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사설] 5·16을 쿠데타라고 말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7일자 사설 '[사설] 5·16을 쿠데타라고 말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을 퍼왔습니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몇몇 후보자들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눈치보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다가는 5·16이 다시 ‘구국의 혁명’으로 미화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입장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국무위원 및 장관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직무 수행에 적절치 않다”며 답을 피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서면질의에 대해서도 답을 거부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5·16에 대한 서면질의에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두 후보자의 답변 거부 사유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나라의 안전과 법질서를 책임지는 안전행정부와 법무부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나라의 안위와 법치를 위협했던 과거 사건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두 후보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추호의 오해가 없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에 있다. 5·16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권 전복, 즉 쿠데타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120만 공무원과 법무 행정을 각각 책임지는 두 후보자가 5·16에 대해 슬그머니 눈을 돌리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두 후보자가 답변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 탓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는 등 박정희 시대로의 회귀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에서 5·16을 잘못 언급했다간 박 대통령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해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나와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 역시 국회 표결 절차를 의식해 마지못해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표결 절차가 없는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만 넘기겠다는 요량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장관들부터 이런 식이면 공무원 사회는 물론 온 나라에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말란 법이 없다.5·16과 유신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의 시대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만큼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따지고 구분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 후보자들마저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기 주저해서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집권에 편승해 유신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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