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사설] ‘정권 실세’ 수사, 검찰의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5일자 사설 '[사설] ‘정권 실세’ 수사, 검찰의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다'를 퍼왔습니다.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의 비리가 둑이라도 터진 듯 쉬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한테서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0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회장이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구속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의 비리 행진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정권 핵심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으나 배후와 실체가 속시원하게 밝혀진 적은 거의 없다. 검찰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거나 무능한 탓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은 여럿이다.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 로비 의혹 사건과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 로비 의혹 사건은 추가 수사중이고,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도 아직 진행중이다. 서울 내곡동 대통령 사저 건립 의혹도 검찰에 계류중이다.

에스엘에스그룹 사건에선 이상득 의원 비서들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됐는데도 검찰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한예진 수사에서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가 <교육방송> 이사 선임이나 이동통신용 황금주파수 낙찰 등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정씨의 해외도피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처럼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비서’나 ‘보좌관’ 선에서 끝나고 윗선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설득력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고는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무기력한 검찰의 자기고백일 뿐이다.

대통령 임기 말이라 검찰이 정권과도 각을 세울 것이라는 예측이 적잖았다. 그러나 정권 초에 비해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서 늑장수사를 벌이고 대통령 가족들의 배임 혐의가 뚜렷한 내곡동 사저 건립 의혹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에 주어진 사실상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임에도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야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일제히 검찰 개혁을 공언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검찰의 업보다. 국민들이 이해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검찰은 개혁 대상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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