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한국판 안티 월가 시위, 보수·경제지들은 코웃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0-17일자 기사 '한국판 안티 월가 시위, 보수·경제지들은 코웃음'을 퍼왔습니다.
“찻잔 속의 태풍… 수입 집회의 한계” 평가 절하하면서 확산될까 전전긍긍

긴장을 하기는 한 모양이다. 보수·경제지들은 한국판 월스트리트 반대 시위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15일 열린 ‘Occupy(점령하라) 여의도’ 집회는 갑작스럽게 내린 가을 폭우 탓인지 당초 예상 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했다. 일반 시민의 참여는 많지 않았고금융 관련 노동운동‧ 시민단체들이 주도했다. 보수·경제지들은 다소 안도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제는 가장 거칠고 공격적인 논조로 이 ‘수입산 집회’를 비난했다. 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Occupy’ 확산, 한국에선 호응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데 이어 3면에 “무늬만 반금융… 주거‧노동 불만 쏟아낸 잡탕 집회”라는 해설 기사로 이 집회의 의의를 평가 절하했다. “찻잔 속의 태풍”이라거나 “수입 집회의 한계”, “시위꾼도 지친 무개념 집회”, “좌파단체도 시큰둥”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경제 10월17일 3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뚜렷한 명분도 없는 수입 시위는 호응을 받을 수 없다”면서 “월가의 탐욕에 빗댈 금융재벌도 없는 국내에서 모방 시위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문 시위꾼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과격 단체들이 이번 집회를 앞두고 미리 계산해 본 결과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10월17일 사설.

보수 진영의 불안은 이 신문에 실린 소설가 복거일씨의 칼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복씨는 “월가의 점령은 분노의 몸짓을 넘어서지 못한다”면서 “거기에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경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지식도 힘도 없다”고 비꼬았다. 복씨는 여의도 집회를 겨냥해 “그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억지 흉내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당연히 그것은 사회에 적지 않은 해를 끼치고 끝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경제 10월17일 1면.

이 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르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자산가격 폭락과 대량 실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금융 산업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안티 월스트리트 시위가 단순히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빈부 격차와 양극화,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Occupy(점령하라)’ 시위가 중구난방인데다 아무런 단일한 구호도 없다며 냉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특성이 이 시위가 갖는 폭발력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함께 점령하자”는 구호에 열광하는 건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금융업계가 자성해야 할 때”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이 신문은 “금융업계를 향해 급속히 쌓여가는 사회적 반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금융업계의 자성을 통해 이런 압력을 미리 누그러뜨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티 월스트리트 시위를 금융업계에 대한 반발로 축소해석하고 있지만 지난 15일 사설에서는 “뉴욕발 점령 시위가 제 2의 광우병 촛불사태로 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중앙일보가 조바심을 내는 것과 달리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 한국판 안티 월스트리트 시위를 예의주시하면서 경계했던 보수 성향 신문들은 아예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찻잔 속의 태풍이라, 이제 크게 신경쓸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일까. 아니면 섣불리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설마 우리 금융산업은 월스트리트만큼 탐욕스럽지 않으니 점령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나 그런 생각인 걸까.
한편 아시아투데이가 “서울의 월가 시위 가볍게 볼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건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정부는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된 목소리를 방관하지 말고 들을 건 들어야 한다”면서 “금융 약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반 월가 시위가 정부와 금융권, 재벌, 시민단체 등 당사자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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