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 화요일

[사설]한나라당의 대변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30일자 사설 '[사설]한나라당의 대변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을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정강·정책을 통해 중도 보수정당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약속’이란 이름으로 어제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맞춤형 복지와 고용안정, 그리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골자로 한 경제 민주화, 교육의 기회 균등, 유연한 대북정책 등을 당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새 정강·정책은 기존의 정강·정책,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과감한 변신 선언이다.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력을 평가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급작스러운 변신 선언이 눈앞의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 정강·정책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기존 입장을 고집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설정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반대입장을 고수한 것이 한나라당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이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날치기 통과 등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주요 쟁점현안의 처리 때마다 행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해왔다. 이뿐 아니다. 북한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북한인권법안 통과에 목을 맸다. 그런 한나라당의 극적인 변신 선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새 정강·정책은 성긴 구석이 너무 많아 한나라당이 액면 그대로 실천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정당이 정책 방향을 바꿔 거듭 나려면 먼저 과거의 잘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대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새 정강·정책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마치 국민을 향해 이제는 말을 바꿔 탈 것이니 따라오면 된다는 식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새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했지만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이 워낙 큰 탓인지 겉치레 인사말처럼 들린다. 한나라당이 단순히 ‘이명박당’에서 ‘박근혜당’으로 신장개업을 위해 포장만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새 정강·정책을 채택하고 당명도 바꿀 예정이다. 박 위원장이 누차 다짐해온 대로 재창당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변신에 성공하려면 새 정강·정책 채택과 당명 변경에 그치지 않고 당 전체가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박 위원장 자신도 그 대상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범한 잘못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적쇄신을 제대로 하고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정강·정책을 실천할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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