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8일 토요일

[사설]최시중씨는 법적·정책적 책임 모두 져야 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27일자 사설 '[사설]최시중씨는 법적·정책적 책임 모두 져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불려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사퇴했다.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의 칼날이 조여오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면서 “(의혹이 제기되는) 이 과정에서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최 위원장의 사퇴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의 ‘양아들’로 통하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게서 EBS 이사 선임 청탁과 함께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씨가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종합편성채널 출범 여부를 가르는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여서 ‘답례’로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씨의 혐의와 별개로 최 위원장은 ‘BBK 가짜편지 조작’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08년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한 최 위원장은 지난 4년간 한국의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 친여 보수신문에 종편을 안겨주었고, KBS·MBC·YTN 등에서 양심적 언론인들을 몰아내고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가 확정된 것은 정권의 언론장악 공작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법적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입증한다.

최 위원장은 물러나면서도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며 자신과 측근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취했던 저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에 맡기겠다”고도 했다. 여론의 표적이 된 상태에서 사퇴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퇴는 진실을 밝히는 첫걸음일 뿐이다. 검찰은 최 위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만큼 운신의 폭이 커졌다. 최 위원장과 측근 정씨를 둘러싼 의혹을 조속한 시일 내에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도 미디어법 처리 당시 문방위 소속이던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조사한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한나라당마저 “검찰은 불거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된 부하 직원은 조속히 귀국해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국회도 최 위원장이 자행해온 언론장악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씨는 지난 4년간의 행태에 대해 법적·정책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 권력은 누린 만큼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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