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5일 수요일

"가족의 평화 일궈주신 우리 각하는 격이 달라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5일자 기사 '"가족의 평화 일궈주신 우리 각하는 격이 달라요"'를 퍼왔습니다.
[30대, 정치와 놀다] 한나라당 보좌관들의 놀라운 능력과 검찰 개혁

요즘 정치권의 핵심 화두는 '젊은 세대의 마음 잡기'인 듯 보인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마저 배우나 가수들이 주로 출연해 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2030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를 부르고 문재인 이사장이 격파 시범에 나서는 것은 친근한이미지를 얻어 젊은이에게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계산된 쇼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젊은 정당'을 지향하며 27세 이준석을 비대위원으로 모셔왔고, 민주통합당은 슈스케 방식을 통해 청년 비례대표를 뽑아 안정권에 배치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 2030세대의 화두가 정치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긴데, 정작 젊은이들의 시선은 싸늘해 보인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직후부터 30대 일반인 패널들의 정치 방담인 '30대 정치와 놀다'를 진행했지만 어느덧 해가 바뀌어 패널들의 나이도 한 살씩 늘어났다. 덩달아 40대 패널도 생겨났다. 비록 앞자리 숫자가 달라진 패널이 생겨났지만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2040세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역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음 마찬가지다.

물리적 나이는 40대에 진입했지만, 아이 셋의 아빠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 하루를 힘겨워하며 살아가는 그의 처지는 다른 패널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올해 마흔이 된 패널은 지난 11일 진행된 다섯 번째 방담에서 가장 '과격한(?)' 검찰 개혁의 방안을 내놓아 다른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이 기획을 처음보는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보도록 하자.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5번째 방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패널 소개

공효진 : 나이 서른 셋. '베프'를 '절친'으로 바로 잡을(국어를 사랑합시다!) 정도로 교육자로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이다).

이태권 : 나이 서른 일곱.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셋.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마흔. 열한 살(아들), 여덟 살(딸), 두 살(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하지원 : 나이 서른 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지성 : 올해 서른 넷, 남자. 곧 돌이 되는 아들이 있는 직장인이다. 어머니가 권사인 개신교 집안이라 어릴 때부터 대형교회에 다녔으나 고민 끝에 현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함.

이번 방담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송새벽 씨가 참석하지 못했다.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마흔.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넷.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3(서른 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핫한 인물' 강용석 , 장래희망은 19대 국회의원

프레시안 : 이준석이 그런데 약간 '강용석 삘(feel)'이 나는 것 같아요.

지성 : 강용석 매력 있던데. 나온 걸 보고 이미지 좋아졌어요. (웃음) 뭐 그렇다고 좋은 이미지까지는 아니지만, 그 전에 마이너스 10이었다면 보고 마이너스 5 정도로 올라갔어요. 솔직하더라고요.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강용석 무소속 의원. ⓒtvn

임재범

: 화성에 가서 정치해야죠. (일동 웃음)

지성 : 재밌는 사람이에요.

프레시안 : 이 처음 개국하고 나서 인터뷰 프로그램에 박근혜 나오고 이회창 나오고 강용석이 나왔는데 강용석편이 시청률이 제일 높았대요. 1.2%라고. 박근혜의 굴욕이라고들 하던데요?

하지원 : 요즘 제일 핫(hot)한 인물이잖아요. 조금만 더 일찍 떴으면 연예대상도 받았을 거예요. 되게 우스워 보이는데 참 교묘한 것 같아요. 그냥 쇼가 아니라 다 계산일텐데, 참 잘 먹히는 것 같아요.

임재범 : 강용석 트위터 자기 소개를 보니까 장래희망이 19대 국회의원이예요. 취미는 뒷조사.

지성 : 하하하하하.

하지원 : 정봉주 들어갈 때 언제 보자는 식으로, 특별사면 받아 나오시길 바란다고도 하던데요.

프레시안 : (식당 아주머니에게) 여기 강용석 가끔 오죠?

아주머니 : 강용석이요? 네. 연예인들 많이들 오더라고요.

지성 : 연예인이구나, 강용석이. (웃음)

프레시안 : 제일 궁금한 게 강용석 보좌관이예요. 대신 고발도 해주고.

임재범 : 고발은 강용석 이름으로 하는 거 아니예요?

프레시안 : 아니예요. 고발장 보면 다 고발인이 보좌관들이더라고요.

임재범 : 웃기네요. 잘못 되면 무고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시킨다고 다 하나, 이상하네요.

이태권 : 한나라당 보좌관들 대단하잖아요. 못 하는 일도 없고.

임재범 : 진짜 능력자들이네요.

지성 : 국회의원 보좌관 일 많죠?

임재범 : 그런 일도 해야하니까 그렇겠네.

지성 : 그런데 왜 하는 거예요? 일도 많고.

프레시안 : 이유야 다양하죠.

지성 :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왜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정치 하려는 사람들도 그렇고.

이태권 : 사실 웬만한 직장보다 장기근속도 가능하잖아요. 다섯 번만 하면 20년 일하는 건데 그런 직장이 요새 어디 있어요.

임재범 : 같은 급수 공무원의 최고호봉 받으니까 월급도 많은 거죠.

디도스 테러를 비서들이 했다? 다 뻔히 아는데 정말 왜 그럴까…

프레시안 : 디도스 테러를 비서들이 했다는 발표 보고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지성 : 진짜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더라고요.

임재범 : 논할 가치가 없죠.

이태권 : 짜증나는 게 연루된 친구들이 전부 다 한나라당 보좌관 중에서도 운동부 출신이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에게 다 뒤집어 씌우고, 좀 정도껏 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지성 :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예요. 다 뻔히 아는데 정말 왜 그럴까. 그런 거 볼 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역행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모두가 다 알잖아요. 그런데 또 일반인들이 정치 혐오주의 있으니까 그렇게 결론내고 치우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다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어떻게 그렇게 결론을 낼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임재범 : 해부해보고 싶어요.


▲자신의 비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 연루된 최구식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지성 : 이해가 정말 안 되는데 저도 회사 일 하다 바쁘니까 잊어버려요. 아마 그래서 그런 거겠죠. 그 결과 발표된 날은 웃었어요, 그냥.

이태권 : 디도스 공격도 디비(DB)만 했다면서요. 나중에 다 국정조사 해야 돼요.

지성 : 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도 이명박 입장에서는 정권교체라고 보는데, 저 사람은 참 강심장인 것 같아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데도, 박근혜가 되든 야당이 되든. 각하가 정말 격이 다르신 것 같아요. 격이 달라.

그런데 그거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단 얘기예요. 믿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한나라당 30% 고정 지지자들은 진짜 그렇게 믿는다니까요. 믿고 싶은 거예요. 요즘 검찰이 거짓말하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제가 1979년 생이고 98학번인데요. 우리 때는 운동권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정치 혐오주의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된 거기도 한데, 디도스 사건도 안 믿지만 관심 없죠. 정치는 다 그래, 이런 식으로. 그래서 안타까워요. 정치는 차악을 선택하는 건데 결국 혐오로 끝나니까.

"디도스 사건 수사한 검사, 옷 벗겨야"…가장 쉬운 검찰개혁 방법이 있다?

임재범 : 일반적인 상식으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투표 당일 날 막는다고 해서 투표에 영향을 주지는 않잖아요. 투표소가 많이 바뀐 상황에서만 엄청난 영향을 주는 거죠. 투표소가 바뀐 거랑 연관돼 있는 거잖아요, 디도스 공격이. 그 비서들이 투표소가 많이 바뀐 걸 어떻게 알았을까. 비서들이 바꿨나? 이때부터는 얘기가 하나도 안 맞는 거예요. 정말 대단해요. 비서들이 투표소 위치도 바꾸고 선관위 홈페이지도 다운 시키고. 논할 가치도 없죠. 특검으로 간다는데 특검해서 이제까지 뭐 나온 게 있나요? 저는 이 건을 수사한 검사는 다 옷 벗겨야 한다고 봐요. 걔들은 검사 자격도 없어요.

지성 : 근데 진짜 검찰 개혁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임재범 : 걸릴 때마다 죽이면 되요. (일동 웃음)

지성 : 노무현도 그렇게 노력했는데 안 된 거잖아요.

이태권 : 노력을 한다면서 왜 평검사와 대통령이 계급장 떼고 토론을 해요. 깡패들하고 우리 토론 안 하잖아요. 깡패는 몽둥이로 때리거나 그러지 말로 안 해요. 그런데 검찰은 조폭들이잖아요. 조폭들이랑 왜 토론을 해요.


▲ 평검사들과 대화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임재범 : 모든 검사가 그렇진 않겠죠.

프레시안 : 옷만 벗기면 나가서 변호사 하면 되잖아요.

임재범 : 그러니까 옷만 벗기면 안 되죠. 케이스로 걸릴 때마다 죽여야 되요. 몇 사람 죽이면 정리 되요. (일동 웃음)

프레시안 : 검사들은 진짜 계급사회여서 술자리에도 앉는 순서가 정해져 있대요.

이태권 : 우리나라가 계급 사회여서 직함 이런 게 중요하잖아요. 죽일 필요도 없고 변호사법만 개정해서 변호사 개업 못 하게 하면 되요. 그게 더 잔인하죠, 죽이는 것보다.

임재범 : 죽인다는 게 뭐 꼭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는 거죠. 법조계 근처에서 얼씬 못 하게, 다른 걸로 먹고 살게. 그런 것까지 우리가 제한하긴 어려우니까요. 농사를 짓던지 통닭집을 하던지.

프레시안 : 예전에 그랜저 검사도 문제가 돼서 옷 벗고 나왔는데 나와서 3개월 만에 변호사 개업했잖아요.

임재범 : 더딘 것 같아도 가장 빠른 길이 그거 같아요. 그래야 안에서 개혁을 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힘을 받고요.

지성 : 노무현 정부 때는 그럼 왜 검찰개혁에 실패한 거예요?

프레시안 : 어떤 방식으로 개혁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이 일단 없었죠. 그리고 검찰 조직을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어떻게 개혁해야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민주당이랑 한나라당이랑 비교해 보면 검사 출신 정치인이 진짜 없어요.

지성 : 한나라당은 진짜 많잖아요, 검사 출신이.

임재범 : 대화는 사람하고 해야지, (검사는) 사람이 아닌데 대화하면 안 되죠.

프레시안 : 검찰 개혁은 몇 가지 방향이 있을텐데 일단 공수처 설립, 기소 독점권 제한 등이 있겠죠.

이태권 : 그 두 가지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기소 독점권을 없애고 공수처에서 검찰에 대한 수사를 가능하게하면 검찰도 바뀌지 않겠어요.

임재범 : 물론 제도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운영이라고 봐요. 공수처, 기소 독점권 다 중요하지만 그거 한다고 개혁될까? 그 나물에 그 밥일 경우는 안 된다고 봐요. 결국 사람의 문제고, 의지의 문제고, 정치의 문제죠.

프레시안 : 사실 특별검사제도 비슷한 취지로 만들었지만 특검이라고 제대로 밝혀내는 것도 별로 없잖아요. 공수처도 말이 공수처지 결국 검사 출신들이 들어가 있을 테고요. 정말 정권이 얼마나 개혁의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지요.

임재범 : 사실 언론사가 가장 마지막까지 군사독재 문화가 남아 있는 데였잖아요. 편집국장에 권한이 집중되고 지시하면 따라야 하고요. 옛날에 그래서 언론개혁 하면서 도입된 제도가 편집국장 직선제였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편집국장도 기자들 눈치도 보고 기자들도 직접 문제제기도 하고요. 검찰도 똑같은 것 같아요. 평검사들이 거꾸로 검찰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고 그것과 공수처 등이 맞물려 돌아가면 나아질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아까도 말했지만 걸릴 때마다 처벌을 해야된다고 봐요.

이태권 : 우리나라 법철학이 진짜 화이트칼라 범죄나 경제사범에 대해 응징이 약해요. 그런 것도 강화해야 되요. 최태원 불구속 수사도 정말 말이 안 되잖아요. 일반인은 불구속 만들려면 변호사 사무실에 돈을 엄청 갖다 줘야 하잖아요. 1000억 대 횡령했는데 구속도 안 되고.

임재범 : 얼마 전에 TV보다 알게 된 건데, 군인 내부 고발자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내부 고발한 다음에 이 사람이 잘렸는데 일종의 블랙 리스트 같은 게 돌아서 취직도 안 되고.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저 사람은 내부 고발했던 사람이라는 걸 다 아니까 재취업이 안 되는 거죠. 완전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셈인데 그 사람이 그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러잖아요. 잘못 저지른 검사들이야말로 그렇게 만들어야죠.

프레시안 : 그 사람 결국 이재오가 취직시켜줬잖아요. 국민권익위 조사관으로.

'버핏세' 얘기하는 미국 재벌들, 우리는 암살문화가 없어 재벌이 겁이 없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연합뉴스
이태권 : 우리나라 기득권들이 지금안일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프랑스나 미국의 부자들은 얼마나 윤리적이어서 버핏세 같은 걸 알아서 하자 그럴까요. 이 사회가 안정될수록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더 좋은 거잖아요. 사회가 1이 좋아지면 그 사람들은 100을 더 얻는거죠. 우리나라 재벌들도 그런 생각을 해야되요. 진짜 위험수위에 와 있고 사람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슈스케 방식으로 30대 조금 주면 괜찮아지겠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어떤 교수가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나라 재벌들이 저러고 사는 건 총기가 허용되지 않아서라고 하더라고요.

지성 : 재밌는 얘기네요.

임재범 : 뜨거운 맛을 안 봐서 겁이 없는 거죠.

이태권 : 맞아요. 암살 문화가 없어서 그래요.

임재범 : 얼마 전에 한국갤럽에서 만든 연하장을 봤는데 처음 설립한 후부터 똑같은 설문을 매년 했더라고요. 그걸 소개해 놨는데 그 수치만 봐도 소득 불평등이 엄청나게 심해졌더라고요. 왜 폭동이 안 일어나는지 모를 정도로요. 집값이 떨어진다 하는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살 방법이 없어서 그래요. 개콘 에서도 풍자하지만 살 사람이 없는 거죠. 수요가 없으니 집값이 떨어지죠.

이태권 : 아까 총기 얘기했는데 제가 아는 한 교수도 그런 얘길 해요. 그 교수는 진보적이지도 않거든요. 미국 유학 갔다 와서 서울시내 4년제 대학에 있고요. 그 교수가 우리나라는 재벌들이 한 번도 암살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저런다고 하더라고요.

공효진 :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2012년에.

프레시안 : 혹시 암살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일동 웃음)

공효진 :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웃음)

지성 :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삼성 때문에 우리가 먹고 산다고 하는데 재벌 때문에 우리 주변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마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들어오니 좋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시민의식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한 치 앞만 보는 거고. 그런 걸 어떻게 바꾸죠? 자기 아들 대기업 들어가면 좋아하고.

임재범 : 그걸 탓할 수 있을까요.

지성 : 의식 수준이 좀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게 사면 좋은 거 아니냐 이거예요. 통큰 치킨이 대표적이죠.

임재범 : 싸게 사면 좋은 거 아니에요?

지성 : 전 사실 죄의식을 느껴요. 이마트 가긴 가는데 죄의식을 느끼면서 사요. 그래도 최소한 PB제품은 안 사요. 진짜 싼데 그게 분명히 제조업체 죽여서 만드는 거거든요.

프레시안 : 저도 PB제품은 안 사는데 이유가 다르네요. 전 그냥 못 믿겠어서 안 사는 건데. (웃음) 너무 싸서 뭘로 만들었는지 못 믿겠어요.

공효진 :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니까요.

임재범 : 아직 배가 부르시네요. 우리 집은 매번 이거보다 더 싼 거 없나하고 찾는데. (웃음)

지성 : 그러고 보면 옛날에 잘 나가던 브랜드들도 다 없어졌잖아요. 아남티비 기억하시죠? 어느날 없어졌잖아요. 지금은 모든 게 다 삼성 아니면 엘지예요. 무섭더라고요.

임재범 : 다 양극화되는 거죠.

30대의 고민 "대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프레시안 : 좀 '올드'한 표현이지만 어찌 보면 결국 국민의 수준이 정치권에 딱 반영되는 거죠.

임재범 : 그 국민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꾸준한 교육을 통해 올리는 방법이 있고 둘째는 사회 변혁이죠. 사회 변혁은 꼭 혁명이 아니고 큰 격변기를 거치면 동시에 국민들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요. 1987년이 대표적이잖아요. 우리는 한국전쟁 외에는 큰 격변기가 별로 없었어요. 의식이 확 올라갈 만한 일이 없었던 거죠.

지성 : 20-30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뭐냐 이거죠.

프레시안 : 암살? (일동 웃음)

지성 : 김여진이 등록금 문제로 싸울 때 그런 얘길 했잖아요. 학생들이 다같이 다음 학기를 휴학하자. 그거 보고 되게 신선했어요.

하지원 : 그런데 안 하잖아요.

지성 : 휴학하는데 불이익 없잖아요.

이태권 : 사람들이 그런데 나 있을 때는 혜택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잖아요.

지성 : 옛날 386 세대는 연대 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두가 다 경쟁에 내몰리니까요. 낭만이 없어요.

이태권 : 386이랑은 또 환경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때는 취업 다 됐잖아요. 게다가 그때는 보이는 적과 싸웠으니까 전선이 하나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얘랑 나랑 같이 등록금 내지만 처지도 다르고 전선이 하나로 느껴지지 않는 거죠. 젊은 친구들만 뭐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386이 특별히 정의로운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지성 : 저는 20대보다는 좀 위긴 하지만 너무 빡빡한 삶이에요, 진짜. 아버지는 고졸로 청주에서 서울 올라오셔서 7-8년 근무해서 스물 일곱인가 여덟에 서울에 집을 사셨다는데. 우리는 어머니에게 도움 받아서 전셋집은 구했지만 도저히 전셋값 오르는 게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결혼 안 하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돈 없어서 못 하는 거지. 민주당이 된다고 그게 해결이 되겠어요?

하지원 : 동맹휴학은 노동자들이 다 같이 파업하자는 거랑 똑같이 안 되는 일 같아요. 한 번에 하면 한 번에 바뀔 거라고 하지만 각각의 사정이 다 다르잖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순진하고 낭만적인 생각인 거죠.

지성 : 방법이 없으니까요. 불평등 구조가 너무 고착화 돼 가니까요.

프레시안 : 불만들이 쌓여서 오히려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긴 해요. 정권교체가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요.

지성 : 나꼼수도 반MB 정서 때문에 인기가 있는 거지, 그게 생산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제 생각에는 민주통합당이 된다고 해도 그 안에 얼마나 파벌이 많아요. 자기들끼리 얼마나 싸우겠어요. 그런 걱정이 있어요. 사실 이명박이 대통령인 지금은 욕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야당이 정권을 잡아서 또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삼촌들이랑 싸울 생각을 하면 갑갑해요. 삼촌들이 저를 공격할 생각을 하면 벌써 겁이 나요. 노무현 때 너무 당했어요.

이태권 : MB가 국민들의 학습 능력도 증진시켜주고 가족의 평화와 화목도 만들어줬군요.

지성 : 맞아요. 부모님이 정치 얘기 안 하시니까 마음이 편해요.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자기만의 컨텐츠가 없어서…

프레시안 : 안철수가 총선 출마는 안 한다네요.

하지원 : 안 나올 것 같았어요. 대선은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요.

이태권 : 김종인이 그런 식으로 말하잖아요. 대통령 하려면 총선 나와야한다는데 정치에 뭐 로드맵이 있나요? 좀 웃긴 것 같아요.

하지원 : 장진이 안철수 얘기하면서 자기도 조감독 안 하고 감독 됐다고 했었잖아요.

이태권 : 이해찬도 자기가 마치 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노인네 같아요. 박희태나 이런 사람들이랑 (이해찬은) 한끝 차이지.

지성 : 안철수에 쏠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참 다이나믹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그만큼 정치 혐오주의가 만연하다는 반증인 것도 같고요. 안철수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정치인으로 과연 잘 할까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요. 안철수가 정치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는 많은 것 같아요. 안철수 좋아하지만 답답해요.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이태권 : 안철수는 변수로 두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으로 가는 거 아닌가요. 안철수가 문재인한테 양보해 주면 좋은 거고, 안철수가 나서면 문재인이 양보할 생각도 있는 것 같고.

지성 : 그런데 안철수는 새로운 인물의 이미지인데 문재인은 노무현 이미지가 너무 강해요. 와이프한테도 물어보니까 제2의 노무현 아니냐고, 또 노무현이냐고 그러더라고요. 그건 한계죠. 봤는데 식스팩은 참 인상적이었어요. 격파 하는 거랑요.

프레시안 : 다음날 검색어 1위더라고요.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SBS

지성 : 젊었을 때 잘생겼더라고요. 남자답기도 하고. 그런데 노무현 이미지를 좀 벗어나야 되요. 자기 컨텐츠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 사람은 별로 노무현 그림자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노무현은 그래도 지역주의 타파라도 있었지만 문재인은 딱히 집히는 게 없잖아요. 물론 문재인이 야권 후보가 되면 찍어주기야 하겠지만요. 반면 안철수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얘기를 하잖아요. 대기업 비판도 하고.

공효진 : 20-30대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아까 하셨는데 전 그 얘기가 젤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전 그 한 방편이 투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박근혜보다는 안철수가 저의 처지에 맞는 정치를 하겠지만 안철수의 배경은 저랑은 또 너무 다르잖아요. 과연 그가 저같은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그들이 무언가를 해줄 것 같지도 않고요.

지성 :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투표도 있지만 결국 시위인 것 같아요. 프랑스 68혁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결국 68혁명은 실패했거든요. 그런데 그 영향으로 나중에 투표 연령이 낮아지고 녹색당도 생기고 그런 효과가 나타난 거죠. 노무현이 대통령 때 삼성이 더 커가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전 실망했거든요. 별 차이 없구나. 결국 방법은 우리가 연대해서 직접 행동하는 것 밖에 없어요.

공효진 : 30대 정치와 놀다와 같은 것도 결국 직접 행동의 하나 아닌가요?

이태권 : 30대는 정치랑 놀고 20대는 차도 좀 불태우고…. (웃음)

프레시안 : 오늘 전체적으로 좀 과격한데요?

이태권 : 아니, 과격한 게 글로벌 스탠다드예요. 우리나라가 너무 점잖죠. 68혁명도 그렇고 주기적으로 과격한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외국을 보면.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일이 너무 없어요.

임재범 :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아요. 용서도 잘하고.

하지원 : 안철수 현상 중에 재밌는 게 강남 아줌마들이 요즘 애들한테 존댓말을 쓴대요.

공효진 : 안철수가 그 얘기 해서 그런 거잖아요. 어머니가 대학생 때까지 존댓말을 써줬다고.

이태권 : 우리나라 정치인도 배경이 다 비슷하잖아요. 노무현도 다른 것 같지만 사법고시 패스한 법조인이고 문재인도 법조인이고요. 스펙 좋은 사람들 뿐이고요. 외국은 다양한데 우리나라는 그래요.

프레시안 : 인적쇄신 백번 해봐야 변호사 나가고 변호사 들어오고 그러잖아요.

이태권 : 저는 아줌마 국회의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재미도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해요.

임재범 : 정치 재밌게 하기 위해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출마하세요.

프레시안 : 우리나라 정치가 참 고비용이잖아요. 고위험이고.

이태권 : 저는 그래서 국회의원 절반은 추첨제로 뽑았으면 좋겠어요. 똑같을 것 같아요. 개가 주식해도 똑같다고 그러잖아요. (일동 웃음)

임재범 : 정당 정치가 붕괴되잖아요.

이태권 : 인구 통계학적으로 추첨된 사람들이 또 정당 선호도가 있지 않을까요? 의미 없는 비례대표제 하지 말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프레시안 : 재미난 얘기들이 많이 나왔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끝)



/여정민 기자,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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