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0일 월요일

MBC의 파업, 시청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9일자기사 'MBC의 파업, 시청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자기파괴 없인 ‘영혼없는’ 잉여인력 전락

MBC가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냐 다시 후퇴할 것이냐 기로에 놓여 있다.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향후 MBC 위상정립에 중요한 이정표를 새기게 될 것이다. 

불공정·편파 방송을 가장 가까이서 제작하며 지켜본 당사자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최후의 수단으로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아니면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강온전략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될까. 무엇보다 이번 파업을 시청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일까.

파업이 장기화 되면 시청자들은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는 MBC 뉴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청률 30%라고 자랑하는 ‘해를 품은 달’ 드라마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때는 큰 불만을 나타내게 된다. 다수는 어쩌면 파업의 당위성이나 이유에 대해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당장 드라마를 볼 수 없는 불편함과 이에 따른 단순 불만을 쏟아내게 될 것이다.

MBC 방송은 드라마로 존재하는 케이블 방송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MBC는 역사의 고비에서 국민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해 온 공영방송이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존재하는 MBC 방송은 정의가 뒤틀리거나 훼손된 사건을 바로 잡고자 노력해왔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 권력과 재벌의 결탁 등을 고발하며 한국사회의 건강한 감시견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MBC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그 사연이 무엇인지, 타당한 사유가 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시청자의 도리다. 시청자의 지지나 이해없이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은 성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파업이전에 대화로 타협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안은 좀 다르다고 본다. 그런 일반론을 2012년 MBC 파업에 대입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적어도 세 가지다.

첫째, 반복되는 불공정 보도, 편파보도에 분노하지않는 저널리스트는 신뢰받을 수 없으며,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막강한 공영방송사에게 주어진 사회감시역할, 의제설정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망각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MBC 기자들은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김문수 경기도지사 119 전화 등 권력에게 민감하고 불리한 기사들이 잇달아 축소, 누락됐다고 고백했다. 또 반값 등록금, 한미 FTA, 10.26 재보궐선거 같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균형을 현저하게 잃은 불공정 보도가 이어졌다고 자기반성을 했다. 심지어 경쟁방송사인 KBS와 SBS가 다 보도한 내용조차 노골적으로 뺀 사실까지 언급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언론의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않으며 투쟁하고 쟁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같은 권위주의 사회, 권력을 가진 자가 법위에 존재하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는 권력이 허용하는만큼만 주어질 뿐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만 존재할 뿐 막상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측근의 비리의혹을 보도하려하면 안팎으로 막는 손이 너무 많다. 이것이야말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때로는 폭탄주로 때로는 골프 접대로 그렇게 흘러 간다. 그러다가 권력말기나 권력이 바뀌면 ‘진실’운운하며 뒤늦게 요란을 떤다.

MBC 기자들은 스스로 성명서에서 “가장 공정하고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MBC 뉴스가 불과 몇 년 사이 (이렇게) 가장 불공정하고 순치된 언론으로 전락했다”며 “내부의 문제제기는 무시당했고, 취재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됐다”고 탄식했다. “일 잘하고 바른 말 잘한다는 기자들은 소리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고, 소통이 생명인 언론사 내부에서, 언로의 숨통은 그렇게 죽어갔다”고 기자들은 말을 이어갔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솔직한 현장의 고백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함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청자들이야말로 올바른 알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챙기는 셈이다.

세 번째, 조직의 장이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을 때,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매우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취임되는 과정에서 이미 정당한 권위와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있었다. 취임이후 그의 인사정책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은 매우 높았다. 유능한 제작인력을 비제작부서로 배치시켰다는 비판, PD수첩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 등...회사가 비상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도 그는 일본 패션쇼 참석이라는 외부 행사에 참석했다. 내부소통은 이미 단절됐거나 서로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모습이다.

MBC가 추락하는데도 침묵하고 있는 자는 비겁하거나 자기의 자리에 연연하는 세력이다. 부당한 개입, 불공정한 보도에도 분노할 줄 모르는 자는 공영방송이라는 명예로운 조직에 어울리지않는 ‘영혼없는’ 잉여인력일 뿐이다.

더 나은 건설을 위해서 때로 파괴는 불가피하다. 고통없이 성장하는 것이 어디에 있던가. 방송의 자율권과 보도의 자유는 스스로 쟁취할 때 값어치는 더욱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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