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사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성난 농심에 불지르는 정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0일자 사설 '[사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성난 농심에 불지르는 정부'를 퍼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캐나다산 쇠고기의 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20일치 관보에 올렸다. 이로써 국내 수입업자는 2003년 5월 광우병 발생으로 금지된 캐나다산 쇠고기를 9년여 만에 다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검역 등 필요한 절차를 고려하면 다음달 중하순쯤부터 캐나다산 쇠고기가 시중에 풀릴 것이라고 한다. 소값 폭락으로 깊은 시름에 잠긴 축산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농식품부의 이번 고시는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고 절차적 정당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지난 12월30일 국회가 새 수입위생조건 심의결과 보고서를 통과시킨 데 따른 후속 조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형식논리일 뿐이다. 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가 다수 의견으로 채택한 심의보고서에는 ‘국내 한우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수입 재개 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국내 축산업 지원 강화, 수입 쇠고기의 국산 둔갑판매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강구 등을 수입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런 국회 심의 결과를 단지 ‘참고 의견’으로만 받아들이고 새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다. 장관 고시는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만큼 국회 심의 결과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2008년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취지와 어긋나는 판단이다. 당시 국회는 촛불시위로 표출된 국민여론을 반영해 광우병 발생국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은 국회 심의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 개정의 주역이었던 강기갑 의원(통합진보당)은 “개정안에서 정한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국회 심의 결과는 행정적 구속력도 갖는다는 게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라며 “농식품부의 고시 강행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캐나다에 이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연합(EU) 회원국과도 쇠고기 수입 확대 협상을 검토하고 있다. 쇠고기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더이상의 쇠고기 수입 물량의 증가는 국내 축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게 뻔하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쇠고기의 가격 등락 변동성을 키워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을 위해서도 무분별한 쇠고기 수입 확대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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