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7일 수요일

[사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6일자 사설 '[사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를 퍼왔습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25일 물러났다. 시민사회와 야당의 줄기찬 사퇴 요구에도 꿈쩍 않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날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확한 사퇴 동기와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대선 기간에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의 실제 주인이고 최 이사장은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거셌던 만큼, 그의 사퇴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이유와 경위가 어찌됐건 최 이사장의 사퇴로 정수장학회 문제는 중대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이야말로 정수장학회를 제대로 사회에 환원해 군사독재 유산을 정리하고 언론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절호의 기회다. 최 이사장은 사퇴 글에서 “50여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공익재단”이라고 강변했지만,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정권이 강압으로 빼앗은 ‘장물’임은 국정원 과거사위 등의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1962년 부산의 재력가인 고 김지태씨를 겁박해 부일장학회·부산일보·문화방송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65%를 강제로 헌납받은 뒤 설립한 것이 바로 정수장학회다.더욱이 정수장학회는 지금도 문화방송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탓에 언론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선 직전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문제를 공론화하며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던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을 해고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최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이 만나 문화방송·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최 이사장이 잘못을 사과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정수장학회는 원소유주인 김지태씨의 유족이 동의하는 가운데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익재단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다행히 김씨의 유족들은 장학회의 이런 미래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장학회의 다른 이사들이 김씨 유족 및 시민사회 대표들과 장학회를 올바르게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아울러 이런 논의가 가능해지려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버지 시대의 부정적 유산이고 자신도 이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것이 옳다. 만약 ‘제2의 최필립’ 같은 인사가 어물쩍 새 이사장으로 선임된다면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를 수렴청정하고 언론을 장악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