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사설]특례입학 비리는 공정경쟁 해치는 중대범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26일자 사설 '[사설]특례입학 비리는 공정경쟁 해치는 중대범죄다'를 퍼왔습니다.
흑인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은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 덕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가난한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 출신의 파월은 대학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어퍼머티브 액션에 힘입어 뉴욕시립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학군단(ROTC)에 들어가 군인의 꿈을 키웠고 합참의장을 거쳐 국무장관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대학이 시행 중인 농어촌 특별전형과 특성화고 특별전형, 저소득층 특별전형 등은 한국형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계층이동성을 확대해 사회의 역동성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다. 그런데 약자·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제도가 일부 계층의 부정입학 창구로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9~2011학년도 대입 정원외 특별전형(특례입학)을 감사해 부정입학 의혹이 있는 합격생을 900명 가까이 적발한 것이다. 

수백명의 학부모가 도시에 살면서 농어촌 고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주소지로 신고한 곳은 공항 활주로와 창고, 고추밭, 학교 기숙사 등이었다. 일부 고교는 부모가 주소를 거짓으로 이전한 것을 알고도 특별전형 확인서나 추천서를 써주는 등 ‘공모’하기도 했다. 부모의 직장 건강보험료를 근거로 삼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에선 멀쩡한 자산가의 자녀들이 전형을 통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부정을 저지른 학부모 중에는 경찰, 군인, 교사 등 공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특례입학 부정 의혹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소문이 무성했는데도 대학과 교육당국 모두 나몰라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당국은 차제에 관련자를 엄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정이 적발된 학생의 경우 당해 연도 입학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일정기간 대학입시 응시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 대학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이 사전에 부정 사실을 알았는지 조사한 뒤, 적발된 합격자 수만큼 신입생을 뽑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 특히 감사 대상 수십 곳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가 적발된 특정 사립대의 경우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부정을 알고서도 눈감아준 고교 역시 불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인 대학입시에서 비리 가능성을 근절하지 않는 한 누구도 ‘공정한 사회’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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