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부처없는 정부출범 뒤, '방송정책권' 뜨거운 쟁탈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5일자 기사 '부처없는 정부출범 뒤, '방송정책권' 뜨거운 쟁탈전'을 퍼왔습니다.
이한구 “야당이 발목”, 언론 “국회가 발목”…민주 “박근혜가 발목”

정부조직법개편안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고 있다. 관건은 ‘공룡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던 방송광고, IPTV, 뉴미디어, 방송 편성권, 주파수 규제 등의 비보도 분야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자는 것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인 반면, 이에 반대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 대부분의 쟁점이 좁혀졌지만, 이 내용에 대해서만 아직 여야의 이견이 첨예한 상태다. 이로인해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정부조직조차 구성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여야의 책임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상임위 간사 회동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새 정치를 하고 상생 정치를 하자고 그토록 약속 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전체를 싸잡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25일 황우여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도 19대 총선에서 통신과 미디어가 융합된 ‘정보통신미디어부’를 신설하겠다 했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입장을 바꾸어 방송과 통신정책을 분리시켜 통신부분만 미래창조과학부에 주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황우여 대표(왼쪽부터) ©새누리당

새누리당 초선의원 79명도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창조경제의 근간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과 통신의 분리를 고집하는 야당의 주장에 발목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도 야당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특히 4면 (새정부에 재뿌린 국회…반쪽출범 전날까지 정부조직 입씨름)제하 기사에서 황우여 대표의 기자회견을 ‘타협안’으로 규정하며 “그러나 민주당은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면 (정부조직개편안 막판협상도 결렬)제하 기사에서 “IPTV와 SO 등 뉴미디어 분야 업무는 방통위 조직상으로도 뉴미디어정책과·융합정책과 등 2개과에 해당하는 업무”라며 “여야가 직원 10여명 규모의 작은 업무 분야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까지 막았다”고 보도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발목을 잡는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주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공약 부문과 관련해 “민주당의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박 당선인이 “정보통신 생태계를 총괄할 전담 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키로 했으나 인수위는 결정권도 없는 전담차관제로 격하시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어 “미디어의 의미를 오로지 유·무료방송 플랫폼 중심으로 제한하여 유료방송의 모든 정책을 미창부로 이관시켜야만 ICT산업 육성이 가능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방송을 산업논리에 함몰돼 정부가 진흥을 빌미로 방송을 규제한다면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편성의 자율성을 침하하게 될 것임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윤관석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때도 통일부 폐지 얘기가 나오다가 야당 등에서 반대하니 그 의견을 받아 취소했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 정부조직 출범안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부분 수용했는데, 방송을 정부 부처로 옮긴다는 것은 방송장악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때문에 협상의 진전이 안 되고 있다”며 “여당은 협상의 재량권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정부조직 없이 정권이 출범한 것은 법 제출 자체가 늦어 인수위가 자초한 면도 있고 여당이 가이드라인 정치 때문에 원안 사수만 얘기하다보니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25일 오후 5시부터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22일 이후 협상은 중단된지 4일여 만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그동안의 물밑협상으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만큼, 협상에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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