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8일 토요일

MB 남은 임기가 불안하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8일자 기사 'MB 남은 임기가 불안하다'를 퍼왔습니다.
'6인회의' 몰락과 2선 측근 비리 연루의 교훈 깊이 새겨야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우리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줘야 국가발전이 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비리로 불명예 퇴진하는 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임기 말을 `400m 계주'에 비교했다. 그는 "바통을 넘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바통을 넘겨줘야 다음 선수가 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27일 전격 사퇴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멘토'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세 중 실세로 통했다. 최 위원장이 측근 비리 등으로 중도 하차함으로써 MB정권 최고 실세그룹인 '6인회의'는 사실상 몰락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이상득, 최시중, 이재오, 박희태, 김덕룡 등이 발족한 6인회의는 이 후보 캠프의 최고사령탑이자 일등 개국공신 클럽이었다. 이 대통령 당선 뒤 5명의 실세들은 국정과 인사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1년을 앞두고 이들 몇몇은 비리 연루 혐의 등으로 사법적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측근 비리로 곤욕을 치르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밝혀야 했고,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봉투 사건으로 정치 인생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서 의장 자진사퇴 압력에 짓눌려 있다.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부상과 함께 그 빛이 스러지면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07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6인회의만이 아니다. 이대통령 체제에서 실세 2중대로 군림했던 인사들이 대형 비리 의혹 사건에 휘말리거나 쇠고랑을 찼다.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왕차관' 박영준 (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MB 측근이면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금품수수 추문에 휘말려 있다.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은 구속상태에서재판을 받고 있다. 

MB 맨들의 악취풍기는 퇴장과 존재감 상실 속에서 이대통령의 레임덕은 대단히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위원장 체제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이 대통령 탈당 까지 언급될 정도로 당이 청와대를 보는 눈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결론은 너무 확고하다. 총선과 대선전략의 첫 항목은 청와대와 선 긋기라는 것으로 비춰진다. 

엊그제까지 청와대의 눈짓, 기침소리에 좌지우지되던 한나라당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표변한 것이다. 앞으로 각종 비리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새로운 권력형 범죄 사건이 터질 경우 청와대는 더욱 고립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되거나 이 대통령 본인 연루된 사건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 항목에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가시밭길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가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해법은, 이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이 충분할 정도로 제시한 상태다. 이 대통령의 경우 그의 정치 철학과 인사 정책 등이 오늘날과 같은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여당을 바지저고리로 삼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를 주문하면서 불통의 정치, 완력에 의한 정치를 일삼았다. 정부 고위층 인사에서는 불법, 탈법, 윤리적 일탈 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혐오감을 무시하는 인선 원칙을 고집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도 큰 흠이었다. 정책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는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말로는 다른방향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은 그들이 이 대통령과 너무나 닮은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온통 부정부패의 도가니로 전락한 꼴로 보이는 것도 공직사회의 원칙과 윤리를 대통령이 앞장서 무너뜨린 당연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줘야 국가발전이 계속된다"고 말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정치는 정의롭게 도덕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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