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정수장학회 MBC 논란 때 김경재가 연락, 유족 뜻 들어준다며 기다리라 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8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MBC 논란 때 김경재가 연락, 유족 뜻 들어준다며 기다리라 했다”'를 퍼왔습니다.

ㆍ부일장학회 유족 김영철·이명선 부부 일문일답

정수장학회의 전신 부일장학회의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의 5남 김영철씨와 부인 이명선씨가 27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상기된 얼굴로 경향신문과 만났다. 

한창 과거사 문제가 달궈지던 지난해 10월 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정수장학회 이사진에 시민단체도 참여케 하고 이름도 바꾸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뜻이라고 전했던 사람들이 대선 후에는 연락을 끊어버렸다고 했다. 

김경재 당시 새누리당 기획조정특보와 포항의 사찰에 있는 한 주지스님을 지칭한 것이다. 

김씨는 정작 정수장학회는 대선 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현 이사진을 연임시킨 채 최필립 이사장 혼자만 돌연 사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먼저 말을 꺼내며 약속했다가 대선에서 이긴 뒤엔 싹 거둬담았다”면서 “최 이사장 사퇴가 문제의 본질을 가리려는 또 하나의 가림막이란 생각에 처음 밝히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 부부와의 일문일답.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MBC 간부들과 ‘지분 매각’을 협의한 사실이 보도된 지난해 10월15일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 부인 송혜영씨(오른쪽)와 5남 김영철씨가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의 잠긴 철문을 두드리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김 특보, 만남 후도 수시 전화… 유족·시민단체 참여도 약속대선 20일 앞두고 연락 끊어… 당시 대화 녹음파일 있다

- 김경재 특보로부터 언제 처음 연락을 받았나.

(김영철)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란이 인 뒤 지난해 10월21일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을 하고 며칠 뒤 김 특보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뜬금없이 만나자고 했다. 처음엔 답을 안 했다. 괜히 만나면 내가 그쪽이랑 야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도 됐고 당시 기자회견도 하고 세게 비판을 하고 있을 때여서 만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김 특보로부터 ‘빨리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만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김 특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먼저 나와 만나기로 했다고 해버리기도 했다. 김 특보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나는 상속 당사자이기 때문에 만나기가 좀 껄끄러워 아내가 대신 10월23~24일쯤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김 특보를 한번 만났다. 그쪽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알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눴나.

(이명선) “2시간 정도 대화했다. 김 특보가 자신이 박 후보랑 자주 만나니까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했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이사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 유족들 의사를 들어줄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하면 ‘유족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포항의 한 주지스님이 쓴 편지를 보여줬다. 편지 내용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야 쪽 1명씩과 유족 및 시민단체를 포함해서 이사진을 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름도 바꾸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녹음한 파일을 내가 갖고 있다.”


- 김 특보의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이명선) “박 후보는 관심도 없는데 김 특보 혼자 그러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김 특보는 아니라면서 박 후보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는 10월25일 우리 집전화로도 대화를 나눠 녹음돼 있다(녹취록). 전화도 몇 번 와서 박 후보에게 잘 얘기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매일 연락합시다’라는 문자메시지도 계속 왔다. 하루에 5~6개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대선 20일가량을 남겨두고부터 연락이 끊어졌다.”

- 김 특보가 포항의 주지스님을 직접 얘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철) “김 특보를 만나고 일주일쯤 지난 뒤 포항에 있는 사찰의 주지스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겠는데 도와야겠다’며 그 스님이 한 말도 김 특보가 한 약속과 같았다. 처음 연락이 온 뒤 스님으로부터도 20~30일간 연락이 왔다. 정수장학회 해결 방안에 대해 계속 말했고, 자기가 쓴 책을 우편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 김 특보의 말과 달리 정수장학회 해결은 안되고 있다.

(김영철) “유족들을 가라앉히려고 하다가 대통령에 당선되니 말을 바꾸고 확 돌아서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말뿐이었고 해준 건 없다.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를 자신의 재산처럼 썼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번째 원칙은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최필립 이사장만 바꾸고 현 이사진이 MBC나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하려 할 수도 있는 게 우려된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된다. 깨끗하게 강탈을 인정하고 손을 털면 역사적 문제도 풀리고 모두가 윈윈하는 것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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