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이준구 "박근혜 정부, 믿음 주기엔 너무 모자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25일자 기사 '이준구 "박근혜 정부, 믿음 주기엔 너무 모자라"'를 퍼왔습니다.
"못난 지도자는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4일 "출범을 하루 앞둔 박근혜 정부도 우리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너무나 모자란다는 느낌"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준구 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현재 상황에서 이 정부의 앞날을 점쳐볼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핵심 직책의 인사입니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무언가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비단 나 하나에 그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대통합 정신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잘 선택한 것 같지도 않고, 도덕적 결함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한 마디로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먼 사람 맥 빠지게 만드는 인사였습니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측 인사로부터 고소영 인사보다 성시경 인사가 더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겠습니까?"라며 최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의 조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못난 지도자는 훌륭한 사람을 골라 쓰지 못하고 자기 주위에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투정만 합니다. 못난 지도자는 쓴소리 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첨배에 둘러싸이는 걸 좋아합니다. 못난 지도자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고 타눌러야 할 적으로 봅니다"라며 "그리고 이런 못난 지도자는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듭니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 경고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박근혜 정부의 불안한 출발

잘 알고 계실 테지만, 내가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난 지난 대선에서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대통령으로 뽑아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나 역시 그의 능력은 아직까지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는 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를 거둔 결정적인 이유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보다는 다른 데 있었다고 봅니다.어떤 일이 있어도 진보에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보수를 똘똘 뭉치게 만든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었다고 봅니다.또한 박정희에 대한 향수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요.

솔직히 말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천명한 "대탕평, 대통합"에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습니다.자기와 반대편에 섰던 사람을 끌어안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게다가 그 동안 사람 쓰는 방식을 보아온 바로는 대통합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에 비해 내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그때 이명박 당선자 그리고 인수위가 하는 말들을 들어 보면 뭔가 한 건 크게 터뜨릴 것 같은 기세였습니다.좋은 것 한 건을 크게 터뜨릴 것 같았다면 반가운 일이었을 테지만, 그 반대였기 때문에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었던 거죠.

그러나 출범을 하루 앞둔 박근혜 정부도 우리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너무나 모자란다는 느낌입니다.현재 상황에서 이 정부의 앞날을 점쳐볼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핵심 직책의 인사입니다.이 과정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무언가 답답함을 느낀 사람이 비단 나 하나에 그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대통합 정신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잘 선택한 것 같지도 않고, 도덕적 결함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한 마디로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먼 사람 맥 빠지게 만드는 인사였습니다.오죽하면 이명박 정부측 인사로부터 고소영 인사보다 성시경 인사가 더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겠습니까?게다가 의사결정 과정이 효율적인 것 같지도 않고, 균형감각이 갖춰진 것 같지도 않다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보인 태도를 미래에 대입해 박근혜 정부의 앞날을 예상해 본다면 결코 낙관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이명박 정부는 불통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소통의 정부가 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대통령에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열심히 애쓴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심지어 자기 편 사람들과도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된 사람이라도 처음에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똑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는 그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우리가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합니다.이번 인사 과정에서 보인 것 같은 실망스런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5년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못난 지도자는 훌륭한 사람을 골라 쓰지 못하고 자기 주위에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투정만 합니다.못난 지도자는 쓴소리 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첨배에 둘러싸이는 걸 좋아합니다.못난 지도자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고 타눌러야 할 적으로 봅니다.그리고 이런 못난 지도자는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누가 앞으로의 5년을 이끌어갈지를 이미 선택한 상황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좋던 싫던 새 대통령이 잘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어둡고 길었던 5년이 끝나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차에 똑같은 5년을 맞는다는 건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자금까지 관찰해 온 바로는 결코 낙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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