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2일 일요일

MBC기자 “요즘 우리뉴스 보면 여성잡지 같다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1일자 기사 'MBC기자 “요즘 우리뉴스 보면 여성잡지 같다고”'를 퍼왔습니다.
경제부 기자 “1분30초 떼우는 기자돼있었다” 반성…기자들 25일부터 제작거부

MBC 기자들이 편파보도에 반발해 뉴스책임자 사퇴를 요구하며 오는 25일부터 전면적인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이크를 놓기에 앞서 이들은 그동안의 자신 스스로의 뉴스를 되돌아보며 개탄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MBC의 한 경제부 기자는 최근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 비상대책위원회에 보내온 글을 통해 과거 한 후배의 말을 소개했다.
“그 아이템 선배가 먼저 하겠다고 하신 건 아니죠? 제 친구가 요즘 MBC뉴스 보고 있으면 여성 잡지 보는 것 같대요.”
이 기자는 “뉴스를 함께 보다 장난처럼 가볍게 던진 후배의 말이 제 마음엔 한동안 무겁게 내려앉았다”며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우리 뉴스를 외면하고 조소하는사이, 저는 주어진 1분 30초를 그저 ‘때우는’ 경제부 기자가 되어 있었다”고 탄식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 9시 에는 그동안 민감한 정치와 사회 현안이 우리 뉴스의 큐시트(메인뉴스에 방송될 뉴스목록)에서 사라진 대신, 그 빈자리는 ‘생활 친화적’ 이라는 경제 뉴스로 적잖이 채워져왔다. 이를 두고 이 기자는 “‘방송되어야 할 것’이 방송되지 않았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방송에 안 나가도 될 것’이 방송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제작과정에서 기자들의 판단과 소통도 수차례 묵살됐다. 이 경제부 기자는 “기자의 판단과 보고보다는 통신사(연합뉴스·뉴시스 등) 기사의 한 줄에 더 무게감이 실렸고, ‘편집부의 주문’이라는 말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쓴 기사에도,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면 그 책임을 일선 기자에게 떠넘기는 분위기”도 참기 어려웠지만, “‘경제부는 먹고, 입고, 타는 것으로 아이템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한 선배의 말씀을 전해 듣고는 씁쓸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자신이 ‘경제부 기자’의 모습에 충실했는지 돌아보니 ‘FTA’와 ‘4대강’ 등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올 때마다, ‘불편한’ 뉴스거리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는지 자문하게 됐다고 반성했다.
“‘이게 왜 뉴스가 되지?’라는 의문을 ‘그냥 하고 오늘만 넘기자’는 무사안일로 손쉽게 대체하지는 않았는지 되물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우리 뉴스의 신뢰도 추락을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임무 방기를 해온 데 대해 이 기자는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더니 “MBC는 만만한 게 기업이라서 우리만 조져”라며 뜬금없는 항의를 해 오는 홍보 담당자들의 말이 듣기 싫어서 △하루 종일 취재하고 기사 쓰고 편집을 끝낸 뒤 찾아오는 공허함이 반복되는 게 무서워서였다고 기재했다.
그는 “뉴스데스크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끝맺음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동일한 수치심은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쉽고 보기 편한 뉴스가 시청자들의 눈을 잠시 붙잡아둘 순 있어도 마음을 붙잡아둘 순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12월 1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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