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최필립, 대통령 취임식날 팩스로 ‘깜짝 사퇴’… 다시 사회환원 논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5일자 기사 '최필립, 대통령 취임식날 팩스로 ‘깜짝 사퇴’… 다시 사회환원 논란'을 퍼왔습니다.

ㆍ최 이사장 전격 사임… 정수장학회 어디로

25일 오후 6시쯤 언론사에는 한 통의 팩스가 도착했다. 부산일보를 통해 전송된 팩스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5)의 사임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그 시각 정수장학회 다른 이사들도 그의 사퇴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김덕순 이사는 “전혀 몰랐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언론사에 팩스로 전달한 ‘깜짝 사퇴’였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날에 맞춰 전격적으로 이뤄진 최 이사장의 사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장은 대선 과정에서 정수장학회와의 법적 연관성을 부정하면서도 우회적으로 사퇴 필요성을 제기한 박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었다. 그 사이 야당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사건을 부각시키며 박 대통령 측근인 최 이사장의 사퇴를 줄곧 압박해왔다. 그가 개인적으로 사퇴를 결단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박 대통령 측과의 교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26일 정수장학회의 MBC지분 매각 대화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를 MBC가 고발한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후임 인선·이사진 교체 주목대통령 측과 교감 여부 관심

정수장학회와 박 대통령 사이를 잇는 상징적 인물이 사퇴하면서 정수장학회가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최 이사장은 이날 사퇴 글을 통해 “정수장학회는 50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엄연한 공익재단”이라며 “앞으로도 정수장학회가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이뤄주는 본연의 업무를 이어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이 물러나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단락되고, 재단은 현재의 틀을 유지해가길 희망한 것이다. 그러나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의 유족들과 시민사회가 요구한 사회 환원이나 공익재단으로의 변경 등의 절차를 밟게 될지도 주목된다.

관심은 후임 이사장 인선과 기존 이사진 교체에 모아진다. 정수장학회 정관을 보면 이사장이 사임할 경우 이사회는 새 이사장을 선출해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의 영향력하에 있는 기존 이사들이 함께 물러나고 시민사회가 인정하는 중립적 성향의 이사진이 새로 구성될 것인지가 초점이다.

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처리 방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경향신문 사옥 부지 등 언론사 관련 자산을 상당액 보유한 상태다. 

최 이사장은 대선 과정에서 MBC 측과 지분 매각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불렀다. 이 밖에도 장학회의 은행예금 등도 200억원이 훌쩍 넘는다. 향후 장학회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에서 보유재산의 처리 방향도 논의될 수밖에 없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최필립 이사장의 사임만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수장학회가 내포한 역사 청산의 문제는 현재의 언론장악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후 명칭 변경과 새 이사진 구성, 장학회 보유 언론사 지분의 처리 과정 등을 면밀히 감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큰 틀에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장학회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환 고려대 교수는 “정수장학회는 이미 과거로 돌릴 수 없을 만큼 규모도 커지고 공익적 성격을 띠게 됐다”며 “김지태씨 유족들을 이사로 참여시키고 고인의 명예회복도 시켜주면서 장학회가 정치적으로도 독립된 공익적 장학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의 돌연 사퇴로 정수장학회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형규·이혜리 기자 fidelio@kyunghyang.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