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사설] 재벌개혁의 시금석 출자총액제한제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9일자 사설 '[사설] 재벌개혁의 시금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10대 재벌에 한해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출총제는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재벌들의 무차별 사업 확장이 가속화된 만큼 출총제 부활은 당연하다. 그러나 계열사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40%로 높여 재벌 개혁에 대한 결기가 약해 보인다. 출자 한도를 축소해 엄격히 하고 출총제 대상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출총제를 폐지했으나 실제로는 재벌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영위해오던 업종까지 마구잡이로 진출하는 등 그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마지막 빗장이 풀리면서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 등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고 제과제빵, 심지어 라면·떡볶이 등 동네 상권의 영세업종까지 진출해 역풍을 맞고 있다. 경제력 집중 심화는 출총제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의 실질 자산이 2002~2006년 4.93% 증가했지만, 2007년 출총제 무력화 이후 4년 동안 15.82% 증가한 데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4년 동안 30대 재벌 계열사 수는 359개가 늘어 1150개에 이른다.
출총제 폐지의 또다른 문제는 경제력 집중이 총수 일가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1864곳 가운데 18.66%인 348군데가 총수 일가의 출자로 세워졌다. 대기업들은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허울뿐이며 2~3세에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총수 일가 참여 계열사는 기존 계열사에 비해 부채비율은 낮고 수익성은 높다.
출총제가 외국 기업과 경쟁할 때 역차별이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재벌에 대한 규율 공백 상태를 유지해 달라는 억지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로 두면 재벌 기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출총제에 더해 계열사 간 순환출자나 비관련 다각화,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는 규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에 특수관계 법인과 거래할 때 공시 및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중소기업이 손해배상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출총제는 재벌에 대한 규율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입안 과정에서 물러서거나 예외규정을 둬 유명무실해지도록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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