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4일자 기사 '숨 죽였던 2030세대가 움직인다'를 퍼왔습니다.
“이번엔 다를거에요. 이젠 다 알아요. 정치가 우리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것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만들어냈던 2030세대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야 정치권 모두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 10.26 보궐선거 이후 그 동안과 달리 능동적으로 변한 2030세대 유권자들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입 모아 올해 총.대선 선거에서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20대는 2000년 이후 정치에 등을 돌린,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재보궐선거 이후 이들의 정치의식과 열기를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특히 “2002년 대선(56.5%) 이후 처음으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목소리 냈더니 정책이 변하더라”

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2030세대가 봉착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취업, 등록금, 결혼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여기에서 파생된 막연한 불안감과 자괴감까지 느껴왔다. 이 때문에 혼자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펙을 올리고, 틈틈이 저축까지 해왔지만 이제는 부모 도움없이 등록금을 내고 결혼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것. 전문가들은 각자 발버둥치던 이들이 “정치가 곧 이 문제들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정치로 눈을 돌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빈 기자 1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폐기! 부폐정치심판!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렸다.
서울의 모 사립대에 재학중인 정모(26)씨는 취업준비생이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정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그저 남의 일인 것만 같았다”며 “투표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뽑고 나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던 것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 영어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본 뒤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전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28.여)씨 역시 “취업을 하고 나서도 불확실한 미래, 불안감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바뀌는 서울의 모습을 느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결국 정치가 우리 삶의 스트레스의 근본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총.대선에서도 적극적으로 투표를 하고, 주변에도 많이 알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우모(33)씨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열일을 제쳐두고 투표소로 갔다. 우씨는 “학자금 대출에 전세 대출까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주변 지인들을 많이 봤다”며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2030세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했고, 올해도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세대가 세상의 중심될 것”

지방 사립대 대학원 졸업을 앞 둔 이모(27.여)씨는 지난해 말 석사 논문을 발표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열심히 해 왔던 공부를 마치고 얻은 성과에 기뻐해야할 때지만 이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씨는 “박사 학위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지만, 들어갈 돈이나 미래 등을 생각해 취업준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대학원 졸업을 앞둔 현재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정치인들은 20대가 정치에 관심없어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20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기존 정치인들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현실에 치이며 사는 동안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20대만 비판하는 게 더 나쁘다는 평가했다. 이씨는 “지난해 반값등록금 시위도 새로울 것은 없다. 그동안 20대의 고민 중 하나였던 등록금 문제가 곪았다가 터진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이를 통해 20대의 폭발력을 깨달았으면 한다”면서 “올해 총.대선에서는 그 동안과 다른 20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20대가 정치에 눈을 뜬 이상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행동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권모(33)씨도 “결혼 이후 삶이 더 팍팍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 동안 정치권이 이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 것에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나꼼수’로 정치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젠 ‘나꼼수’ 없이도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꿔줄 것을 누구나 다 안다”면서 “올해 선거에는 그 어느때보다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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