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8일 목요일

기획한 것처럼 청와대와 손발이 맞는 SBS 보도 프레임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기획한 것처럼 청와대와 손발이 맞는 SBS 보도 프레임'을 퍼왔습니다.
SBS ‘박근혜 소통→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 급선회

SBS 보도가 급변했다. SBS는 새 정부 출범 당일까지도 “박근혜 정부는 추진하려는 정책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며 소통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27일 SBS는 ‘국회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프레임으로 급선회했다. 그동안 ‘충분한 설명’과 ‘소통’ 강조해온 논조가 표변한 것이다.
지난 26일 ‘SBS 28일째 표류…끝없는 대치’ 기사와 27일 세 꼭지의 정치권 비판 기사는 이 같은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SBS는 유료방송, 뉴미디어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한 여야 대립을 “합쳐서 직원 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2개 과를 이관하는 문제 때문에 정부조직개편 협상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셈”이라고 국회 협상 과정을 폄훼하며 “국정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기사는 “새 정부가 임명 절차를 마친 장관 한 명 없이 파행 출범했는데도 공방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빨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라”고 강변했다.

▲ 2013년 2월 26일자 'SBS 8뉴스', 국회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파행을 '관료 10명의 자리를 옮기는 문제'라고 폄훼했다. (관련 화면 캡쳐)

유료방송, 뉴미디어 정책 이관을 관료 10명의 거취를 정하는 문제라고 한 보도는 SO, IPTV 가입가구가 전체 가구 수와 맞먹는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를 보도했던 기자가 방통위를 출입하며 방송통신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실을 도외시한 폄훼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국회 발목잡기’ 프레임은 27일 메인뉴스에서도 이어진다. 이날 SBS는 메인뉴스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 처리 요청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며 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 여야 협상 때문에 행정공백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 유지를 위한 것인지 이날 보도에서 민주당이 PP와 IPTV 양보 제안과 새누리당의 거절 등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SBS의 보도 프레임은 여타 언론과 사뭇 다르다.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27일 각각 ‘국회 존중 정신으로 정부조직법 문제 풀라’, ‘새 정부, 언제까지 결손상태로 갈 건가’라는 사설을 통해 “최종 책임이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책임론’을 강조한 보도 프레임이다.

▲ 2013년 2월 27일자 SBS 8뉴스, 박근혜 정부조직법 조속 처리 요청 기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회 협상에 대해 '새 정부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SBS 8뉴스 관련 페이지 캡쳐)

다른 언론과 구별되는 SBS의 보도 프레임 변화의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이남기 전 SBS 보도본부장(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깊어가고 있다. SBS가 국회 논의를 폄훼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조속처리를 당부하고, 이를 다시 SBS가 저녁메인 뉴스 톱기사로 뽑는 과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처럼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SBS의 발목잡기 프레임에 27일 야당이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가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방송정책 정부부처 이관반대’ 원칙을 스스로 후퇴한 양보안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발목잡기 비판에 국회의 다른 한축인 여당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또 국회 협상과정에서 조목조목 청와대에 보고하고 협상 과정 하나하나를 인가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박근혜식 버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버티고, SBS는 국회가 발목을 잡는 다고 비판하고 여론에 민감한 민주당 지도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쩔쩔매고 있다. 박근혜 청와대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풍경이다.
SBS가 ‘국회 발목잡기’ 보도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배후에서 버티기를 하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할 때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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