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2일 토요일

[사설] ‘이국철 사건’ 영장 기각, 검찰 수사의지 부족 탓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21일자 사설 '[사설] ‘이국철 사건’ 영장 기각, 검찰 수사의지 부족 탓이다'를 퍼왔습니다.
법원이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검찰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장 내용과 법원의 기각 사유를 되짚어보면 검찰의 잘못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 능력이 모자랐다기보다 의지가 부족했던 탓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횡령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하면서 신 전 차관에 대해선 1억여원어치 카드 사용 혐의만 적용한 것부터 잘못됐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보다 오히려 이를 폭로한 사람을 겨냥한 듯한 본말전도 수사라는 의심을 받을 만했다. 수사 초점을 우선 신 전 차관에게 맞추고 이 회장 관련 혐의는 추후에 따져도 충분했으나 검찰은 순서를 뒤바꿨다. 이 회장이 “검찰이 진실을 덮기 위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검찰 고위층 비리 등 연일 새 사실을 터뜨리는 그의 입을 막아놓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 전 차관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은 여럿이다. 대표적인 게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였던 안국포럼 시절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부분이다. 지난해 8월24일 신재민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ㅈ기업이 렌트한 그랜저 차량을 신 전 차관이 무상으로 이용했다고 폭로했다. 정치인이었던 만큼 정치자금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고, 공소시효(5년)도 남아 있음에도 검찰은 이 혐의를 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회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넘긴 행위 자체를 횡령으로 본다면 이를 사용한 신 전 차관은 횡령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이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듯이 신 전 차관의 재산 형성 과정도 파헤쳤어야 형평에 맞는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달랑 법인카드 1억여원어치 사용 혐의만으로 영장을 청구했으니 면피성 수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법원이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추가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졸속수사 가능성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신 전 차관 수사는 이 사건의 첫 고개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검찰은 이 회장의 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해서라도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 정권 눈치 보는 검찰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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