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31일 월요일

[사설] 조현오 경찰청장의 처신 경박하고 무책임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30일자 사설 ' 조현오 경찰청장의 처신 경박하고 무책임했다'를 퍼왔습니다.
요 며칠 새 세간의 관심을 끈 인천 길병원 조직폭력배 난동사건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도심에서 조폭들이 유혈극을 벌이는데도 뒤늦게 출동한 경찰이 그나마 손까지 놓아 ‘치안 제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사건을 목격한 병원 관계자나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난투극은 아니었고 경찰의 현장 대응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조폭들이 시민에게 위협감을 주고 행패를 부린 것은 잘못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치안 공백에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 것 역시 볼썽사나운 일이다.
무엇보다 치안총수인 조현오 경찰청장의 즉흥적이고 경박한 태도가 문제였다. 조 청장은 일부 언론의 과잉 보도에 기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고 지휘 간부들을 중징계했다. 그는 특히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총기 사용을 지시하고, “조폭에게 인권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조폭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조 청장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 강력반 지휘자의 공개 반박에 부닥쳤다. 현장을 지휘한 전아무개 경위는 경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조폭들에게 모이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른 순간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 경위는 또 현장에서 움직인 경찰관들이 방송 보도에선 조폭으로 오인됐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현장 상황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비켜가는 조 청장의 행태가 내부에서조차 불만을 낳고 있음은 분명하다. 조 청장은 해임과 파면을 남발해 ‘해파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한다.
좀더 근본적으론 민생치안보다 정치권의 안위와 동향에 신경을 쓰는 경찰 수뇌부의 권력지향적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 청장의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돈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런데도 출마설을 딱 잘라 부인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콩밭에 마음이 가 있으면 자기 인기관리를 위해 윗사람 입맛에 맞게 행동하고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경찰이 민생에 헌신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 청장은 경박하고 무책임한 처신과 인권 경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민생치안에 온몸을 던질 각오와 자신이 없으면 경찰총수 자리를 재고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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