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6일 목요일

MBC 기자들의 자기반성에 경영진은 답하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6일자 기사 'MBC 기자들의 자기반성에 경영진은 답하라'를 퍼왔습니다.
[기고]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국민들로부터 조롱받는 자신들의 뉴스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MBC기자들이 나섰다. 일선에서 제작하던 기자들이 편파보도와 친정부 성향의 뉴스제작으로 인한 공정성 추락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MBC 뉴스 프로그램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25일 이른 아침부터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무기한 제작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일선 기자들의 요구사항은 MBC 뉴스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보도본부 간부들의 퇴진과 공정 보도를 통한 뉴스 정상화이다. MBC 기자들이 공정한 보도를 요구하며 전면적으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제작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 MBC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기자로서의 자괴감과 위기감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뉴스 프로그램은 일반 연예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보도 내용의 공영성과 공정성이 높을수록 시청률이 높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시청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 작용하지만,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다루는 만큼 보도내용의 공정성이 시청률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데, 최근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무늬만 공영방송인 KBS는 물론 상업방송인 SBS에도 뒤쳐져 주요 지상파 방송사중 꼴찌로 주저 앉았다.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아침 기자들이 로비에서 출근길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렇게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추락한 이유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 뉴스 프로그램이 정부 여당에 유리한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아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현 정권에 껄끄러운 내용을 다루려는 MBC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 제작진을 강제로 제작현장에서 쫓아내고, 5월에는 이에 항의하는 제작진에게 보복인사와 본보기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급기야 9월에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PD수첩)‘미국산 쇠고기’편 제작진을 징계하고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정권에 굴종적인 사과방송까지 내보냈다.

이러한 편파보도로 인해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이는 곧바로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MBC 뉴스 프로그램의 이러한 공정성과 신뢰도 추락의 불똥은 고스란히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일선 기자들에게 튀었다. 예전에 KBS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당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정권 편향적인 MBC 뉴스 프로그램에 반발한 시민들이 MBC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서 쫓아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MBC 기자들의 제작 거부 전면 파업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직접 느낀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영성을 잃어버린 MBC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몸소 느낀 기자들이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 수 없다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제 MBC 뉴스 프로그램를 이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자신들의 후배들인 기자들의 처절한 외침에 답해야 할 때다. 왜, 기자들이 사규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MBC 경영진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뉴스 프로그램의 제작을 거부하고 나섰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상태에서 MBC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은 보도본부의 인적 쇄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도 추락의 장본인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이번 달 초 실시한 기자들의 불신임 투표에서 절대다수인 86.4%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이러한 투표결과는 MBC의 내부 구성원인 기자들이 뉴스 제작과정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얼마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자세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느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쯤되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은 안쓰럽다 못해 추하다. 지금이라도 깨끗이 물러 나는게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재철 사장도 이제 겸허하게 기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징계 운운하며 국민이 주인인 MBC라는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인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제작거부에 나선 기자들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조직을 위한 충정어린 요구에 사심을 버리고 국민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고 답해야 할 것이다. 정권은 짧고 역사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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