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 화요일

[사설] 전국을 투기판 만드는 무분별한 ‘토지거래 자유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30일자 사설 '[사설] 전국을 투기판 만드는 무분별한 ‘토지거래 자유화’'를 퍼왔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어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토지거래허가구역 1244㎢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 국토면적의 3.1%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1.8%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는 허가구역 장기 지정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허가구역 해제는 국민이 아니라 땅부자와 투기꾼의 편익 봐주기로 볼 수밖에 없다.
토지거래허가제의 도입 취지는 토지에 대한 투기적 수요 억제다. 궁극적으로는 실수요자의 토지 취득 기회를 넓혀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거래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토지거래를 허가하는 제도다. 요컨대 투기적 거래에 따른 땅값 거품이 있으면 토지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부터 토지시장의 안정세로 투기 우려가 해소됐다는 이유로 허가구역을 마구잡이로 풀어, 토지거래허가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전 국토의 19.1%에 이르렀다. 이를 불과 3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해제된 지역은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큰, 즉 투기세력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이번에 해제되는 지역도 주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준농림지이다.
허가구역이 대규모로 해제되는 사이에 전국 땅값은 연착륙하기보다 오히려 올랐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부의 편중도 더 심화했다. 재벌이 보유한 토지의 가격 추이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10대 재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동안 10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50% 가까이 증가해 60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의 7배에 이른다. 정부의 무분별한 토지규제 완화와 대규모 부동산 개발정책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보다 재벌과 땅부자의 불로소득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토지는 일반상품처럼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원리에 맡겨둘 수 없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수요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땅에 대한 과도한 수요를 억제하려면 탐욕스런 투기적 가수요자들에게 높은 거래비용을 부과하는 게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땅 매입이 실수요인지 아니면 투기 목적인지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당장 복원시켜야 부동산 거품에 따른 경제적 재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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