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정치권에서 당면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뒤섞이기 마련이지만 국가적 위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경태(sneercool)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 대응은 긍정적 대포 쌓이면 저절로 터져, 지금 메시지 보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4일자 기사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 대응은 긍정적대포 쌓이면 저절로 터져, 지금 메시지 보내야"'를 퍼왔습니다.
(오마이뉴스)-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 '한반도 위기 해법' 전문가 좌담회

▲ '<오마이뉴스>-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 좌담회: 한반도 위기를 점검하고 해법을 묻는다'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코리아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북한이 또 다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한반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북한의 3차핵실험 이후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코리아연구원이 공동기획한 '한반도 위기를 점검하고 해법을 묻는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총'보다는 '말'이 해법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바닥을 찍은 만큼, 박근혜 정부가 이보다 더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과의 소통창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신뢰'를 열쇳말로 삼은 만큼 "정부가 국내정치에 발목 잡히지 말고, 진보-보수 진영의 대화를 주도하라"고 주문했다.

사회를 맡은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보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 북핵, 남북관계 등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뗐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지금 한반도 상황은  예측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기 조성 → 타협 → 대화 → 합의 채택 → 국가별 의견차로 불이행 → 다시 위기'란 공식이 반복되던 것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기를 안정시킬 환경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한국은 '비핵개방 3000'을 이유로 북한의 도발이나 대화 제의에도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6자회담 참가국 지도부가 모두 교체된 탓에 한반도 문제를 전담할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인준도 아직 안 된 상태이고, 한국은 이날에야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가안전보장회의 공식 소집이 가능해졌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여기에 "한반도 상황은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란 분석을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계획에 따라 키 리졸브 훈련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북한에겐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고 북한이 핵 무기 개발 등을 '방어용'이라고 하는 것 또한 한국 등 다른 나라에겐 공격 목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안보 딜레마는 사실 소통하면 괜찮은 것인데,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며 "우발적 사고 하나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화 창구가 없다보니 한미 모두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인 점도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인 박홍서 동덕여대 연구교수는 북한의 도발을 중국과 연관 지었다. 중국은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와 안정적인 대미 관계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나라가 중국이기에 박 교수는 현재 상황 또한 과거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기 직전 북중관계를 보면, 북한이 뭔가 서운한 일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런 의도가 작동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 박홍서 동덕외대 연구교수. ⓒ 권우성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 - "이럴 때 대북 메시지 보내야" 

최대 문제는 역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다. 김창수 위원장은 "'대포가 쌓이면 저절로 터진다'는 서양 속담처럼, 긴장이 고조되면 의도치 않아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고의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긴장이 반복된 서해5도에서의 충돌가능성은 물론이고, 북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포한 만큼 판문점이나 군사분계선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껏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식으로 알려진 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 로켓이고, 북한이 진짜 미사일을 발사한 건 2006년 7월뿐"이라며 "이번에 다시 한 번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건 교수 역시 "저쪽이 무엇을 하든 우리가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이럴수록 서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만큼 더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부를 안정시키는 한편 (북한에)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며 "현재 방식은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으라는 건데, 그 상황에선 양쪽 모두 군사력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가 '한국이 나서라'고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모든 상황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똑같은 파괴력을 가진 포탄 한 발이 평양에 떨어질 때보다 서울에 떨어질 때 더 피해가 심하다"며 "이걸 최소화하려면 우리가 더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똑같은 수준으로 게임을 하면, 북한보다 남한이 더 큰 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또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의 국제정치에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이 좋으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텐데, 오늘 좌담회에서조차 '미국이, 중국이' 하면서 외국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사람이 마치 시카고에 있는 것처럼 '북에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유체이탈화법'을 쓴다"며 한국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선제공격론을 비판했다. 

박홍서 교수는 강경파들이 '아전인수' 태도를 꼬집었다. 박 교수는 "최근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국을 더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이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박 교수는 중국 외교부 자료를 가져와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인들에게도, 중국 인민에게도 중요한 일이므로 중국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태도는 '원론적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 교수는 좌담회 중간 기자에게 "(청와대 발표나 관련 보도는) 우리 희망대로 중국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너무 (전체) 구조를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근혜 대북정책, 바닥 친 MB보단 괜찮을 것"

이들은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가 나타낸 북한에 대한 대응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홍서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한반도 문제 해법이) 묻지마 친미'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첫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중국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중국에게 미국과 북한 모두 중요한데도,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무조건 '중국이 먼저 해결하라'고 하는 건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제대로 된 대중정책을 하려면 중국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면 중국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종건 교수는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대북정책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점수를) 까먹어서 바닥을 쳤다"며 웃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신뢰'란 표현을 쓰고, 류재길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며 "북한에 계속 신뢰를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파들을 설득하는 것 역시 그 메시지 중 하나다. 최 교수는 남북 간 신뢰를 강조하며 "계속 전화해야 한다, 최소한 사고가 났을 때 북에 전화해 '누가 했냐'고 물어볼 수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수 위원장 또한 "비공식 접촉이든, 특사든 여러 가지 창구로 북한에 계속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가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박홍서 교수는 더 나아가 한국이 북한에 '우리가 대미관계 정상화를 돕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북이 가장 원하는 건 대미관계 정상화"라며 "결국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계속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원장은 "중요한 건 해결 의지"라며 "출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복잡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여러 사람이 참여할수록 국민이 강력히 지지할 텐데, 이명박 정부는 거기에 너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상황이 힘들어진 만큼 책임을 공유할 필요도 있다"며 "(박 대통령이) 과거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경험한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수 위원장도 "통일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보수와 진보의 대화를 주도한다면, 다른 어느 때보다 두 진영이 뜻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권우성(kws21)
박소희(sost)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보수, ‘북핵보다 이니스프리’ 네티즌 비판


이글은 시사IN 2013-02-25일자 기사 '보수, ‘북핵보다 이니스프리’ 네티즌 비판'을 퍼왔습니다.

북한 핵실험이 있었던 2월12일 이 문제에 대한 방송 3사의 보도 분량은 대단했다. KBS의 경우 9시 뉴스 세 꼭지를 제외한 모든 뉴스가 핵실험 보도였고, MBC는 아예 두 시간짜리 특집을 내보냈다. 북핵 문제가 중차대한 건 맞지만 다른 영역에 대한 보도가 너무 묻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더 문제가 된 건 앵커들의 훈계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데 국가가 요동치지 않는 것이 ‘안보불감증’이란 식의 진단이 잇따랐다. 사람들이 사재기를 시작해야만 만족했을까? 보도 편성에 대한 변명 내지 자기 정당화라는 느낌마저 드는 태도였다. 


그날 방송의 태도에 유일하게 맞장구친 것은 일부 보수 성향 누리꾼이었다. 그들은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서 ‘북한 핵실험’이 할인을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보다 아래에 있다며 사람들의 ‘안보불감증’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검색어 순위권 상위에 올리기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반복 검색을 하듯 했어야 했다는 말일까? 북한 핵문제가 궁금한 이들은 뉴스라도 틀어서 보고 있을 텐데 인터넷 검색어에까지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의 문제 제기가 우스운 것이었다는 건 다음 날 조간신문 보도가 증명했다. ‘이니스프리’에 기대어 곧바로 보수 누리꾼에 대한 ‘클릭질 장사’를 했던 인터넷 기사들은 다음 날 지면에 포함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일부 누리꾼 반응을 지면에 담은 것은 (동아일보) 8면 기사였는데, 그나마 시민 반응을 전하다 기사 말미에 잠깐 언급한 정도였다. 

‘클릭질’이 되어버린 허망한 ‘애국질’을 부추기는 방송과 이를 장사에 활용하는 신문의 문제를 동시에 보여준 하루였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휴전이 낳은 괴물 북핵, 대타협 외길만 남았다


이글은프레시안 2013-02-21일자 기사 '휴전이 낳은 괴물 북핵, 대타협 외길만 남았다'를 퍼왔습니다.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1)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하는 날,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핵실험이 아니라 숫자 3이었다. 영어에서 3(three)의 어원은 변화, 전환을 의미하는 trans이다. 동서양의 역사와 여러 고등종교, 그리고 단군신화를 막론하고 3은 창조, 완성, 조화 등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냈다. 물론 삼진아웃 같은 좋지 않은 의미도 있지만 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3차 핵실험은 핵개발 기술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할 것이다. 본궤도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요건을 거의 충족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다음 날인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노동자들이 3차 핵실험 성공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차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3차 핵실험의 무게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높아진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또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3차 핵실험 앞에서 깊은 절망이 일어났음을 고백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전후 사정과 맥락을 알고 있지만, 3차 핵실험은 1차, 2차 때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북한은 물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아니 미필적 고의로 방치한 관련국들, 한마디로 국가에 대한 잠재된 회의가 갑자기 일어난 것이다.

북한은 왜 핵무장에 나섰는가? 언제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대응 방향과 방법을 일차적으로 정해줄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복합적이고, 그 복합적인 답을 구하는 방법도 복합적이다. 불공정한 핵 독점체제와 북한의 구조적인 안보 불안이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답이다. 안전보장, 경제·과학기술상 이익, 북한 정권의 대내외적 존재 과시가 또 다른 일반적 답이다. 제재와 압박에 나서지만 핵확산을 한계선으로 북한 위협론을 재생산해 분단체제를 유지하려는 주변 강대국과 그 하위 동맹자들의 거대한 음모는 소수설에 해당한다.

언제부터인가? 적어도 1990년대 초, 냉전 해체로 북한의 안보가 역내 세력균형 체제로 담보되지 못하면서. 정말 그때부터인가? 그러면 북한과 미국 사이의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2000년 공동 코뮤니케, 그리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005~2007년 6자회담을 통한 일련의 비핵화 조치는 무엇인가? 일관된 북한의 기만전술? 그러면 한미중일러 등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모두 북한의 기만전술에 당한 것인가?

북한은 냉전 해체기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이른바 전방위 외교, 특히 대미관계 개선) 전략을 먼저 취했다. 물론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합리적이었다. 비군사적인 방식으로 체제 생존을 구속력 있게 보장받지 못했으니까. 제네바 합의 이행을 부정하고 '악의 축' 발언, 선제 핵공격 노선을 천명한 조지 W. 부시 정부 들어 북한은 핵 옵션을 선택했다고 본다. 물론 9.19 이행 프로세스에 일말의 기대를 취했지만,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무시, 압박)에 직면해서 핵개발 드라이브를 걸었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대북정책, 혹은 한미 간 대북정책 방향에 의해서 결정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협상 전략의 문제에 앞서 대북 정책에 관한 시각, 접근 방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진정성 있는 태도 및 역사구조적 인식의 결여로 포괄적이고 일관된 접근이 불가능했다. MB의 등장은 그 촉매제 정도. 요컨대 3차 핵실험으로 분명해진 북한의 핵무장 능력 강화는 북한 정권의 권력욕과, '불량국가' 북한을 필요로 하는 국제안보족의 합작품이다. 대작은 합작 아닌 것이 없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 눈에는 눈, 핵에는 핵. 한반도 전역에 핵 유령이 횡행하는 시대를 맞이하려나. 그러나 무거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3차 북핵실험을 생각하면, 이제 모호하고 어정쩡하고 임시방편적인 접근은 일말의 유용성도 없다. 근본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분법이 필요한 경우

두 가지 길은 대타협과 대파국이다. 상황의 엄중함에 따른 깊은 사고,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은 1%도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길은? 비타협적인 핵 보유국의 길, 아니면 그런 의도 및 능력 과시를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이다. 실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전후로 그런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북한이 나아갈 최종 선택은 물론 관련국들의 반응과 상호작용하며 결정될 것이다. 예단은 금물이다.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존재, 대화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그래서 북한이 비타협적인 핵 보유국의 길로 간다고 간주하고 '우리도 핵무장으로 나서야 한다', '선제 타격이 최상의 안보다',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 언론을 통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북한의 핵무장 강화를 정당화해주고, 동북아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를 방조하는 자들이다.

두 가지 길이 있지만 사실은 외길밖에 없다. 북핵은 휴전체제가 낳은 괴물이다. 휴전체제 60년에 즈음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대타협의 길에 나서는 것이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2년 10월 3~5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시인하며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에 핵공격 위협 중단, 평화협정 체결,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개발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휴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 방법은 북한의 핵개발 목적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시키고,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북미 간에 관계정상화를 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규범에 순응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대타협이다.

휴전체제 하에서 누린 전쟁 없는 평화는 그 시효가 다했음을 우리는 지난 짧은 시간에 다시 절감했다. 불균형적인 힘에 의한 거짓 평화(pax)를 평화의 전부로 생각해왔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위협하면서 나의 평화를 얻는 것은 평화의 불가분성에 위배되고, 그것은 지속가능한 평화도 참다운 평화도 아니다. 휴전체제 아래서 평화를 누리고 그런 평화를 참다운 평화라 선전해온 메커니즘과 손 끊고 평화체제의 길로 나설 때이다.

평화운동의 역할

대타협은 타협할 내용이 많고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그래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정말이지 지금부터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핵무장을 비롯한 각양의 방법으로 적대와 대립을 연출해온 모든 국가권력과 거리를 두고 감시하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차 핵실험 국면에 직면하여 한국의 평화운동이 취할 태도 몇 가지를 제시하며 토론을 기대한다. 우선,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체의 언동을 경계하고, 대신 현 국면을 진정시키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논의할 대화가 필요하다. 핵 보유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관련 국가들의 일련의 대북 제재는 한반도 비핵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권력교체기에 이루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군사 조치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모두 지적하는 바이다. 그러나 핵실험 이후 하나의 도발적 행동도 지금과는 다른 통제불능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신뢰 프로그램! 마찬가지로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평화적 조치가 절실하다. 관련국들의 대화가 조속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민간 차원의 대화를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는 관련국들이 포괄적·근본적 접근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기를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위반하고, 6자회담의 소멸을 선언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 비핵화에 강력한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인 일련의 조치를 '비핵화 포기 → 핵무장·선제공격' 등으로 반응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에 마지막 주단을 깔아주는 것이다. 전화위복! 북한의 핵 개발 배경과 목적을 객관적으로 인식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담대한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비핵화를 평화체제 수립의 전기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의 무거운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통제 및 검증 체제를 제시하며 대타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는 안보와 환경 분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는 비핵평화운동을 통합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이다. 이에 대해 이미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둘로 나뉜 평화운동은 실효성은 물론 인식상의 차이로 여론의 지지를 높이고 핵안보 지지 세력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핵문제에 대한 인식상의 차이로 비핵평화운동이 통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적·비군사적 방법과 평상시·비상시 어떤 경우든 핵이 인류의 생존과 미래에 유용하다거나, 한발 양보해서 필요악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평화운동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북핵 문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핵의 평화적 이용'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평화운동이 그런 접근을 취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북한 문제를 보편성의 예외로 간주하는 것은 인식상·실천상의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보편적 평화 문제의 하나이고 한국의 평화운동이 보편가치 구현을 지향한다면, 북핵 문제에 대한 절충적·방편적 대응은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평화운동은 소위 북핵 해법이라는 국가 간 공학적 접근을 추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평화운동을 동북아 지역 차원에서 전개하자는 제안이다. 비정부기구 활동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협력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그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한반도의 특수성과 민족국가 단위의 동북아 지정학이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무장 갈등 방지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동북아 회의(GPPAC-NEA), 여성 6자회담 등 역내 평화네트워크가 존재해왔지만,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목표로 북핵 문제를 포함해 역내 전반적인 군비 경쟁 감시, 활동 공유 및 공동 행동 기획 등을 위해 상시 평화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이지만 중요도에서 떨어지지 않는 일로서, 적대와 갈등에서 혹은 그것을 조장해서 이익을 누리는 소위 안보족의 반평화성과 반민주성을 감시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적을 상정하고 그 적의 위협을 과장해서 군사비를 늘리고(따라서 복지비를 줄이고), 안보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때때로 부정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도 챙기고, 비민주적 정책 결정을 관행화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하다. 위기를 조장하고 안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핵심 인물들이 군대에 가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부대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들은 국가 안보에 기여한 적이 없거나 그럴 의향이 없으면서 시민들을 위협해, 다시 말해 공공의 문제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공공의 적이다. MB가 물러간다 해도 안보족의 네트워크는 평화네트워크보다 강고하다. 외교 안보 문제 역시 문민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평화운동에도 깊은 성찰과 설득력 높은 방향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현상에 따라가는 접근보다는 시민들의 안전과 역내 평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갈 지향과 연대의 틀을 다져나갈 때라 생각한다.


 /서보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