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사설] 정치개혁 역행하는 정개특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0일자 사설 '[사설] 정치개혁 역행하는 정개특위'를 퍼왔습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법 개정 등 정치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애초 기대와 달리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석패율제 도입 검토로 통합진보당 등 다른 야당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데 이어 전당대회 동원 비용을 중앙당에서 지급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힘있는 정당끼리 짝짜꿍이 돼서 오히려 정치를 후퇴시키려는 위험한 시도다.
국회 정개특위 산하 정당·정치자금법 심사소위는 엊그제 비공개 회의를 열어 당 대표 경선에 참석하는 당원에게 주는 여비 등을 합법화하는 쪽으로 정당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당대회 ‘돈봉투’가 말썽을 빚자 아예 관광버스 대절비나 식사비 등 ‘동원 경선’의 비용을 중앙당에서 대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사소위 쪽은 “자기 돈을 들여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이 없는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퇴출 대상인 동원 경선을 돈을 대주면서까지 합법화하겠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유권자가 받은 돈이 100만원 이하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던 규정도 완화해 과태료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돈봉투 수수 행위는 걸려도 형사처벌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정치판의 검은돈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더욱 엄격한 처벌규정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국에 완전히 거꾸로 가는 꼼수다.
두 정당이 자신들의 전당대회 행사 비용을 국고에 떠넘기려는 태도도 얄밉기 짝이 없다. 당 대표 경선을 선관위에 위탁할 경우 해당 정당에서 비용을 책임지도록 한 정당법 48조 2항을 바꿔 연 1회까지는 국고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원내 1·2위를 다투는 거대정당들의 자체 행사 비용까지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옳은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으르렁대다가도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만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찰떡궁합을 과시해왔다. 국회의원 입법 로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청목회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습처리한 것 등은 대표적인 예다. 기득권 유지를 위한 두 당의 밀실야합 행위를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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