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밀리터리룩’ 박근혜, 취임식부터 박정희 코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6일자 기사 '‘밀리터리룩’ 박근혜, 취임식부터 박정희 코드'를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파독 광부들, 한강의 기적, 강력한 중앙집권… 새마을 운동만 빠졌네

1. 어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키워드는 ‘행복’이었다고요.

= 네. 취임사 제목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였습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를 직접 썼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1면에 취임사 전문을 싣고 있는데요. 미사여구를 빼고, 무미건조하지만 핵심만 전달했다는 평가입니다. ‘새로운’이란 단어가 14번, ‘희망’이 9번, ‘꿈’이 7번 등.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이고요 57번 나옵니다. ‘국민행복’ 7번을 포함해 ‘행복’이라는 단어만 20번 나왔습니다. 신문들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데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말하다.” 조선일보는 “국민 행복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한겨레는 “임기 내 비정규직 해결 힘쓰겠다”는 발언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동아일보도 요즘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데 “박 대통령의 약속, 이제는 실천이다”라고 조선·중앙과 달리 조금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25일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 어제 취임식, 박정희 전 대통령의 코드가 많았다고요.

= ‘경제성장’이라는 말 대신 ‘경제부흥’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이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많이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독일 광산’이나 ‘한강의 기적’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고요. 독일 광부와 간호사 복장을 한 배우들이 춤을 추기도 했죠. 어제 취임식에서 박 대통령은 밀리터리룩을 선보였습니다. 금단추가 달린 군복 느낌의 카키색 코트식 재킷에 통이 넓은 검정색 바지를 입어서, 강한 리더십을 과시했다는 평가입니다. 광화문 행사에서는 모처럼 한복을 입었는데요. 금색 꽃무늬 장식이 들어간 붉은색 두루마리가 좀 튀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특별히 국산 방탄차를 타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요. 현대자동차가 2009년 청와대에 기증한 에쿠스라고 합니다. 총탄과 폭탄은 물론, 화생방 공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죠. 문 한 짝의 무게가 100kg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25일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친후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 신문에 취임 축하 광고가 오늘도 많네요.

= 어제 신문 1면에 “참 좋은 날”이라고 농협 광고가 실렸는데요. 일찌감치 지난해 12월에 예약을 했다고 합니다. 삼성은 맨 뒷면으로 밀려났죠. 현대차그룹, SK, KT, IBK기업은행 등이 광고를 냈고요. 오늘은 한화가 “국민 행복시대 밝은해가 떴습니다”는 광고를 모든 신문 1면 하단에 실었습니다. 어제 광고를 못 냈던 LG도 오늘 신문 맨 뒷면에 광고를 냈고요. 새 정부에 잘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5년 마다 돌아오는 신문사들 대목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취임식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진들이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고 있다. 식전행사중 뮤지컬 '다시 뛰는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상징인 파독 광부, 간호사와 경찰관 등으로 등장했던 출연진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3. 어제 박 대통령, 복주머니의 사연을 읽으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요. 학교 비정규직 1만명이 해고 위기라는 기사가 있네요.

=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죠.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15만여명 가운데 1만여명이 해고될 거라고 하는데요. 어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발표입니다. 교육당국은 비정규직 고용은 학교장과 계약된 사항이고, 노동관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교육청이 간섭하거나 법적인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동조합은 6월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4.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사임했네요? 시점이 좀 애매한데요?

= 왜 하필 취임식 날이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아직 1년1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이 많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정수장학회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죠. 정수장학회는 MBC의 2대 주주기도 합니다. 최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 출신이고요. 어제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수장학회는 5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립한 엄연한 공익재단”이라며 “이제 이사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사퇴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취임식 당일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털어주려는 의도였다는 건데요. 오히려 역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쨌거나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이야기가 다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5.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이 벌써부터 뜨겁네요. 보궐선거가 4월24일이죠?

=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죠. 3월1일 특별 사면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고요. 통합진보당이 후보를 내겠다고 먼저 치고 나섰습니다. 이정희 신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남아있고 안동섭·유선희·김승교 등 최고위원들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에서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고요. 민주통합당에서는 임종석 전 의원, 그리고 안철수 전 대선후보 쪽에서 금태섭·정연순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6. 4대강 소음 피해 배상 판결이 났네요.

= 4대강 보에서 강물이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에게,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75만8000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북 상주시 낙동강변의 주택. 1층은 53db, 2층은 61db로 측정됐는데요. 60db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발생하는 정도의 소리 크기라고 하죠. 이 정도 소리가 하루 종일 계속되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는 겁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일단 배상 결정이 났다는 데 의의가 있겠죠.

6-1. 4대강은 이명박 정부 최고 역점사업이었는데요. 재평가가 이뤄질 거라고요.

= 오늘 조선일보 1면 기사입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중간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해 후속대책을 마련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서운할 이야기인데요. “환경 파괴 논란과 함께 졸속 시행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산강 등 어느 한 곳을 골라 시행한 뒤 그 성과를 봐가면서 나머지 강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비판했네요.

7. 르노삼성과 한국GM도 쌍용차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기사가 있네요.

= 한국GM은 10년째 점유율이 9% 안팎에 머물러 있고 르노삼성은 4.6%에 그쳤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습니다. 르노삼성은 이미 생산이 감축돼 부산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리해고 등으로 몸살을 알았던 쌍용차의 다음 차례가 한국GM과 르노삼성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돕니다. 한겨레 보도인데요. 르노삼성은 지난해 부산공장 가동률 저하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점진적인 인원 감축이 이미 시작됐고요. 내수 기반이 부족한데다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한국GM의 총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90%에 육박, 르노삼성도 지난해 60%를 넘어섰습니다. 본사에서도 낮은 생산비와 높은 숙련도라는 강점이 사라졌다고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고요. 정확히 쌍용차의 전철을 밟고 있는 상황이죠.

취임식이 열리기 전인 오전 9시경 서울지하철 국회의사당앞역 2번 출구 앞에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8. 성매수 남성들이 떨고 있다는 뉴스는 뭔가요.

= 경찰이 500여명의 명단이 담긴 성매매 장부를 입수해 줄 소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8월 수원과 안산, 평택 등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성매수를 한 전력이 있는 남성들입니다. 성매매 알선 업자가 만든 장부인데요. 529건의 성매매 기록과 고객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명단에 오른 남성들 대부분 순순히 성매수 사실을 시인하고 소환에 응했다고 하는데요. 돈 거래 사실이 적혀 있기 때문에 발뺌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6개월째 수사가 진행 중이고 200명 정도가 추가 소환될 예정입니다.

9. 서미갤러리, 미술품 탈세 논란이 있었던 곳인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요?

= 미술품을 거래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 출처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떨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국일보 보도입니다. 고가 미술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거나 수입금액을 회계장부에서 누락하고 원가를 임의 기재하는 등 수법으로 법인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수입한 미술품 대부분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판매했다고 하죠.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개인권리 침해 관련 통신심의를 대폭 축소하겠는 게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삭제 조치를 내려 논란입니다. 중앙정보부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조아무개씨의 인터뷰 동영상인데요. 대리인을 시켰겠지만 박 대통령이 주민등록증 사본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해 신고를 했다고 하죠. 행정기관은 사법기관이 아니니까 명예훼손 여부를 심사해서 게시물을 차단 또는 삭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박 대통령 개인의 명예훼손 사안에 대해 행정심의를 남발한 겁니다.

10-1.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을 그동안은 어떻게 처리해왔나요?

=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할 수도 있고 포털 사이트에 권리침해 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율심의를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포털 사이트 입장에서도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그럴 권한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행정기관이 임의로 삭제를 명령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하고요. 설령 대통령 개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10-2.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쉽지 않은 문제네요.

=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행정기관이 나설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칫 정치적인 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요. 포털 사이트들이 만든 인터넷자율정책기구라는 곳이 있는데 제가 물어봤더니 이번 사안의 경우는 좀 난감한 문제라는 반응입니다. 명예훼손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걸 판단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여전히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있고요. 그렇다고 정부에 떠넘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장기적으로는 이런 분쟁을 중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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