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 화요일

KBS, 엄경철 정직6개월 등 대거 중징계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30일자 기사 'KBS, 엄경철 정직6개월 등 대거 중징계'를 퍼왔습니다.
"2010년 7월 불법파업에 단호한 법집행"…노조 "정치적 의도있어"

KBS 새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음에도 단체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2010년 7월 한달간 진행한 합법파업에 대해, KBS 사측이 뒤늦게 정직 6개월 등의 대거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 2010년 7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파업 출정식 모습. 당초 출정식은 본관 1층의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KBS 사측이 "KBS본부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며 KBS본부 조합원과 취재기자의 본관 출입을 막아 본관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곽상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2010년 3월 공식 출범 이후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을 KBS 사측에 요구했으나, KBS 사측이 '이미 KBS노동조합과 공정방송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거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그해 5월 말 단체교섭이 결렬된 바 있다.
이후 KBS본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그해 7월 '임단협ㆍ공정방송 쟁취와 조직개악 저지'를 기치로 내걸고 한달간 총파업에 돌입했었다.
파업 당시 "(파업의) 실질적 목적이 경영권에 해당하는 조직개편, 인사 등에 반대하는 것으로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방송 도중 '불법파업' 자막까지 내보냈던 KBS 사측은 30일 해당 파업의 책임을 물어 엄경철 당시 KBS본부장에게 정직 6개월을 내리는 등 KBS본부 집행부 13명에 대해 대거 중징계를 결정했다. 정직은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다.
이내규 부본부장 정직 6개월, 성재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 정직 5개월, 권오훈 정책실장ㆍ김경래 편집국장 정직 4개월, 윤성도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제작부문 간사ㆍ김우진 홍보국장ㆍ민일홍 PD 정직 1개월, 이재후 조직국장ㆍ김성철 복지국장 감봉 6개월, 정수영 조직부장 감봉 3개월, 김강훈 PDㆍ김덕재 전 PD협회장 감봉 2개월 등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대거 중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법집행이며, 바람직한 노사 관행 정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업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역시 "KBS 새 노조의 파업은 목적, 절차, 방법 등의 측면에서 합법파업"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중징계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자들도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해 뒤늦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엄경철 전 KBS본부장은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해 뒤늦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파업이었어도 이렇게 대거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없다"며 "고대영 보도본부장에 대한 불신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는데, 이 움직임이 조만간 김인규 KBS 사장을 겨냥하게 되는 것을 앞두고 새 노조를 향해 반격의 무기로 중징계를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엄 전 본부장은 "2010년 7월 파업에 대해 회사 측은 그해 12월 인사위원회를 열었었다. KBS 사규에 따르면, 인사위원회가 열린 1개월 이내에 절차를 마무리하게 돼 있다"며 "사측의 이번 징계는 (절차적인 면에서) 사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오늘(30일) 오후 3시, 징계자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KBS 2TV 중단, 지상파 종언을 고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30일자 기사 'KBS 2TV 중단, 지상파 종언을 고해'를 퍼왔습니다.
케이블TV의 KBS2TV 송출 중단 사태에 따른 시청자 피해는 끝난 게 아니다. 케이블TV가 KBS2TV SD(표준)방송까지 송출 중단한 것은 지상파와의 재송신 대가 협상 때문이다. 당장은 봉합돼 케이블에서 지상파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다음 협상에서 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시청자들은 언제 TV가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디지털방송 전환을 기점으로 실내 안테나 기준, 직접수신 도달률이 일정 기준 보장되지 않는다면 KBS 2TV는 물론 MBC와 SBS까지 유료 플랫폼에 의무재송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송신 논란의 결과로 시청자는 지상파방송 시청이 불가능했다. 시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구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월 1일, 재송신 분쟁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의결을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1월 30일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공동주최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디지털지상파 비용 검토할 수 있다”…다만 직접수신 환경 구축한다면!
30일 여성민우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공동주최한 ‘시청자 입장에서 본 지상파재전송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강혜란 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KBS 2TV가 끊겼을 때 시청자들은 대체수단이 없었다. KBS 측에 물어보면 IPTV나 위성으로 옮겨 타거나 직접수신을 해보라고 했다”고 지상파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공영방송 KBS 1,2TV와 EBS 의무재송신 △일정 가구 점유율 미만 유료 플랫폼 공영방송 의무재송신, △기타 채널의 자율계약(단, MBC는 사회적 논의에 따라) 등이 가능하다며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대한 저작권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가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게 틀렸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디지털지상파 방송에 대한 비용을 주고 전송하겠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료방송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직접 수신율을 높이든가, 아니면 유료방송을 통한 무료재전송을 구현해 시청자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수신 비율을 높이지 않을 거라면 지상파에 전파를 줄 이유가 없다”며 “PP로 전환해 종편과 경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정책위원은 “직접수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주파수를 지상파에 주는 것은 반대, MMS도 반대한다”, “수신료 인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인숙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재송신 정책 부재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인숙 교수는 “KBS1TV와 EBS로 한정된 의무재전송 채널에 종편을 넣는 순간부터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졌다”며 “규제기관으로서의 면도 안서고 사업자들 역시 각각 자사이기주의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방통위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난시청이 개선된다면 저작권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난시청 지역에 대한 점검의 미비하다”며 난시청지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에게는 보편적 시청권이 있고 KBS는 전송할 의무가 있고, 방통위는 주무부처”라면서 “송출중단의 책임은 누가 지느냐. 결국 송출중단 사태가 장기화됐다면 국민들은 지상파에 소송을 걸고 방통위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는 “이번에는 예컨대 280원으로 합의를 했는데 내년에 지상파가 300원을 달라고 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상파 전체를 의무전송채널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가 직접수신 환경을 제대로 구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번 재송신 중단 사태는 지상파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으면 지상파플랫폼은 고사”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직접수신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상파멀티모드서비스(MMS)”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MMS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상파를 의무전송채널로 묶는 순간 지상파 플랫폼은 고사당한다”며 “그러면 더 이상 직접수신비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무전송채널은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상파 플랫폼을 유지, 보수하느냐 아니면 해소하느냐의 문제’를 논의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제기했다.
방통위의 책임론에 대해 양문석 상임위원은 “중재할 권한이 없다”면서 ‘방송 재개 및 방송 유지명령권’ 및 ‘제재권한(분쟁당시)’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갖는다면 사업자간 자율협상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방송 자체를 끊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일반 시민들이 KBS2TV가 끊긴 것에 대해 크게 어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KBS2TV 재송신 중단 사태야 말로 최시중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났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안현우 대표는 “재송시 논란은 디지털 전환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안 된다고 대한민국이 문을 닫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목적이 없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론스타 '먹튀' 방조는 ISD 소송 두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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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독소조항… 김진표 “정권 차원의 압력 행사 의혹 있다”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결정이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먹튀’를 방조한 이유 중 하나가 ISD때문이라는 것이다. ISD는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목되어 왔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29일 ‘경제민주화 정책시리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론스타 먹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우리나라가 89개 국가 투자협정을 맺고 있는 투자협정에 근거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의해 최초로 제소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은 론스타의 형식적 소재지인 벨기에와도 투자협정을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론스타가 ISD를 근거로 정부 정책과 규제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이 가능한 상태”라며 이 경우 오는 4월 총선에서 ISD의 문제점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을 정부가 우려해 “금융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의 경제매체인 조선비즈는 지난 16일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받지 못하면 주식시장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해 버리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ISD)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는 이 기사에서 조선은 “론스타로서는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소송하는 게 유리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론스타가 보유 주식 전량을 시장에 매각할 경우, 론스타는 애초 하나금융지주와 합의한 매각 금액인 주당 1만1900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챙기게 된다.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7~8천 원대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론스타가 매각 합의금액과 시장 매각 가격의 차액을 배상하라고 우리 정부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차액은 1조5천억 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 지난 17일, 민주통합당은 김석동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을 불러 론스타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통합당

조선비즈는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건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경우는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느냐를 따지기 때문에 론스타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라고 전했다.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각한다면 물량 부담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론스타가 정부에 요구하는 손해배상액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태인 원장은 “만약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라면 당연히 (ISD에) 걸릴 사안일 것”이라며 “실제로 론스타는 한미 FTA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미 FTA가 빨리 발효되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다만 “소송 가능성은 있는데, 그 것 때문에 정부가 그렇게 (인수를 승인)했다는 건 좀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 쪽에서 (법적 대리인) 김앤장을 통해 금융위원회 쪽에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압박한다는 이야기가 바깥으로 돌았다”며 “금융위가 가장 무서워했던 게 소송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5조짜리 ‘딜’이다보니 김앤장이 언론과 교수 등을 통해 이런 논리를 전개하는 등 안팎으로 (로비) 작업들이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실의 관계자는 “공식 확인된 건 아니지만 론스타에서 공공연하게 제재를 가할 경우 소송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정권 차원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매각을 승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았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부유출 론스타 먹튀 매각 승인 규탄대회’를 열어 관련자 처벌과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불법적 국부유출 사태를 ‘론스타 먹튀 게이트’로 규정한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일삼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감사원 감사 등 정부의 재조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철저한 진상을 밝혀내고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용득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부역언론인 처벌해야…반성은 이번이 마지막"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0일자 기사 '"부역언론인 처벌해야…반성은 이번이 마지막"'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진혁 EBS PD, '광우병' 방송뒤 3년 만에 '다큐프라임' 제작현장 복귀


"총선이 끝나면 정권에 부역한 언론인들을 평가해야 한다.”

언론노조, 민언련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3년 간 휴업’이라는 형벌을 견딘 김진혁 EBS PD다. 그는 2008년 광우병에 대한 5분짜리 영상 ‘17년 후’를 연출했다가 자신이 원치 않던 책상에 앉게 됐다. 기륭전자 파업을 다룬 ‘3년’을 끝으로 그는 제작부서를 떠났다. 그런지 3년. 김진혁 PD는 제작부서인 교양다큐부 다큐프라임팀 연출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시대의 언론인들에게 날 선 비판을 꺼내들었다. “부역 언론인, 당신을 평가하겠다”.

그가 다시 복귀할 날을 기다리는 만큼 그의 존재는 사라졌다. 일반인들이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트위터에서뿐이었다. 그동안 연출을 아예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김 PD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부탁한 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아르바이트 PD였다”고 평했다. 그리고 돈과 거리를 따지지 않고 자신을 부르는 곳에 가 강연을 했다. 그 와중에 책 ‘지식의 권유’도 펴냈다. 그는 “스스로 지식채널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김진혁 EBS PD

음으로 양으로 지식채널e 제작진을 도왔다. 트위터나 강연에서 들은 반응과 평가를 고스란히 전달했고, 새로운 트렌드나 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직접 연출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주제도 내용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신경 쓰였지만 프로그램이 유지되고 있고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지식채널e PD의 습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식채널을 할 때 고민이 있으면 정리될 때까지 잠들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인터뷰 당일에도 새벽 5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시작할 다큐를 그는 ‘다큐영화’라고 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 취재하기에도 부족할 시간인데 그가 요즘 하는 고민은 ‘연출’에서 시작해 ‘정치’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은 EBS부터 시작됐다. 김진혁 PD는 그가 속한 공간을 “진보도 보수도 꺼리는 이상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EBS에서 노동, 빈곤, 장애를 다루거나 ‘PD수첩’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찾긴 힘들다. 몇 년 전에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EBS는 김진혁 PD의 작품을 ‘비교육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고 있는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제출한 기획안도 두 차례 퇴짜를 맞았다. 고민 끝에 수정한 기획안이 결국 통과됐다. 그는 “회사의 입맛을 고려했다”며 웃으며 얘기했다. 김진혁 PD는 직접적으로 친일파와 대비하지 않고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타협’이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했다. 저널리즘은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기계적 중립에 집착하는' EBS에서 그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지난 3년 동안 저널리즘을 어떻게 바라봤느냐는 질문에 김진혁 PD는 “노종면 선배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다”는 고백을 되풀이했다. 그는 지식채널e를 시작한 2005년부터 ‘언론운동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KBS, MBC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입처만 뱅뱅 돌며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언론 현실을 언론인 스스로 깨야한다고 했다. 

“더 이상 썩기 전에 스스로 도려내야 가장 덜 아프다.”

그는 “동아투위의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권력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힘을 휘두르며 ‘사람’과 ‘노동’을 외면하는 보수언론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주인행세하다 갑자기 이명박 정부에 고개를 숙인 언론들을 ‘부역 언론’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KBS와 MBC를 두고 “전두환 정권 때 언론사통폐합으로 정권에 충성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질 거라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한숨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빠르면 총선이 끝나고 이들에 대한 평가, 아니 처벌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반성을 하려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며 언론인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김진혁 PD는 가장 가까운 예를 들었다. 한진중공업과 김진숙이다. 언론은 ‘희망버스’ 아니면 ‘불법’만 보도했다. 정작 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라간 까닭, 8년 전 끝내 내려오지 못한 또 다른 김진숙, 김주익의 이야기, 김진숙의 김주익 추도사, 평범한 여성노동자 김진숙이 운동권이 된 이유를 얘기하지 않았다. 진보언론과 트위터에서만 회자될 뿐이었다. 김진숙을 소금꽃나무라 불렀지만 언론은 그 나무가 본디 씨앗이었던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김진혁 PD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김진숙이 왜 크레인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는 “맥락을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그가 다시 짊어진, 3년 전보다 무거워진 짐이기도 하다.

드라마 연출자가 꿈이었던 청년은 어느새 자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비판적 저널리스트’가 됐다. 그는 지식채널e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을 했고, 보편타당한 상식에 반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가 온몸을 비틀어 쥐어 짜낸 5분은 현실의 편린들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CNK 주가조작, 보도자료 베껴쓴 언론도 '공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31일자 기사 'CNK 주가조작, 보도자료 베껴쓴 언론도 '공범''을 퍼왔습니다.
정부-민간 자원협력의 성공모델? 언론 감시기능 부재가 부른 참극

CNK의 대국민 사기극, 주가 조작극은 단 두장의 보도자료로 시작됐다.
지금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사라진 지난 2010년 12월 17일자 외교부의 '케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이번 다이아몬드 게이트 범죄 행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 같았다.
CNK 사건 판도라…보도자료 살펴보니
보도자료는 "우리나라 C&K 마이닝社(대표:오덕균)는 카메룬 CAPAM(정부기업)과 공동으로 카메룬 동남부 Yokadouma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10. 12. 16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Yokadouma 지역은 95년부터 97년까지 조사된 UNDP와 2007년 충남대 탐사팀 탐사 결과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이 최소 약 4.2억 캐럿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는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다이아몬드 초부가가치 창출 산업(300배 이상) ▲다이아몬드 가공 고용 창출 ▲력셔리 사업 창출 및 해외 관광객 증가 ▲카메룬 내 최초의 대규모 다이아몬드광산 개발권 획득을 계기로 카메룬의 철도, 도로, 항만 등 SOC 분야 및 광물자원 개발사업에 우리 기업의 본격적 진출 추진 등 '신성장 동력 창출' 효과를 한껏 홍보했다.
이어 보도자료는 "민간이 선도하고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 자원개발협력의 바람직한 성공 모델 창출"이라며 C&K 마이닝社를 치켜올렸다.


▲ 2010년 12월 17일 외교부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 보도자료

결국 이 보도자료는 주가를 끌어올려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범죄에 이용됐다.
지난 2010년 12월 10일을 기준으로 CNK 주가는 3200원이었지만 보도자료 발표일에 3980원, 해를 넘겨 2011년 1월 10일에는 1만 6100원을 기록, 한달 사이에 403% 급등했다.
오덕균 대표는 지난 2009년 이후 72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고, CNK 계열사 임원 4명도 보도 자료 배포 이후 주식을 매도해 60억원 이상의 차익을 빼돌렸다.
검찰은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으로 있을 당시 해당 보도자료를 주도해 CNK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는데, 김 대사는 지난 2009년 1월 가족 모임에서 동생들에게 CNK 사업에 대해 얘기하고 동생 2명은 지난해 1월까지 주식 8만여주를 매수해다.
조중표 전 국무총리 실장 여시 본인과 가족 명의로 보유한 CNK 신주인수권부사채 25만 주를 자료 배포 전 주식으로 바꿔 10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CNK 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계좌를 보유했던 인물도 검찰은 30~50명으로 파악해 정관계 고위급 인사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단 두장의 보도자료는 공무원과 민간기업 업자들의 더러운 거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보도자료는 언론 받아쓰기용?
그리고 특히 그 거래를 이어준 장본인으로 언론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해보인다.
홍보 위주의 자원외교의 한계가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보도자료 배포 당시 언론의 보도와 그 이후 보도 행태를 보면 결국 언론이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언론의 보도자료 베껴쓰기 행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적시한 보도자료를 언론이 받아쓰면서 주가를 급등시켜 사건의 공범이 돼버렸다.
지난 2010년 12월 18일 문제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주요 일간지 기사를 보면 언론의 베껴쓰기가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경제 9면 "中企가 카메라 다이아몬드 개발권 땄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 기업 최초로 CNK가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를 밝혔다면서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유엔개발계획 조사 기준 약 4억2000만 캐럿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는 2008년 기준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연간 생산량(1억6000만 캐럿)의 2.6배 규모"라고 선전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유엔개발계획 조사는 부존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이며 추정 매장량에 대한 직접적 근거 자료를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오덕균 CNK 대표에 대해서도 "카메룬에서 수년간 시금채취 사업을 하면서 학교설립, 축구단 창립 등 사회봉사와 고용창출 등을 통해 카메룬 정부와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도 치켜세우기도 했다.


▲ 2010년 12월 18일자 국민일보 경제 9면

동아일보도 2010년 12월 18일자 종합4면에서 "아시아권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광물자원 외교를 강화하려는 정부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코코(CNK)가 개발권을 따낸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기념비적"이라는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CNK는 이후 5년에 걸쳐 충남대 탐사팀과 함께 요카도우마 지역의 밀림을 탐사하며 다이아몬드 매장 가능성을 점검했고, 이번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남대는 CNK와 연구용역을 체결하긴 했지만 책임교수가 사망한 뒤 연구비를 전액 반납해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따라 중소기업의 '최초' 광물 자원 외교에 주목했을 뿐 민간기업을 통한 홍보성 자원 외교의 문제점은 없는지, CNK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의 현실성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자료 베껴쓰기의 전형적인 문제점이다.
머니투데이도 보도자료 배포 하루 뒤 4면 기사를 통해 추정 매장량 4.2억 캐럿의 광산 가치는 수십 조원에 달하고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부가가치는 수백 조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오덕균 대표의 말을 충실히 전했다.
경향신문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는데 막후 역할을 했다고 주목했다. 하지만 광산 채굴권 사업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
경향신문은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려 "박 차관이 카메룬 방문 때 산업광산기술부 차관을 만나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주도록 강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외 대다수 언론들이 분량 차이는 있지만 외교부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채굴 사업권을 땄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근거에 대해서는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권-언론 유착관계의 결과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했다라는 정도 밖에는 없다. 정부가 검증 부분에 있어서 명시를 했거나 외교부가 발표하면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라며 "당연히 의심을 가져야 했던 부분이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이상하다는 정도는 신참 기자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 다 아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대다수 언론들이 이 정권을 향해서 비판적 사고 방식을 가지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공식 보도자료를 언론이 받아썼다는 것을 백번 양보해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충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는데도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CNK가 회사 자체로 보도자료를 돌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박영준 전 차관의 전횡이라고 할 정도로 얘기가 나온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최근에 불거지기 전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론이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면서도 얼마만큼 이명박 정권이 언론에 유착돼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CNK 사건을 통해 "왜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자성어린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자료가 나올 당시 종합편성채널 허가 문제 등 정권과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정권을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언론의 침묵한 결과라는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CNK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보도 행태가 출입처별로 정부 기관과 언론이 유착하고,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의 한계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비록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굳어진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출입처 취재 시스템 이외에 탐사 보도팀과 같이 언론사 내부의 취재 시스템을 강화했더라면 CNK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들의 '침묵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탐사 보도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아닌 상시 운영 팀을 운용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언론사 내부적으로 취재 시스템을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31일자 기사 '배은망덕한 대기업들, 혼내줄 방법 없을까'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사회적 책임 강제해야 할 때"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가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대어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책을 쓴 취지다. 

대기업들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빗댄 것은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본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연구소도 2005년 1월 문을 연 이래로 유 교수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동유럽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것이지만 자본주의로의 이행기나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각국이 기업지원을 주로 하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규모의 경제 효과(규모가 클수록 단위당 비용이 적게 들어가 경제적 효율성이 커지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또 후세대가 갚아야 할 국채를 발행하여 확보한 재원으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SOC 관련 공기업을 키워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는 국민들도 직관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또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제발전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불균형성장전략,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아니다그러나 이런 불균형성장전략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키우기 위해 근로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라 볼 수는 없다. 결국 각국은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균형성장전략을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하여 대기업들이 경제적 약자들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며 ‘동반성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가 된 대기업들은 자신들을 키우기 위해 희생된 약자들과의 과실 나누기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과실 나누기를 체제전복세력의 준동으로 몰아가며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는 경향도 있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성장의 과실 나누기를 거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제적 약자들은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민주화투쟁’으로,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노동운동’으로 맞서게 된다. 정치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이 일정정도 성장하면 대부분 민주화투쟁 시기를 거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벌은 대박, 민생은 쪽박! 집회 참가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현수막.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정희도 불균형성장전략을 장기간 고집하다 몰락했다
   

1970년대 박정희의 몰락과정을 보면 ‘YH여공 신민당사 점거농성과 강제해산, 신민당 김영삼 총재의 일본에서의 박정희 비난, 김영삼 총재 의원직 박탈, 부마항쟁(부산,마산에서의 민주화투쟁), 차지철 등의 강경유혈진압론, 김재규의 박정희·차지철 사살’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는데, 그 맨 앞자리에는 ‘가혹한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던 YH여공의 투쟁’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가 15년간의 불균형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균형성장전략으로 전환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최측근 총탄의 재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다른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해서 성장했고, 경제적 약자들의 제몫찾기운동을 체제전복세력의 위험한 준동으로 간주하고 탄압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전두환도 박정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도 정말 운좋게 3저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로또를 만났지만 1987년 민주화투쟁 앞에 항복선언을 해야만 했고, 또 노동자대투쟁 앞에 일부 임금 현실화를 해야만 했다. 대기업들이 누리는 성장의 과실에 비해 경제적 약자들의 몫은 지나칠 정도로 적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 현실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기득권 세력들은 임금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협박으로 드러났다. 성장률은 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임금 현실화가 내수를 자극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일이 일어났다. 

1990년대 이후에 더 극심해진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임금 일부 현실화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까. 일부 근로자에게 일부 보상은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의 주요 축인 농민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큰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0년대 농민들은 UR(우루과이 라운드)이라는 개방압력에 노출되었고, 중소상인들은 유통업 급진개방에 노출되었으며, 중소기업들은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과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정부 관료들은 경제적 강자를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또 한번 희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대기업들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입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UR이라는 개방압력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과거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여 농민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곤 했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경제 때 잠복되어 있던 중소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의 재앙은 1997,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심각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김영삼 정부가 감행한 국내외 대자본에 대한 유통업 개방은 서민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유통업 경제성장기여율은 7.6%(1990년대 전반기)에서 1.8%(2000년대 후반기)로 추락했고, 고용비중은 18.5%(1995)에서 15%(2010)로 추락했다. 전체 취업자가 2450만 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의 3.5%인 86만 명이 유통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불행은 그들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은 중소상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산업의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통업 개방은 영세자영업 시장의 과잉사태를 더욱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했다.

국세청 통계는 1996년 이후 영세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해졌는지 수치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자 수는 1995년 33만 명에서 2009년 75만 명으로 급증했다.

저가 중국산 공산품 유입도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통계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중소제조업 영세화가 급진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저가 중국산 유입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과열경쟁 상태인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탈출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그곳에 머물러 있는 영세제조업체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들의 영세화는 향후 제조업 발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영세화는 설비투자 여력, 연구개발 여력, 인력양성 여력을 소진시키고, 이것들이 소진될 경우 성장잠재력 확충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중FTA가 추진될 경우 중소제조업체들은 또 한번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한중 무역동향을 보면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산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과거에는 범용부품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부품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은 희생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경제적 강자들을 위해서 경제적 약자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경제적 강자들은 이들에 대해 보상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가. 어이없는 것은 이들이 경제적 약자들에게 보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는 커녕 이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는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부자감세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보상규모를 줄이려는 경제적 강자들의 몰염치한 시도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유진수 교수의 책, 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가 말하는 ‘가난한 집 맏아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초기의 대기업들을 지칭한다. 당시에 가난한 집 맏아들들은 심각할 정도로 동생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동생들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더 많을 혜택을 누렸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심각할 정도로 소기업에 비해 경영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조세지원을 받았고 더 많은 재정지원을 받았다.

‘가난한 집 맏아들’에 대한 지원은 교육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혼인을 하고 집을 마련하고 상속을 받는 과정에서도 동생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조세지원, 재정지원 외에도 FTA 지원을 받았고, 환율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다. 정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한보상금을 마련하기보다는 그것을 줄여서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신들의 금고를 채우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우겼다. 

경제적 강자에게 더 퍼 주어야 경제가 산다?  

대기업들과 보수진영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약자에게 보상하는 것(복지)은 ‘낭비’지만, 대기업 금고를 더 채우는 것은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두 가지 명백한 오류에 빠져 있다. 복지(혹은 소비)는 낭비요 투자는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그 중 하나고,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주장이 나머지 하나다. 

경제분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복지 혹은 소비는 낭비적인 것이요 투자는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소비와 투자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승용차라도 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비영업용을 매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국민계정상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행위는 투자에 해당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소비에 해당한다.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있을까.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전문기관들이 투입-산출 분석을 할 때 소비,투자,수출의 단위당 효과가 같다고 가정하는 것이다.법인세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또 이들은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일부 연구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2009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를 살펴 본 결과 "조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법인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자신들은 "법인세 인하의 단기 투자 증진효과는 의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도 이제는 자신들이 인용한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문제의 조세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근로소득세보다 더 작게 나타나고, 2000년대에는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분석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2000년대에는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1970년대에는 법인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늘려야 하고, 대기업들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0년대에는 그것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니. 

조세연구원이 이런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들이 CGE 모형(연산가능 일반균형모형 :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토대로 분석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CGE 모형은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CGE 모형의 비현실성](경기대 신범철 교수, 2008년 보고서)

-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이 낳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형- 상품과 생산요소 시장에서 완정경쟁시장과 완전정보를 가정- 생산에 있어서의 규모의 불변을 가정(내생적 성장론은 발붙일 여지가 없음)- 모든 시장에서 균형에 도달한다는 시장청산 조건 가정- 언제나 시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존재하기 어렵고, 노동시장에서 실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 생산요소의 완전이동 가정- 실업의 사회적 비용, 자본이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무시- 모든 소비자의 선호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모든 생산자간의 생상기술상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우(Arrow)가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불가능성 정리를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CGE 모형 사회후생함수는 존재한다고 가정- 수없이 많은 가정을 전제로 한 모형으로 계산 가능한 것만을 다룬 가상의 세계일 뿐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경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모형


법인세 감세는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인다  대기업 금고를 채우는 것이 곧 투자라고 말할 수 없다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세액 중에서 몇 %가 투자로 이어지고 있을까. 그 비율을 추정해 보는데 도움이 되는 지표가 바로 한계투자성향(marginal propensity to invest)이라는 지표다. 한계투자성향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투자에 쓰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기업들의 시기별 한계투자성향. 한국은행 자료 가공. (한계투자성향 = 투자의 증가분/ 소득의 증가분)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을 산출해 보면, 1980년대에는 0.94, 1990년대에는 0.89로 나타난다. 한계투자성향이 0.8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8900만원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투자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간 기업들의 한계투자성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대에 0.29로 급락한 것이다. 한계투자성향이 0.29라는 것은 기업소득이 1억 원 늘어날 때 설비투자가 2900만원 늘어났다는 뜻이다. 충격적인 수치다.

기업의 한계투자성향이 0.29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정부의 기업조세지원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복지지출정책의 경제적 효과보다 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기업에 1억원을 지원하여 2900만원의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1억원을 저소득층에 지원하여 1억원에 가까운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향후 정부는 복지를 희생하여 기업지원을 늘렸던 7,80년대식 조세재정정책에서 벗어나, 복지를 성장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는 ‘성장-복지 선순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자와 빈자가 상생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일시적으로 불균형성장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할 경우 성장과 복지가 모두 죽게 되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 

성장과 복지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선진국들 중에서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북유럽 국가들과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을 비교해 보자. 이들 중 어느 쪽이 성장, 복지, 재정건전성을 이루는데 성공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 3가지 모두에서 실패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3가지 모두에서 성공했다.  

먼저 성장률을 보면 미국의 경제호황기라 불리우는 1993년과 2007년 사이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핀란드의 1인당 GDP 실질 성장률 순위는 6위였고, 스웨덴은 11위, 노르웨이가 13위, 덴마크가 20위였다. 반면 미국은 23위에 머물렀다. 

소득재분배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유럽 4개국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임)를 살펴보면 스웨덴과 덴마크가 0.23, 핀란드가 0.27, 노르웨이가 0.28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0.38이었다. 지니계수 0.38은 OECD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나쁜 쪽에 속한다. 

재정건전성에 있어서도 미국은 북유럽에 비해 매우 좋지 못하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북유럽 4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평균은 47.5%로 OECD 평균 66%보다 18.5% 포인트 낮았다. 반면 미국은 94.4%에 달했다. 

2012년. 우리는 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성장과 복지, 그리고 재정건전성을 모두 얻을 것인지, 아니면 불균형성장전략을 추구하여 이 모두를 잃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론 북유럽의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식의 불균형성장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MBC노조 총파업 돌입 "김재철 사장 퇴진하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30일자 기사 'MBC노조 총파업 돌입 "김재철 사장 퇴진하라"'를 퍼왔습니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졌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MBC 총파업이 시작됐다.

MBC 노조는 30일 오전 10시 40분께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출정식을 열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목표로 무기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MBC본사 로비는 아나운서와 기자들을 비록해 400여명의 MBC조합원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차, MBC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한 높은 참여도를 보여줬다.

조합원들의 10여초간의 박수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김재철 사장 때문','MB정권의 언론탄압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겁했고 비굴했다"며 "MBC의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못하고 저들의 품안에서 놀아난 지난 2년을 가슴 깊이 성찰합니다"라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쏟아지는 비난과 야유를 달게 받아야 하겠지만 공영방송MBC 구성원으로 마땅히 해야 할 도리가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라며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선전도구가 아닌 국민의 여론장으로 반드시 돌려놓을 것을 천명합니다"라고 파업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참여한 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지난해 가을 단체협상권에 대한 노사협상이 타결된 직후부터 이번 파업을 준비해왔다"며 "이번 파업은 단순한 쇄신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누차 밝혔듯이 김재철 사장 퇴진 운동이고 공정방송 쟁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도화선이 된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던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은 편파보도 사례를 발표하며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지난해 한미 FTA 전국 동시 촛불집회가 처음 있었는데 KBS와 SBS는 이것을 탑뉴스로 다뤘지만 MBC는 이 내용이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며 "참담했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MBC 뉴스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은 "기자 생활을 16년을 하며 집회에서 욕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맞아본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FTA 집회가서 시민들이 MBC로고가 밝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취재를 막는 것을 보고 '아 정말 심각한 상황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본 김정근 아나운서 또한 "우리가 MBC를 다니며 가장 자부심 느꼈던 부분은 우리의 MBC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이라는 점이었다"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 MBC가 모든 언론사를 통틀어 가장먼저 나선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거들었다.

출정식을 마무리하며 정 위원장은 "그동안 시사교양국 PD와 라디오국 PD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보복징계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집행부가 앞장서지 못했던 점이 죄송하고 미안했다"며 "여러분이 어렵게 내놓은 파업이란 카드 제가 반드시 승리로 만들어서 가져다 놓겠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한편 같은날 김재철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엄중징계를 예고했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하는 가운데 집행부가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진 가운데 집행부가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한 가운데 김나진, 문지애 아나운서의 모습이 보인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졌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졌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승빈 기자 MBC노조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로비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가졌다. 이는 지난 27일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69.4%로 파업을 가결한데 따른 것이다.

김대현 기자press@vop.co.kr

‘희망뚜벅이’ 걸어서 죽음의 공장까지 간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30일자 기사 '‘희망뚜벅이’ 걸어서 죽음의 공장까지 간다'를 퍼왔습니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참가자들이 광화문 KT를 향해 행진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간 이어지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발걸음’이 시작됐다. 30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 발걸음(희망뚜벅이)’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 모인 120여명의 ‘희망 발걸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행사에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배우 맹봉학 등 120여명의 참가자들 함께했다.

먼저 발언대에 오른 김혜진 희망버스 기획단 실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문제는 결국 한 사업장을 넘어서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16개 사업장 동지들이 함께 나서 이 길을 열게 되었다”며 “아직 우리들의 선택은 시작일 뿐이다, 이 길을 통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쏘아버린 화살은 과녁을 맞추기 전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희망 뚜벅이’들의 힘찬 발걸음을 독려했다.

출발과 동시에 공권력에 막힌 ‘뚜벅이들’

오전 11시께 광화문 케이티(KT) 본사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던 ‘희망 뚜벅이’들은 경찰의 봉쇄로 처음부터 차질을 빚었다. 주최 쪽은 인도를 통한 평화적 행진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경찰관계자는 “해당 집회와 관련 어떠한 신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불법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펼침막을 내리고 확성기를 쓰지 않기로 절충한 뒤에야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30분 가량 창덕궁 돌담길까지 인도를 따라 평화롭게 이어지던 행진은 이화사거리에 이르자 경찰이 다시 제재하기 시작했다. 경찰관계자는 “몸자보를 두르고 신고되지 않은 행진을 시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경찰의 제지선을 피해 대학로로 되돌아와 마로니에 공원 앞을 가로지르다 이화사거리에서 에워싼 경찰에 의해 고립됐다. 

시작부터 경찰과의 실랑이로 행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지만 참가자들은 희망버스처럼 이번 행사가 또다른 ‘결실’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희망 뚜벅이’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3일 동안 시그네틱스, 코오롱, 콜트-콜텍, 유성기업 등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의 대부분 사업장들에 희망의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행사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언제나 공권력들은 약자를 괴롭히기에 앞장서왔다”라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배우 맹봉학 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경찰들 사이로 행진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30일 오전 서울 혜화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발대식에서 백기완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참가자들이 광화문 KT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

[사설]한나라당의 대변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30일자 사설 '[사설]한나라당의 대변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을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정강·정책을 통해 중도 보수정당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약속’이란 이름으로 어제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맞춤형 복지와 고용안정, 그리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골자로 한 경제 민주화, 교육의 기회 균등, 유연한 대북정책 등을 당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새 정강·정책은 기존의 정강·정책,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과감한 변신 선언이다.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력을 평가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급작스러운 변신 선언이 눈앞의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 정강·정책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설정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반대입장을 고수한 것이 한나라당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이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날치기 통과 등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주요 쟁점현안의 처리 때마다 행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해왔다. 이뿐 아니다. 북한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목을 맸다. 그런 한나라당의 극적인 변신 선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새 정강·정책은 성긴 구석이 너무 많아 한나라당이 액면 그대로 실천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정당이 정책 방향을 바꿔 거듭 나려면 먼저 과거의 잘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새 정강·정책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마치 국민을 향해 이제는 말을 바꿔 탈 것이니 따라오면 된다는 식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새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했지만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이 워낙 큰 탓인지 겉치레 인사말처럼 들린다. 한나라당이 단순히 ‘이명박당’에서 ‘박근혜당’으로 신장개업을 위해 포장만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새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당명도 바꿀 예정이다. 박 위원장이 누차 다짐해온 대로 재창당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변신에 성공하려면 새 정강·정책 채택과 당명 변경에 그치지 않고 당 전체가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박 위원장 자신도 그 대상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범한 잘못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적쇄신을 제대로 하고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정강·정책을 실천할 힘을 얻을 수 있다.

[사설] 전국을 투기판 만드는 무분별한 ‘토지거래 자유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30일자 사설 '[사설] 전국을 투기판 만드는 무분별한 ‘토지거래 자유화’'를 퍼왔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어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토지거래허가구역 1244㎢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 국토면적의 3.1%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1.8%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는 허가구역 장기 지정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허가구역 해제는 국민이 아니라 땅부자와 투기꾼의 편익 봐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
토지거래허가제의 도입 취지는 토지에 대한 투기적 수요 억제다. 궁극적으로는 실수요자의 토지 취득 기회를 넓혀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거래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거래를 허가하는 제도다. 요컨대 투기적 거래에 따른 땅값 거품이 있으면 토지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부터 토지시장의 안정세로 투기 우려가 해소됐다는 이유로 허가구역을 마구잡이로 풀어, 토지거래허가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전 국토의 19.1%에 이르렀다. 이를 불과 3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해제된 지역은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즉 투기세력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이번에 해제되는 지역도 주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준농림지이다.
허가구역이 대규모로 해제되는 사이에 전국 땅값은 연착륙하기보다 오히려 올랐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부의 편중도 더 심화했다. 재벌이 보유한 토지의 가격 추이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10대 재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동안 10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50% 가까이 증가해 60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의 7배에 이른다. 정부의 무분별한 토지규제 완화와 대규모 부동산 개발정책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보다 재벌과 땅부자의 불로소득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토지는 일반상품처럼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원리에 맡겨둘 수 없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수요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땅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억제하려면 탐욕스런 투기적 가수요자들에게 높은 거래비용을 부과하는 게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땅 매입이 실수요인지 아니면 투기 목적인지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당장 복원시켜야 부동산 거품에 따른 경제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